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제3통 마을회관에는 주민투표가 아닌 면접으로 뽑힌 현 통장의 위촉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이럴 거면 왜 투표했나, 주민 우롱”
“양측 합의하에 소각, 문제 없어”
동장면접으로 소각 주도한 후보 선출
일부 주민들, 재투표 실시하자 주장


[고양신문] 덕양구 고양동 벽제3통 통장선거 투표용지가 개표도 하기 전에 곧바로 소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투표에 참여한 마을주민 100여 명은 “통장을 뽑기 위해 마을회관에까지 힘들게 나왔는데,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몇 사람이 모여 투표용지 소각을 결정했다”며 “이럴 거면 애초에 투표를 왜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통장선출은 주민투표 대신 동장‧주민자치위원장‧통장협의회장의 면접으로 결정됐는데, 면접결과 투표용지 소각을 주도했던 측 후보가 통장에 선출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급기야 일부 주민들은 신임 통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주민투표를 재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실시된 고양동 벽제3통 통장선거에는 2명의 후보가 나왔다. 오후 6시 투표 후 주민들이 마을회관 앞에 모여 개표를 기다리고 있자 선거 참관인 등은 ‘모여 있지 말고, 멀리 흩어질 것’을 종용했다. 마을회관에서 멀리 떨어져 기다리던 주민들은 개표시간이 됐음에도 개표결과가 나오지 않자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A후보측 선거관리인이 선거규정 위반을 이유로 투표무효를 주장했고, B후보측 선거관리인이 동의했다며 100여 장의 투표용지를 모두 소각하고 말았다.

B후보는 “후보 당사자에게 위반사실을 알리지도 않고 소각했다. 또한 A후보측이 주장하는 위반사실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선거의 주인공인 주민들 동의 없이 투표용지를 소각한 사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도 분통을 터뜨렸다. 한 주민은 “선거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현 통장이 선거 전날 B후보자 집에 방문했다는 것, B후보가 노인정에서 식사를 대접한 것도 아닌 그냥 같이 밥을 먹은 것 등을 트집 잡았다. 심지어 투표 후 주민들이 마을회관 앞에 모여 있는 것이 불법 선거운동이었다고 주장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은 “A후보측 주장대로 선거 전날 위반사항이 있었다면 그 전에 상대 후보자격을 박탈하거나 했어야지, 사람들 모아서 투표시키고 곧바로 투표용지를 불태우는 것은 무슨 경우냐”며 한탄했다.

이에 대해 투표용지 소각을 주도했던 A후보측 선거관리인은 “투표용지 소각 결정을 마을주민들과 상대 후보자에게 직접 알리지는 않았지만, 상대 후보자측 선거관리인과 합의하에 결정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주민들은 “이런 부조리한 일을 바로 앞에서 목격하고도 방관한 주민센터 직원 2명(선거 참관인)도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며 "주민투표를 다시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규칙을 정해 실시하는 통장선거에 공무원이 개입하기 보다는 참관인으로서 질서유지에 집중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벽제3통은 서울시립승화원 보상문제(부대시설 운영 등)를 다루는 10개 단체 중 하나다. 또한 전통적으로 마을기금운영 등 자금관리에도 통장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통장선거는 선관위 주도로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다. 지역별로 생활선거를 선관위가 관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관할 선관위는 통장선거까지 관리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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