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회 고양포럼 신년토론회>

15일 일산동구청에서 열린 고양포럼 토론회에는 시민 130여 명이 참석했다.

6·13 지방선거 후보자 ‘시민이 평가하자’

[고양신문] 지난 15일 일산동구청에서 고양신문 주관으로 열린 신년토론회는 기존의 고양포럼 참여단체뿐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시민단체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했다. 다가올 지방선거에 ‘지역시민사회가 연대해 후보자를 직접 평가하자’는 이번 토론회 주제에 시민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130여 명의 방청객들은 패널들의 토론에 귀를 기울였고, 패널토론이 끝난 후 일부 방청객들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고양신문이 주관했고, 고양YWCA·고양YMCA·고양시걷기연맹·고양작가회의·한국종교인평화회의·두레협동조합·통일을이루는사람들·행복한미래교육포럼·고양파주흥사단·고양평화누리가 공동주최했다. 토론회에는 시민단체인 고양시민회, 고양 시민의눈,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시민모임, 에코코리아, 도시농업네트워크 등과 함께 전교조, 학교운영위원회, 고양평화청년회, 자유청소년도서관, 월드비전 경기북부지역본부, 작은도서관협의회, 새마을회 등의 다양한 단체들이 참석했다.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등 지역의 진보정당 관계자들도 참석해 토론회에 관심을 보였다. 또한 일부 시장출마 예정자들과 현역 시의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토론회 주제발표는 이종구 성공회대 교수, 이영아 고양신문 발행인이 맡았고 패널토론에는 이성한 고양시민주권회의 공동대표, 권명애 고양시민회 공동대표, 김도환 고양YMCA 사무총장, 김동욱 고양청년네트워크파티 회원이 나섰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 내용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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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성공회대 교수

이종구 성공회대 교수
"지방선거 통한 지방분권시대 개막"

고양시민사회는 과거에도 지방선거와 지방자치에 적극적인 개입을 시도했다. 2010년과 2014년 무지개연대를 통해 시민사회가 원하는 정책을 제안하고 지지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참여민주주의의 모범사례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과거 지방선거 때는 어렵게 정착되어온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려는 보수정권의 행태를 우려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촛불혁명과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보수회귀에 대한 우려는 사라졌다. 대신 지방자치 내실화를 위한 정치적 선택 방향을 결정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 6·13 지방선거에 대비해 시민사회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거대 담론보다는 주민생활과 밀착된 쟁점을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논의할 것 ▲후보는 향우회와 같은 연고와 개별이익을 추가하는 구태를 벗어나 지역의 장기적 발전에 기여하려는 자세를 갖출 것 ▲‘지방분권’ 실현의 구체적 의미에 대한 시민사회 내부의 공론화 과정 필요 ▲시민사회가 시의회·시장·공무원과 협력하고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는 것 등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영아 고양신문 발행인

이영아 고양신문 발행인
"시장후보 평가, 100개 단체가 연대한다면"

분권은 소리 없는 혁명이다. 근대화 이후 중앙집권적 체제에 길들여져 있던 사회가 분권의 시대로 가고 있다. 혁명을 이루기 위해선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지역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도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촛불혁명의 결과 우리가 따낸 것은 바로 ‘분권’이다. 소수에게 집중된 권력에 저항했고 그 결과 권력을 분산해 시민들의 권한을 늘리는 분권의 사회로 접어들게 했다. 그렇다면 분권시대를 앞두고 있는 역사적 순간에 고양시민사회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분권시대에 접어들면 시장의 권한이 강화될 거라고 하지만 진정한 분권은 시장이 권한을 시민들에게 얼마나 내놓느냐에 달렸다. 시장은 그 강화된 권한을 주민자치위원회와 시민사회에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작은 단위의 의사결정권자들이 결정을 내리게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시정을 펼쳐야 한다. 지방분권 시대에 권력자의 개인기는 중요하지 않다.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여러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그에 따라 행정력을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방선거 후보는 정당공천을 미리 거친다. 그 전에 시민사회가 정당에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가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고양시에서 활동하는 100개의 시민단체가 모여서 고양시장 후보의 자질과 비전을 평가해서 점수를 매겨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100명의 평가위원이 낸 점수를 모아 정당에 알리고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시민사회 눈으로 본 평가가. 그러니 정당에서 받아들여 달라’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과거 무지개연대가 시정공동운영이라는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던 것은 뿌리가 약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마을과 생활에 기반을 둔 시민모임이 고양시 곳곳에 활발하다. 다양한 시민모임에서 분권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면 대치의 접점은 과거처럼 이념과 여야가 아닐 것이다. 분권은 중앙체제에 맞서는 새로운 체제이기 때문이다. 분권에 대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들이 모두 연대해야 한다. 우리가 뽑은 시장을 우리가 견인하고 야단칠 수 있도록 시민사회 내에 폭넓은 틀거리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성한 고양시민주권회의 공동대표

이성한 고양시민주권회의 공동대표
"다양한 시민들 참여한 ‘정책 제안대회’ 개최하자"

지난 겨울 광장에서 외쳤던 시민들의 뜻을 지방선거에서 관철시켜야 한다. 공천이 끝나면 후보를 바꾸기 어렵다. 특히 고공 지지율의 민주당이 공천 이후 시민사회의 말을 들을지 의문이다. 공천 전에 후보 선정에 관여하고 우리의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지역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개혁과제를 모아내고, 그 정책이 주요 이슈로 제기되도록 시민사회가 연대의 틀을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 다수의 고양시민들이 참여하는 정책컨퍼런스나 토론회, 정책 제안대회 등이 개최돼야 한다. ‘시민 불만 표현대회’라 불러도 좋다.

