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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을 피하는 비법<높 빛 시 론>
  • 이태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장
  • 승인 2018.01.15 14:18
  • 호수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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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장

[고양신문] 경제학에서는 생산 활동에 따른 공정하고 공평한 또는 합리적인 분배방법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렇다면 소비에 따른 비용을 분배하는 경우는 어떨까?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 난방을 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나누는 게 한 예다. 한 달 동안 난방을 하고나서 거둬가는 우리집 난방비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분배되고 있을까? 난방비 폭탄이라는 말이 드물지 않게 사회적 이슈가 되는 배경에는 단지 계량기 고장 이상의 구조적 모순이 있다. 이는 생산 활동에 따른 분배 문제와 정확히 닮은꼴이다.

먼저, 난방비를 나누는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사용한 양에 관계없이 면적과 기간에 따라 일괄 부과하는 방식이 있다. 개개인의 능력이나 일한 시간에 관계없이 같은 액수의 임금을 나눠주는 방식과 같다. 과거에나 사용했지 지금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 중앙에서 난방을 공급하는 공동주택과 일부 오피스텔을 제외한 거의 모든 용도의 건물에서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우 공평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이 방식에는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다. 생산 활동의 결과로 일당을 공평하게 나눠주면 작업효율이 떨어지고 생산량이 감소하듯, 난방 사용여부나 사용량에 관계없이 요금을 내기 때문에 난방에너지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

어느 집이나 같은 요금을 내기 때문에 절약해야겠다는 동기는 사라지고, 결국 난방효율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호만 난무하듯,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구호는 무성하지만 문을 열어놓고 난방을 하거나 겨울에도 반팔 옷을 입고 사는 등 백약이 무효다.

다음으로, 사용한 만큼 정확히 난방비를 내는 방법이 있다. 생산 활동의 결과로 각자 생산한 양에 비례해서 일당을 나눠주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매우 공정할 것 같은 이 방식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난방비 분배를 위한 계량기를 잘못 사용하는 게 한 가지 예다. 예컨대, 물질 종류에 관계없이, 즉 밀도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부피만 달아본 후 이것을 무게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사용된 계량장치의 정확도와 신뢰성은 별개의 문제다.

난방은 생활하는 공간에서 빼앗긴 열만큼 다시 공급해주는 행위다. 이 때 필요한 건 열이고, 열을 나르기 위해 물이나 공기가 사용된다. 물이나 공기는 열을 나르기 위한 매체에 불과하며, 이들이 열을 빼앗기면 온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난방에 사용한 열의 양을 알려면 열을 나르는 데 사용된 물이나 공기의 양과 난방의 결과로 이들의 온도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동시에 알아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물의 양만을 측정해서 난방비를 내라 하면 큰 차이가 발생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 일이 있겠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많다. 그것도 엄청 많다. 과거 신도시가 본격적으로 들어서던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의 절반이 여기에 해당된다. 계량기의 오차와 관리의 문제가 제기되자, 열을 측정하는 열량계 대신 상대적으로 구조가 간단해 고장이 적은 유량계 사용을 허가한 적이 있었다. 단순히 열을 나르는 물의 양만을 측정하는 장치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니 유량계를 쓰라고 권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 열량계 대신 유량계를 써서 난방비를 계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소비에 따른 비용을 분배할 때도 효율의 문제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트럭에 짐을 가득 실고 가서 절반만 부리고 돌아와도, 다 부리고 빈차로 돌아와도 같은 운송요금을 주는 것과 같은 이치가 된다. 내가 사는 집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 요금을 두 배로 낸 결과가 되어서다.

트럭 차주의 입장에서야 손해 볼 게 없겠지만, 공동주택과 같은 공동체에서는 내가 더 비싼 요금을 냈다면 그만큼 적게 내는 집이 있게 마련이다. 다른 집의 난방비를 내가 대신 내주는 꼴이다. 불공정하고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양시 관내에도 공동주택의 절반이 이에 해당된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답은 간단하다. 내가 트럭으로 부친 짐에 대한 요금만 내면 된다. 같은 양의 난방을 하면서도 난방비를 적게 내는 비법이기도 하다.

난방을 위해 사용되는 물의 양을 최소로 줄이는 것으로 충분하다. 우리집으로 난방수를 통과시키는 밸브를 춥지 않을 만큼 최대한 잠그는 것이다. 트럭에 짐을 많이 채울수록 운임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공정한 요금으로 모두가 맘 편하고 따뜻한 겨울을 나기를 기대한다.

 

이태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장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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