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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갈피마다 행복하고 아픈 추억 가득
  • 정미경 시민기자
  • 승인 2018.01.29 10:53
  • 호수 1356
  • 댓글 0

'고맙습니다, 내 인생' 창작 그림책 프로젝트
2월 5일부터 화정도서관 등 순회 전시

 

주엽어린이도서관 주관으로 진행된 '고맙습니다, 내인생'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된 그림책들


[고양신문]  “부엌 천장에서 뭔가 느닷없이 툭 떨어진다. 작은 초록 도마뱀이 얼른 숨어버린다. 하마터면 끓고 있는 국솥에 빠질 뻔했다. 깜짝 놀랐지만 작은 도마뱀이 귀엽게 보였다. 자세히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강원도 인제군 시골마을에서 4년 동안 살았던 장인희 어르신이 그곳에서의 즐거웠던 한순간을 ‘도마뱀’이라는 제목으로 묘사한 글이다. 『머구너미』라는 제목의 이 그림책은 주엽어린이도서관이 고양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20주간 진행한 ‘고맙습니다, 내 인생’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 결과물 중 하나다.

이 행사를 통해 25명의 어르신들이 다양한 그림책을 만들었다. 현재 이 책들은 고양시 전역 17개 공공도서관에 비치됐다.
 

장인희 어르신의 '머구너미' 그림책 속 '도마뱀'

 
25명 어르신들의 진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담아 

여성 참가자 중 제일 고령인 강대남(78세) 어르신은 『엄마의 목화밭』이라는 그림책의 표제시에서 6살 꼬마가 엄마와 목화를 따러 갔던 추억을 시로 노래해 읽는 이들에게 뭉클함을 전한다.

엄마 이거 뭐 할 거야? / 꼬마 물음에 / 우리 아기 새색시될 때 / 혼수 이불 꾸밀꺼… // 그 엄마는 / 9살 어린딸 이 세상에 / 남겨두고 / 멀리 멀리 하늘나라 / 가시였다네. / 그 엄마 그 목화밭 / 너무 그리워 / 지금은 없어진 지 오랜 / 이곳에 나 홀로 / 외로이 서서 / 그 옛날을 그려봅니다.

어려서부터 작문과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다는 김영주 어르신은 『꽃이 피는구나 바람이 부는구나』에서 빼어난 감수성과 글 솜씨를 보여준다. 김 어르신은 경기콘텐츠진흥원 공모사업에도 당선될 정도로 뒤늦게 자신의 재능을 다시 찾았다. 그램책 속 ‘결혼하고 딸을 낳고 이집트에서 살았는데…’라는 글을 보자.

사막을 달린다./ 길은 한 줄/ 가도 가도 그 자리 / 이쪽저쪽 어디를 보아도 / 똑 같은 빛깔 / 노란 콩가루 같은 모래 더미들 / 스르륵 스르륵 녹아 흐를 듯 // 갑자기 나타난 사막 개 / 떼 지어 자동차를 쫓아온다 // 자동차가 이렇게 느린 줄 / 평지가 이렇게 불안한 줄 / 노랑이 이렇게 뜨거운 색 인줄 // 잠이 든 딸 아이를 꼭 붙잡고 / 나 혼자 깨어 있는 듯하다 / 작은 움직임도 회오리바람을 / 일으킬 것 같아 아무 말도 못하고 / 호흡조차 내려 앉는다.// 아… / 우리는 사막의 모래알과 뭐가 다를까 / 하나 더 알고, 한 개 더 갖고 / 미움도 원망도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 바람이 불면 스러질 것을 / 다 모래가루인 것을.

90세의 나이로 최고령 참가자인 조용서 어르신은 현재 병원이나 요양원, 어린이집에서 마술도 하고 영화감독도 하며 멋진 노년을 즐기고 있다.  『조용서의 힐링』에서 40세 때 월남에서 항만하역근로자로 일한 경험, 2014년 서울노인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로 입상한 일, ‘EBS 1TV 장수의 비밀’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야야기, 서울노인복지센터 라디오 DJ로 활동한 모습, 미국과 중국 여행을 다녀온 일 등 개인사에서 인상적인 일을 수준급의 그림 솜씨로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90세 최고령 조용서 어르신의 그림책 '조용서의 힐링' 중 한 대목

 
화정도서관, 고양시청갤러리 등 순회 전시 예정

지난해 11월 주엽어린이도서관에서 출판기념전시회를 시작으로 1월 23일까지 아람누리도서관에서 책 속 그림 1점씩을 골라 액자로 만들어 전시를 마쳤다. 2월 5일부터 2월 25일까지는 화정도서관 1층 꽃뜰에서, 3월 2일부터 3월 16일까지는 고양시청 갤러리에서 순회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어른신들 자신이 주인공이 돼 직접 그림책을 만듦으로써 참가한 모든 분들께 큰 기쁨을 선사했다. 더불어 내 할머니나 할아버지 같은 분들이 만든 그림책을 도서관을 찾는 많은 어린이들이 볼 수 있어 더 큰 울림을 만들고 있다.

주엽어린이도서관 고은실 사서는 “지난해 어르신들이 인생을 뒤돌아보는 자서전적인 그림책을 만들었다면 올해는 창작 그림책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도서관도 가세한다. “주엽어린이도서관에서는 어르신들이 직접 그림책 작가가 돼서 창작을 할 예정이고, 아람누리에서는 시쓰기를, 화정도서관에서는 수필쓰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림책갤러리, 세계어린이도서실 갖춘 주엽어린이도서관

2006년에 개관한 주엽어린이도서관은 1층에 열람실 외에 1.5층에는 '꼼지락 꼼지락 그림책 갤러리'가 있다. 이곳에서는 책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현재 장선환 작가의 그림책과 그림들을 볼 수 있고, 1월 27일(토) 2시와 2월 24일(토) 2시에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2층에는 2016년에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 만들어진 '세계어린이도서실'이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그림책 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책들이 구비돼 있다.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찾기에 좋은 곳이다.
 

주엽어린이도서관 내 '세계 어린이 도서실'에서 함께 책을 보고 있는 모자

 

주엽어린이도서관 내 '꼼지락 꼼지락 그림 갤러리'에서 진행중인 장선환 작가의 그림책과 그림 전시 모습
 

정미경 시민기자  gracesoph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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