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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축제 · 구석기유적 · 지질공원, 하루 동안 둘러볼까?<공감공간> 연천 겨울나들이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8.01.19 23:01
  • 호수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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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과거를 더듬는 한 겨울의 시간 여행

일산에서 자유로를 타고 1시간 20분,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연천은 다양한 재미를 품은 동네다. DMZ에 인접한 까닭에 아직은 개발과 도시화의 진도가 더딘 덕분에 호젓하고 광활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연천군을 관통해 흐르는 임진강과 한탄강을 따라 흥미로운 선사 유적과 독특한 경관을 보여주는 지질 명소가 이어진다. 훌쩍 다녀오기 좋은 연천으로 한나절 겨울여행을 떠나보자.
 

 

시야를 가득 채우는 순백의 눈세상

■ 전곡 구석기 겨울축제

첫 번째 행선지는 한탄강변에 위치한 연천 전곡리 유적지다. 70년대 후반 동아시아 최초로 주먹도끼가 발견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이곳은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한반도 최고의 구석기 유적이다. 한탄강이 반달 모양으로 휘돌아 흐르는 24만여 평 구릉지에 조성된 선사 유적지에서는 매년 겨울 ‘연천 구석기 겨울여행’이라는 테마로 눈과 얼음의 축제를 열고 있다.

축제장에 도착하면 거대한 구석기인 조형물 좌우로 눈 조형물로 만든 하얀 성벽이 펼쳐진다. 구석기와 얼음의 나라로 들어서는 관문이다.

본격적으로 겨울나라를 즐겨보자. 입장료 3000원을 내면 눈조각전, 얼음연못, 얼음썰매, 유아썰매장, 스노우보트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아이들과 동반한 나들이객이라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난 한나절을 보낼 수 있을 듯하다.

눈조각전의 작품들은 크기도 솜씨도 근사하다. 매머드, 원시인류 등 구석기 풍경, 고래를 비롯한 고대 바다생물, 공룡과 펭귄의 귀여운 만남 등 하나 하나 살펴볼수록 흥미롭다. 올 겨울에는 산과 들에 잔설을 구경할 수 없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데, 시야를 가득 채우는 순백의 설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진다.
 

에스키모 이글루를 재현한 작품.


에스키모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이글루에 들어가면 얼음으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다. 보온병에 따끈한 차를 준비해가면 다른 곳에선 즐길 수 없는 멋진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

얼음으로 만든 미끄럼 썰매장은 어린이들만 이용할 수 있다. 윤성빈 스켈레톤 선수의 평창 동계올림픽 금빛 질주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꼬마들의 씩씩한 질주에 박수를 보내보자.

유료로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다양하다. 푹신한 원형 튜브를 타고 긴 슬로프를 미끄러지는 대형 눈썰매장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인기다. 열기구 체험도 눈에 띈다.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이 따뜻한 공기를 부풀어 올리면 거대한 열기구가 가뿐하게 하늘로 떠오른다. 공중에 잠깐 떴다가 내려오는 체험이지만 보는 이도 타는 이도 경이로움에 눈을 반짝인다. 원형꼬마 손님들을 위한 꼬마기차, 당나귀가 끄는 마차, 빙어낚시 체험 등이 준비돼 있다.

연천 구석기 겨울여행에서만 맛보는 특별한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생고기를 낚싯대처럼 긴 막대기에 꿰어 장작불에 구워먹는 구석기 바비큐다. 나무향이 밴 고기 맛도 맛이지만, 모닥불가에 빙 둘러 앉아 바비큐를 굽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
 

순백의 눈세상을 감상할 수 있는 눈조형물 전시장
축제장 한쪽에서는 열기구를 타고 공중부양을 하는 특별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전곡 겨울축제장 방문객들이 구석기 바비큐 체험을 즐기고 있다.


동아시아 고고학 역사를 바꾼 놀라운 유물들

■ 전곡선사박물관
 

겨울 나들이는 야외 일정에 이어 실내 일정을 잡는 게 정석. 바깥 축제를 충분히 즐겼다면, 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작은 숲길을 지나 구릉 너머에 자리하고 있는 전곡선사박물관은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적어 한가롭게 구경하기에 좋다.

전시 테마는 구석기 역사지만, 박물관 외관은 무척 현대적이다. 두 개의 언덕 사이에 착륙한 은빛 우주비행체를 연상케 하는 외관이 마치 외계에서 온 거대한 타임머신 속으로 들어가 구석기시대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안겨준다.

박물관은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출발한 최초 인류의 긴 여정을 다양한 테마로 보여준다. 최초의 아시아 이주민인 호모 에렉투스, 전곡에 자리를 잡은 한반도 고인류의 생활상 등이 생생한 조형물과 전시 패널을 통해 소개된다. 특히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이라 이름 붙여진 조형작품은 화석인류의 진화 과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감동을 전한다.

