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동 골목 간판 나들이

80년대 풍경 간직한 주교동 주거지
개성 담긴 흥미로운 간판 가득 

 

'미용실'을 고풍스런 한자 입체간판글씨로 적어 넣은 '이재임 미용실'.


[고양신문] 세상에서 가장 짧지만, 가장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글짓기는 뭘까. 정답은 ‘작명’이다. 올해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한 정수남 작가의 연작소설 ‘우리동네풍경’에는 파라다이스 실내낚시터, 실로암 목욕탕, 가나안 기사식당 등 구체적인 업소 이름이 등장한다. 작가가 각각의 사업장 이름을 거저 지었을 리 없다. 소설의 주제인 ‘서민들의 소박한 일상과 행복을 향한 열망’을 투영한 이름으로 지었다는 게 정 작가의 설명이다.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아니 어쩌면 소설가보다 더 진지하고 절실하게, 자영업 사장님들은 자기 가게의 간판 이름을 정한다. 왜 아니겠는가. 사업의 성패, 가족들의 생존, 지역에서의 존재감 등 모든 것에 영향을 줄 단 하나의 단어가 가게 이름이니 말이다. 생계형 자영업자들에게 가게 이름 작명이야말로 ‘신의 한 수’를 고대해야 하는 지상 최대의 미션이다.

주교동, 간판 구경하기 가장 좋은 동네

오래간만에 여유로운 동네 골목길 나들이를 나섰다. ‘간판 구경’이 오늘의 테마다. 흔하디흔해 거리 미관을 해치는 ‘공해’로 치부되기도 하는 간판이 무슨 구경거리가 되냐고 묻는다면, 간판이야말로 디자인적으로는 시대의 감성을, 내용으로는 서민들의 먹고 사는 일상을 살필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라고 대답하리라. 나아가 간판을 내건 누군가의 소박한 바람과 간절한 열망까지 읽어낼 수 있다면 이보다 근사한 나들이 테마가 또 있겠는가.

살펴볼 간판의 범위는 소규모 자영업으로 잡았다. 당연히 대형 사업장이나 프랜차이즈 매장 간판은 관심에서 제외. 적어도 이름 작명을 주인장이 직접 했을 거라 짐작되는 간판이어야 한다. 어느 동네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시청이 자리한 주교동 일부로 결정했다. 시청앞 오거리에서 원릉역으로 이어지는 원당로와 마상공원과 원당초등학교를 감싼 마상로, 그리고 고양시청로가 서로 엇갈리며 폐곡선을 그리는 지역이 오늘의 간판 산책 구역이다.

104만 고양시정을 책임지는 시청과 시의회청사가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교동은 80년대쯤 완성된 주거 밀집형 마을 모습과 생계형 자영업 중심의 상권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는 장소다. 30여 년쯤 시간이 흐름을 멈춘 곳이라고나 할까. 당연히 처음 만들어진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다양한 간판들을 골목을 꺾을 때마다 만날 수 있다. 가게 이름을 살피랴, 수첩에 적으랴, 중간중간 사진도 찍으랴, 겉보기엔 하릴없는 듯 보여도 나름 분주하게 움직이며 발길을 옮기다보니 어느새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종류도 다양, 개성도 천차만별

주교동엔 대체 몇 종류의 자영업소가 있을까? ‘셀 수 없음’이 답이다. 업종 구분 카테고리만도 40여 개가 넘어 만들다가 포기해버렸다. 도대체가 특정한 업종으로 구분하기 애매한 간판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름이 긴 장문의 간판들이 산책자의 판단을 곤란하게 한다. 예를 들자면 그림이있는고양아트갤러리라는 긴 이름의 간판을 걸어놓고 차를 파는 곳은 화방인지, 미술관인지, 찻집인지 구분이 애매하다. 그런가하면 현미랑누룽지랑백세통밀은 식품점일까, 아니면 건강업소일까? 그밖에도 고양사랑우리우유센터, 이야기마을통합논술독서토론방 등 길고 복잡한 이름이 곳곳에 숨어있다. 부르키나시어버터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도무지 뭐 하는 가게인지 알 길이 없다.

물론 업종이 명백한 가게가 대부분이다.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업종은 예상처럼 식당이다. 기자가 메모한 이름만도 50개가 넘는다. 식당 이름에는 타 지역 지명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횡성시골밥상, 의정부부대찌개를 비롯해 여주, 목포, 수원 등 전국 팔도 지명이 다 등장한다. 고향식당, 일품횟집처럼 다른 동네 어디서도 만날 수 있는 흔한 이름도 있지만, 장어와 비아그라를 합친 장어그라, 이름부터가 퓨전한 키친몬스터서민식당처럼 튀는 이름도 있다. 