가칭 100인위원회를 통해 후보 공천 기준을 정하고 공표해서 각 정당에 개혁적 후보를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부적합 후보에 대해서는 당선 반대 운동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의 후보는 시민들이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인 시정운영을 약속하는 풀뿌리 일꾼이어야 한다.

 

권명애 고양시민회 공동대표

권명애 고양시민회 공동대표
"시민의 힘으로 지역정치 개혁하자"

분권에 동의하는 단체들이 모여 시장후보를 평가할 수는 있을 것 같지만, 사실상 보수와 진보 사이에는 커다란 벽이 존재한다. 평가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복잡한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100인 평가단이 효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정당공천 전에 자질 있는 후보를 내놓으라는 요구는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0년 고양무지개연대는 야5당의 정책연대, 후보연대화 함께 ‘지방정부 공동운영’을 포괄하는 선거연합이었다. 그러나 시정공동운영은 이후 자문기구 수준을 넘지 못했고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활동가들이 들러리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은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기초의원선거에까지 정당공천제인 현 지방선거. 과연 정당이 시민들이 요구하는 후보만을 공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의회의 거대 정당 독식을 막으려면 진보정당 후보들도 의회에 두루 진출해야 한다. 현재 제도상으로는 그 문이 너무 좁다. 선거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에 2인 선거구를 4인 선거구로 조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 역량있는 후보를 내놓으라고 정당과 공천권자에게 요구해야 한다. 반 개혁적 구태 정치인, 지역 활동이 없었던 낙하산 정치인은 절대 공천하지 말라고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김도환 고양YMCA 사무총장

김도환 고양YMCA 사무총장
"정치인 아닌 마을전문가 뽑아야"

중단 없는 개혁이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선거법과 정치관계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지방권력 교체를 위해선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이나 ‘4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 ‘지역정당 도입’ 등이 필요하다.

시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해선 ‘참여’와 ‘교육’이 필수다.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민주시민교육을 통한 지역토대 구축방안도 필요하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혁신적인 정책들이 수용되고 정책에 반영되는 과정이다. 또 중앙정치를 답습하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마감해야 한다. 마을전문가와 지역전문가가 선출되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

 

김동욱 고양청년네트워크파티 회원

김동욱 고양청년네트워크파티 회원
"청년과 정치적 소수자 대변하는 후보 나와야"

선거제도의 핵심인 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이 청년시대를 대표하는 당사자의 등장을 차단하는 진입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 고양시 인구 중 27%가 20~30세다. 하지만 현재 시의회 31명 중 30대 이하 의원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인지 어렵게 준비한 청년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치인들의 근거 없는 모함과 방해를 받기도 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만들어갈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 운동들이 있다. 국회의원에게 청원을 하는 시민참여 입법 플랫폼인 ‘와글’과 신인 정치인의 등장을 도울 수 있는 청년 정치인 펀딩 플랫폼 ‘바글’이 그것이다. 두 가지 모두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벗어나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매력적인 플랫폼들이다.

이번 선거에선 청년을 비롯한 정치적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후보가 등장했으면 한다. 정치적 약자, 사회적 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 민주주의 토대가 뿌리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신용인 제주대 교수

동장 ‘주민 선출’ 공약으로 요구하자

패널토론 이후 방청석에 있던 고양시민들도 다양한 의견을 냈다.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분권이란 말보단 ‘마을원권’이란 말이 더 맞다”며 “권한(권력)의 원천은 작은 단위인 마을에 있고 작은 단위가 할 수 없는 것을 위해 큰 단위 권한이 보충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 교수는 작은 풀뿌리 단위인 동 단위의 대표를 주민들이 직접 뽑아 마을 자치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제도상으로도 시장이 마음만 먹으면 동장의 주민선출이 가능하다”며 “시장 후보들에게 동장의 주민선출을 공약으로 요구한다면 당장 올 하반기부터 마을 단위의 자치권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민은 이날 토론에서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은 것에 답답해하기도 했다. “원론적인 얘기보단 어떻게 평가할지를 빨리 논의하자”고 요청했다.

이에 이성한 주권회의 공동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한 시민사회의 첫 번째 공개토론회기 때문에 지금은 물꼬를 트는 단계”라며 “100인 평가위원회 등 오늘 나왔던 몇 가지 제안들이 시민사회 내에서 논의 중에 있다. 지속적인 여론수렴을 통해 합의된 내용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일산동구에 산다는 한 시민도 “이번 토론회는 ‘시민이 평가하자’라는 말 때문에 참석했다. 사실 출마 예정자 정보와 평가방법을 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후보자들이 어떤 정책을 내놓아야 하며, 현 시장은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자리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영아 발행인은 “다음 토론회는 후보자 초청 토론회가 될 수도 있다”며 “그때 꼭 같이 평가하자”고 답했다.

이찬경 시민의눈 회원은 “홈페이지를 마련해서 온라인 상에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들을 수 있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풍동에 거주하는 언론인 박수택씨는 “시장은 거창하고 추상적인 얘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 지방정치는 시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풀어줘야 한다. 시민들의 삶에 뭐가 중요한지를 살피는 시장이 나와야 한다.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시민모임의 장은정씨는 “대통령을 바꿨지만 적폐세력은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시장이 바뀌더라도 토대(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문제는 여전할 것”이라며 “시의원의 경우 1~2등만 당선되는 지금의 선거제도에서는 다수당끼리 대립하는 구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4인 선거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니 시민사회가 선거법 개정에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아 발행인은 “고양시에는 직업적 시민운동가와 참여적 시민,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학자들이 많다”며 “이런 분들이 모두 모여 시민주권을 요구해야만 분권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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