가장 중요한 전시물은 역시 전곡리 선사유적에서 발견된 석기들이다. 1979년부터 2011년까지 17회 이상의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된 전곡리 선사 유물은 형태와 물량에서 한반도 고고학사의 획기적인 이정표를 찍었다. 아프리카의 아슐리안 석기 형태를 갖춘, 동아시아에서 처음 발견된 주먹도끼를 비롯해 사냥돌, 주먹찌르개, 긁개, 홈날 등 다양한 형태의 석기들을 살필 수 있다.

마침 얼마 전 고양시 도내동에서도 어마어마한 구석기 제조 공장터로 추정되는 대규모 유적이 발견되었으니, 선사 유물 발굴과 전시의 선배격인 전곡선사박물관의 소장품과 전시 프로그램에 각별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전곡선사박물관에 진열된 매머드 골격 조형물.
인류 진화의 위대한 여정을 표현한 전시물.
전곡선사박물관의 세련된 외관.

 

주상절리 · 베개용암 신비한 절경 줄줄이

■ 한탄강 국가지질공원

 

이번에는 차를 몰고 연천의 특별한 지질 명소를 서너 군데 돌아보자. 연천은 한탄·임진강 국가지질공원의 중심지다. 사실 지질공원이라는 말 자체가 좀 생소한데, 국제적으로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명소경관을 자연자원·문화자연과 연계해 이용하고자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지정하는 지역이다. 2011년 도입된 이후 현재 10개의 국가지질공원과 2개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제주도, 청송)이 지정돼 있다.

한탄강·임진강 유역이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이유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현무암 지대가 물줄기에 의해 침식되며 형성된 아름다운 협곡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개 현무암 주상절리(기둥모양으로 쪼개진 바위가 늘어선 절벽)는 제주도에서 보듯 바닷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한탄강 유역은 독특하게도 강 협곡을 따라 주상절리와 폭포가 곳곳에 포진하며 나들이꾼들의 발길을 맞는다. 일반인의 눈에는 그저 신기한 경치지만, 지질학자의 눈에는 신비하고 놀라운 암석층이 즐비한 보고라 한다. 전곡선사유적지가 한반도 인류의 시원을 더듬는 여행이었다면, 한탄강 지지공원 나들이는 한반도 땅덩어리의 오랜 비밀을 찾아가는 또 다른 시간여행이다.

지질공원은 10곳의 관람 포인트가 있는데, 우선은 선사유적지 근거리에 자리한 세 곳을 차례대로 들러보자.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강변에 60m 높이로 우뚝 솟은 좌상바위다. 안내 리플릿을 살펴보니 화산의 화구 주변에서 마그마가 분출하며 그대로 굳어져 만들어진 바위라고 소개하고 있다. 인근 궁평리 마을에서는 예부터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여겼다 한다. 강변 산책로로 접근해 감상해도 좋고,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궁신교 위에서 물줄기와 한 화면에 잡히는 경관을 감상해도 멋지다.

좌상바위 지척에는 아우라지 베개용암이 있다. 아우라지는 정선에만 있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두 개의 강줄기가 어우러져 합쳐지는 어귀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한탄강댐에서 내려오는 물과 포천에서 흘러오는 물이 합쳐지는 연천 아우라지에 자리한 베개용암은 현무암이 둥근 베개 모양으로 차곡 차곡 쌓여졌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역시 강가에서는 발견되기 힘든 아주 드문 경관이라 한다. 베개용암 건너편에 전망대와 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암석 구조를 세밀히 구경하기에 좋다.

연천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재인폭포다. 말 그대로 한탄강 일대에서 으뜸으로 손꼽히는 명승이다. 북쪽의 산지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줄기가 18m 높이의 현무암 주상절리 절벽으로 떨어지는 장관이 펼쳐지는 곳이다. 줄타기를 하는 재인(才人)과 아내의 아름답고 슬픈 전설을 품은 곳이기도 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던 폭포는 겨울을 맞아 거대한 빙폭으로 변했다. 폭포 위에 설치된 반원형 전망대에 오르면 바닥의 투명한 아크릴판 아래로 아찔한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지질 명소 나들이는 한탄강댐 물문화관에서 마무리하자. 댐 아래 재인폭포 오토캠핑장 옆에 마련된 물문화관에는 한탄강의 지질과 명소를 소개하는 영상과 전시물이 마련돼 있어 오랜 과거를 더듬는 연천에서의 한겨울 시간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한탄강 국가지질공원 명승의 하나인 좌상바위. 궁신교 위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한탄강 국가지질공원 명승 중 하나인 아우라지 베개용암.
웅장한 수직 빙벽으로 변신한 한겨울의 재인폭포
한탄강 물문화관 내의 한탄강을 형상화한 전시물.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 : 031-832-2570
전곡선사박물관 : 031-830-5600
한탄강 국가지질공원 : 031-839-2041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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