그런가하면 도대체 작명의 의도를 짐작하기 힘든 독특한 이름도 눈에 띈다. 준델몬트탕전문이 주인공. 평범한 탕집을 준델몬트라 지은 까닭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돈·꽃방석식당은 이름에 가운데 점이 들어간 유일한 식당이다. 주교동만의 특성이 배어나는 이름도 몇 있다. 벵게털내기전문점은 고양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즐기던 털내기(국수나 수제비를 넣어 끓이는 민물매운탕의 일종)를 내는 집이다. 홍탁은 막걸리를 곁들여 즐기는 홍어를 일컫는 이름으로,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음식 이름인데, 주교동엔 홍탁집을 간판에 적어 넣은 가게가 둘이나 된다. 어쨌든 그 많은 가게들이 나름대로의 이름을 내걸고 매일 먹거리를 만들어 팔고, 그 음식을 누군가가 사 먹으며 오늘 하루도 서로의 생계를 지탱해 나간다는 사실이 새삼 경이롭다. 
 

토스트집 이름 치곤 지나치게 열정적인 '불타는 토스트'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홍탁'이라는 이름을 내 건 오래된 식당.


자영업 간판, 서민들 꿈과 열망 들여다보는 창 

옷수선 가게 지금도 세 곳이나

인간사 기본 조건이 먹는 것과 입는 것, 그리고 잘 곳이다. 먹거리를 해결했으면 입을거리를 찾아보자. 의외로 주교동엔 옷가게는 달랑 셋뿐이다. 그마저도 아주 고전적인 이름을 단 곳들 뿐이다. 나래의상실과 현의상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신앙촌상회다. 의상실이나 신앙촌 모두 80년대에나 어울릴법한 이름 아닌가. 간판에는 오래 전 고양군 시절에 쓰던, 62로 시작하는 두 자릿수 전화번호 국번도 적혀 있다. 참고로 광역단위 지역번호를 쓰기 이전 고양군 지역번호는 0344였다. 이 역시 주교동의 오래된 간판에서 어렵잖게 발견되곤 한다.

옷가게와 사촌 격인 수선집도 주교동엔 세 곳이나 된다. 깔끄미, 은희네, 두영이네 옷수선집이 지금도 얌전하게 미싱을 돌리고 있다. 옷을 고쳐 입거나 덧대 입는 일이 먼 과거의 풍습처럼 여겨지는 요즘, 수선 가게가 셋이나 된다는 점이 신기하고 정겹다. 재밌는 것은 깔끄미 옷수선집은 가로 간판과 돌출 입간판의 글자가 서로 달라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하나는 깔끄미인데, 하나는 깔끔이로 표기된 것. 어느 간판이 오타일까. 어쩌면 두 이름을 다 놓치기 싫었던 사장님의 의도적 병기였을지도 모르겠다.
 

손재주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나는 '깔끄미 옷수선'. 자세히 보면 세로 돌출간판은 '깔끔이'다.


여성 1인 사업장의 대표주자, 미용실

미용실도 스무 개에 이른다. 여자들이 홀로 창업하기 가장 좋은 직업이 미용실이라던데, 가위 기술 하나 제대로 배워 가족들 먹여 살리는 씩씩한 엄마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헤어스타일을 매만지는 이들이 지었기 때문인지, 미용실 이름은 나름 멋과 개성이 넘친다. 일단 단순하게 미용실부터 헤어샵, 뷰티샵, 미용타운, 헤어연출, 머리방 등 업종 표기부터가 다양하다. 여기에 아르떼, 제이, 가나안 등 외래어로, 또는 깍꾸뽁구 등 순 우리말로 된 이름이 붙는다. 하지만 가장 많은 작명 스타일은 주인장의 이름을 당당히 박아 넣는 곳. 덕분에 주교동 골목길 산책자들은 이재임, 장은혜, 박찬숙, 손연주씨가 주교동에서 미용 기술로 먹고 산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귀여운 어감의 '미용실 깍꾸뽁꾸'



이처럼 가게 이름에 자신, 또는 가족의 이름을 넣는 것은 70~80년대의 보편적인 작명법의 하나였나보다. 물론 이름을 넣는 대상도 업종에 따라 달라진다. 식당이나 분식집, 수선집 등에선 채민이네백반집 하는 식으로 아이 이름을 내세우지만, 미용실처럼 오너의 존재감이 부각돼야 하는 업종에서는 당당히 사장님의 이름을 거는 것이다. 이름을 건다는 건 자신, 또는 우리 가족의 성실함이나 정직함을 믿어달라는 고객을 향한 무언의 요청이나 다름없다.
 

