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철들어볼까요> 절기이야기 ⓵입춘

[고양신문] 당신은 철든 사람입니까? 철이 든다는 것은 '때를 안다'는 뜻이랍니다. 요즘은 제철이 아니어도 과일을 먹을 수 있고, 냉난방으로 계절을 잊고 살다보니 때를 모르고 살아가는 듯합니다. 올해는 절기이야기를 통해 철들어 보시죠. <편집자 주>

 

눈을 녹이고 올라온 노오란 꽃을 피우는 봄의 전령사, 복수초 <사진= 이성오 기자>

절기는 태양이 지나는 길(황도)을 15도 간격으로 나눈 스물네 개의 지점이다. 해님의 걸음걸음에 24절기가 놓여있다. 그래서 한자를 보면 ‘節氣(절기)’, 기운의 마디다. 해님의 스물네 걸음을 잘 관찰하고 변화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절기살이다. 이번 호에서는 한 해의 첫 절기인 입춘을 알아본다. 

동장군이 영하 20도에 가까운 맹위를 떨치고 있으니 ‘입춘같은 소리하네’,하겠지만 어느새 2월4일이 입춘이다. 봄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무슨 입춘이란 말인지. 입춘을 한자로 보면 入春이 아니라 立春이다. 봄을 세운다? 봄(春) 기운이 만들어지는(立) 시기라는 뜻이다. 다 준비된 봄이 ‘이제 봄이다’하고 들이닥치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봄을 준비하는 시기로 받아들여야할 것 같다. 


‘입춘에 장독 깨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입춘 무렵은 아직 춥다. 봄이라면서 왜 추울까. 밤이 가장 긴 날은 동지다. 동지 다음날부터 해가 조금씩 길어진다. 그래서 동지를 한 해의 시작, 하늘의 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매일 조금씩 길어지는 해가 아주 조금씩 땅을 달구기 시작하면서 땅에도 봄이 찾아온다. 땅이 따끈하게 데워지지 않아 아직은 춥다. 자동차 시동을 걸고 엔진을 예열하듯 땅 위 세상이 슬슬 덥혀지고 있다고나 할까. 


자연계에서는 입춘 무렵 어떤 일이 생길까. 옛 사람들은 입춘 절기를 5일씩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동풍이 불어서 언 땅을 녹이고, 중후(中候)에는 동면하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말후(末候)에는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했다. 꽁꽁 언땅이 녹으면서 겨울잠 자던 곤충들이 슬슬 기지개를 켜며 강물 속에서는 얼음이 녹아 물고기가 헤엄친다. 땅 위의 생명들이 추워서 꼭 감은 눈을 차마 뜨지도 못한 채 어디선가 느껴지는 온기에 몸을 꼬물거리며 기지개 켜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직 춥기는 하지만 낮에는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기 시작하고, 산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숲에 들어가면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도 들려온다. 나무와 풀과 곤충과 새들이 봄맞이를 준비하는 입춘에 사람은 무엇을 해야할까.
옛사람들은 입춘에 적선공덕행이라 하여 아무도 모르게 좋은 일을 해놓았다. 밤중에 몰래 냇물에 다리를 놓거나 거지 움막에 밥을 한솥 갖다 놓는 선행을 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몰라야 적선공덕행이 완성된다. 자선냄비에 기부금을 넣거나 어려운 집에 쌀 한 자루 갖다두는 등 나만의 선행으로 봄을 맞아도 좋을 듯하다. 


입춘, 봄을 준비하는 날에는 가족이 모여 앉아 한 해의 소원과 목표를 적어서 소원상자에 넣어두고 계절이 바뀌는 입절기(입하, 입추, 입동)에 꺼내어 잘 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것도 철든 사람이 되어가는 비결이겠다. 
입춘 즈음에는 호수공원에 복수초가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한다.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복수초를 만나러 가야겠다. 

입춘무렵 땅을 뚫고 올라오는 복수초. <사진= 이명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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