'박진 건강원'. 주인장 이름을 당당히 내 건 간판에서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엿보인다.

 
 하룻밤 몸 누일 곳을 찾아

집과 관련된 가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건축자재를 파는 건재상이 서너 개, 오히려 집을 수리하거나 작은 공사를 처리하는 인테리어 공사 간판이 많이 눈에 띈다. 이 역시 수선집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 맥락으로 읽힌다. 집 안의 크고 작은 공사를 스스로 결정해서 진행해야 했던 시절의 흔적이라는 말이다.

집 이야기가 나왔으니 주교동의 일반적인 주거 형태를 살펴보자. 이곳에는 3~4층 규모의 소형 연립주택들이 가득하다. 70~80년대 서울은 인구 팽창을 감당하지 못해 외곽지역의 소규모 읍락에 인구 분담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그러한 배경에서 우후죽순처럼 지어진 연립주택들이 십여 년 전 휘몰아친 재개발의 광풍을 겨우 피하고 ‘빌라’라는 이름을 달고 여전히 주교동의 주요 거주 공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원, 장수, 진선, 효자, 부궁, 평화, 은하, 우진, 삼림…. 대부분 두 글자의 평이한 이름들 가운데 소박한 이름이 하나 눈에 띈다. 개나리빌라. 적어도 요즘 유행하는 무엇무엇 파크나 힐보다는 훨씬 정겹지 않은가.
 

현관 입구에 소박하게 연립주택 이름을 적어넣은 '명선빌라'



재밌게도 ‘파크’는 우리나라의 건물형태에 다양하게 쓰이는 멀티플레이어다. 앞에서 보았듯 연립주택에 붙기도 하고, 규모가 좀 큰 고깃집에 붙기도 하지만 원조는 모텔이다. 주교동에도 유명파크, 낙원파크, 로얄파크 등 다양한 이름의 ‘실내 공원’들이 눈에 띈다. 그밖에도 실크로드, 크라운, 뉴힐튼 등 시청 주변에 자리잡고있는 모텔만 이십여 곳에 달한다.

사실 여관이나 모텔은 말 그대로 집을 떠나 타지에서 하룻밤을 묵는 이들이 이용하는 장소여야 하지만, 그런 용도로 모텔을 이용하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주교동의 모텔들도 한때는 넘치는 행락산업의 한 축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지금은 시설도 동네도 동반 쇠락하며 안정된 주거지를 갖지 못한 이들이 ‘달방(한 달씩 선불을 내고 빌리는 방)’을 얻는 곳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술집과 노래방, 왜 이리 많은 거야?

밥이 생계형 먹거리라면 술은 기호 충족을 위한 먹거리다. 밥집이 많은 만큼 주교동엔 술집도 많았다. 술집은 호프집, 실내포차, 카페, 주점 등 다양한 업종으로 다시 나뉜다. 주교동에는 특히 사장 혼자 장사를 하며 손님과 대작을 하는, 소위 맥주카페들이 밀집해 있다. 맥주·양주라는 글씨가 나란히 간판에 박힌 이런 가게들은 까망, 주작, 미러브, 겨울연가, 궁, 루비, 애플, 쥬얼리처럼 가게 이름에서도 좀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반면 친구네, 짱아, 그린, 빠박스(주인장이 대머린인 듯) 등 호프집 이름은 보다 단순하고 경쾌하다. 
 

주인장의 헤어스타일을 짐작케 하는 주점 '빠박's'

 
주교동에 왜 이렇게 소규모의 생계형 술집들이 많을까. 고양군청 시절부터 유흥인구를 흡수하는 상권이었던 까닭도 있지만, 오늘날에는 가게 임대료가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놀랍게도 주교동 상가들은 고양시 전역에서 가게세가 가장 싼 곳 중 하나다. 그러니 다른 지역이 개발되며 새로운 사업장을 찾는 이들이 주교동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술집뿐 아니라 우후죽순 포진한 노래방과 노래주점도 주교동의 뿌리 깊은 유흥 문화를 증명해준다. 와우, 신바람, 파티, 갈채, 카니발 등 이름만 들어도 뭔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또는 맨 정신을 탈진시키는 흥청거림이 가게 이름에 투영돼 있다.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25시까지 술을 마시며 타이밍을 잘 맞춰 비지니스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노래주점 이름이 역설하고 있다.  

앞서 술 문화를 기호형 향락산업으로 구분했지만, 주교동 골목을 걸으며 저소득 하층 노동계층에게 일정량의 음주를 과연 개인적 기호 충족을 위한 향락행위로 규정할 수 있을지 새삼 질문하게 된다. 치열한 생존 경쟁과 불안정한 주거, 하급 향락문화의 만연이 하나의 고리로 묶여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호남인력, 대박인력, 세림파출부, 경기파출부 등 일용직 일자리를 중계하는 사무실 간판도 이 지역 거주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짐작케 한다. 치열한 노동의 현장을 버텨야 하는, 그러면서도 한 칸의 안정된 잠자리를 얻지 못한 이들에게 음주로 대변되는 현실도피는 체념의 일상화에 동반되는 어쩔 수 없는 자기 방어가 아닐런지. 그렇다면 이 문제는 결코 정비하거나 몰아내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리라.   
  
교회와 신당, 한 건물에 사이좋게 공존

주교동의 향락문화에 대한 고민은 이쯤에서 접고, 좀 고상하고 형이상학적 분야를 살펴보자. 인간의 욕망 중 가장 궁극적 경지를 요구하는 것이 종교적 열정 아닐까. 주교동 서민들의 삶 속에도 종교의 그림자는 짙다. 두 집 건너 상가 지붕을 장식한 십자가들이 이를 증명한다. 생수교회와 샘물교회와 샘솟는교회는 예수가 물과 친했던 분이라는 사실을 사이좋게 방증한다. 그런가하면 꿈의교회, 참사랑교회, 기쁜우리교회, 우리사랑교회는 종교가 지향하는 희망차고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열망을 담았다. 약간의 사전지식을 필요로 하는 이름은 기쁨153교회다. 153은 예수가 기적을 베풀어 잡은 물고기의 숫자로, 풍성한 축복을 의미한다. 모나미 153볼펜 이름이 여기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는 꽤 유명하다.

종교와 연관된 간판이 교회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법당과 신당이 섭섭하다. 무속과 점집, 운명철학 등을 두루 아우르며 불교의 형식도 차용한 공간이 마을 곳곳에서 발견된다. 법열화, 천부, 해담사, 태사철학관, 일월산, 혜산작명원백기당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개 임대료가 저렴한 상가 건물 2~3층에 한 칸을 얻은 사정은 교회나 신당이나 비슷비슷해 보인다. 한 건물에는 2층에는 교회가, 3층에는 신당이 경쟁하듯, 또는 사이좋게 공존하듯 자리 잡고 있기도 했다. 아무쪼록 평화의 기운이 그 건물에 강림하기를….

2층에는 교회, 3층에는 점집 간판이 위 아래로 걸렸다.

자영업 간판에 밴 '인간'의 냄새

업종의 3분의 1도 소개 못했는데 지면이 부족하다. 거론 못한 주요 업종만 살펴봐도 이발소, 공인중개사, 다방, 치킨집, 문방구, 세탁소, 커피전문점, PC방 등 다양하다. 달랑 한 가게만 있는 업종은 고물상, 종묘사, 보석가게, 사진관 등이다. 

하긴, 인간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한나절 간판 나들이만으로 소개할 수 있으랴. 인간만큼 복잡한 욕망과 필요를 안고 사는 존재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 다양한 필요의 구석구석을 놓치지 않고 자영업자들은 뭔가 장사를 열고, 간판을 내건다. 자영업자의 생존 감각은 요구의 복잡함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주교동 골목의 다채로운 간판들이 이를 잘 증명한다.

하지만 주교동에서 마주친 간판들을 더 이상 우리 주변에서 만나기는 점점 힘든 세상이 되었다. 규모와 효율의 가치가 일상의 모든 것을 흡수하는 세상에서, 주인장의 막내 아들 이름을 내건 간판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어딜 가도 똑같은 프랜차이즈 간판으로 가득한 세상은 얼마나 삭막하고 차가운가. 사람 냄새 물씬한 주교동 자영업 간판들이 새삼 짠하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미용실과 이발관이 나란히 간판을 내 건 '가나안 미용실'과 '행복한 이발관'
'포근한 침구'. 이불 가게 이름으로 이보다 더 적합한 게 있을까.

 

법무사 사무실 간판에 두 자릿수 국번을 쓰던 시절의 전화번호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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