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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매 먼저 탈까, 눈 덮인 숲길 먼저 걸을까?<공감공간> 장흥자연휴양림 & 양주 아트밸리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8.01.30 09:50
  • 호수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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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눈꽃축제ㆍ장흥 숲 눈길 나들이ㆍ아트밸리 갤러리카페
 

숲길 곳곳에서 마주치는 눈조각 작품들.


[고양신문] 온세상을 뒤덮은 순백의 설경은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일상 속에서 눈을 구경하기 힘들어졌다. 바쁜 삶을 사는 도시인들은 눈을 낭만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마음의 능력을 상실해 버린 게 아닐까. 그러다보니 눈은 다만 내리는 족족 재빨리 제거해야 하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물론 지난 달 고양시에 쏟아진 갑작스런 폭설로 퇴근 대란을 겪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기동성 있는 제설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이의를 제기하긴 어렵지 싶다.

하지만 눈 구경 한번 실컷 못 하고 겨울을 나기는 너무 섭섭하다. 그렇다고 눈꽃 여행지로 명성을 얻고 있는 덕유산이나 태백산을 찾아 나서자니 시간도 거리도 마땅찮다. 아쉬운 대로 한나절 훌쩍 다녀올만한 설경을 찾아 양주 장흥계곡으로 차를 몬다. 목적지는 매년 겨울 양주 눈꽃축제가 열리는 장흥자연휴양림이다.
 

양주 눈꽃축제장 만남의 광장에 자리한 팔각정.


눈썰매, 얼음썰매 등 즐길거리 가득

건너편으로 장군봉이 마주보이는, 장흥 챌봉 골짜기 전체에 장흥자연휴양림이 조성돼 있다. 봉우리 이름이 좀 독특한데, 유래를 찾아보니 해를 가리는 봉우리라는 뜻의 차일봉(遮日峰)이 변해 ‘챌봉’이 공식 이름이 됐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국내 유일한 이름이지 싶다. 

먹거리촌과 숙박업소 등이 밀집된 장흥유원지 상가지구를 지나 예뫼골 삼거리에서 말머리고개로 조금만 올라가면 우측으로 ‘2018 양주눈꽃축제장’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나들이꾼을 맞는다.

제과기업 크라운해태 계열사인 양주 아트밸리에서 운영하는 사계절 나들이 공간이다. 입구로 들어서면 커다란 눈조각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경사진 도로 양쪽으로 예술성과 놀이를 결합한 업사이클링 아트 조형작품도 연이어 등장한다. 이름처럼 골짜기 전체가 거대한 야외 조각공원인 셈이다.

눈길 걷기에 앞서 축제장을 둘러보자. 축제장에는 세 종류의 눈썰매를 즐길 수 있다. 하얀 눈이 깔린 긴 슬로프를 달리는 일반 눈썰매는 물론, 긴 줄로 연결된 튜브를 이용해 가족이 함께 기차놀이 하듯 줄줄이 달리는 줄썰매도 마련돼 있다. 아담한 규모의 유아 눈썰매장도 별도로 마련돼 있어 꼬마 손님들이 안전하게 눈썰매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눈썰매를 적당히 탔으면 이번에는 씽씽 얼음썰매다. 아이들은 신나지만 줄을 끌고 미끄러운 얼음판을 달려야 하는 아빠들이 조금 고생스러울 수도 있겠다. 아빠가 힘을 내려면 신나는 탄성을 쉬지 말고 질러줘야 한다.

빙어체험장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뜰채로 빙어를 잡는 체험을 즐긴다. 뜰채에 걸린 빙어들은 곧바로 빙어튀김으로 변신한다. 불쌍하지만 겨울 별미를 포기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그밖에도 무동력 붕붕카, 킥보드, 방방 트램펄린 등 꼬마들의 손을 잡고 찾아온 가족 손님들이 즐길만한 시설이 다양하다. 식사와 군것질은 깨끗하게 차려진 푸드코트에서 해결하면 된다.
 

양주 눈꽃축제 눈썰매장. <사진제공=양주눈꽃축제>
양주 눈꽃축제장을 찾은 한 가족이 얼음썰매를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양주눈꽃축제>

 
흰 눈 덮인 산간도로를 걷는 쾌감

이제 본격적인 아트밸리 눈떼조각길 걷기를 시작해보자. 눈떼조각길은 고객안내센터를 가운데에 두고 좌·우편으로 1.5㎞가량 펼쳐져 있다. 챌봉 중턱에 닦인 넓은 산림도로를 포근히 덮은 흰 눈밭 위로 눈조각 작품을 실어 나른 트럭 바퀴자국이 선명하다. 발 밑에서 뽀득이는 육각 결정체의 질감을 즐기며 한 발 한 발 눈길을 걷는다. 굽이를 돌 때마다 다양한 형상의 눈조각 작품들이 상설 전시된 조형작품과 뒤섞여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각 작품마다 이름과 설명을 달고 있지만, 난이도가 높은 정교한 눈조각들은 아니다. 크라운해태 그룹의 후원을 받는 아트밸리 입주 조각가들이 그룹 임직원들과 함께 만든 작품들이다. 조금은 어설프고 단조로운 조각 작품들이지만,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풍경을 다채롭게 꾸미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눈길 좌우로 앙상하고 메마른 겨울 숲이다. 한여름 무성했던 녹음의 생명력은 자취를 찾을 수 없다. 울창하던 나무들도 최소한의 형태만 남아 추운 바람을 견디고 있다. 실감할 수 없지만, 저 무채색의 숲 구석구석에 분명 생명의 기운이 겨울잠을 자고 있을 터. 동요 ‘겨울나무’의 가사처럼 ‘꽃 피는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들은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다.

올 겨울 눈길 걷기 체험장소로 아트밸리 눈떼조각길을 추천하는 이유는 몇 가지 꼽을 수 있다. 우선 접근성이 좋다. 축제장 주차장에 차를 대면 바로 눈길로 들어설 수 있다. 비용 부담도 없다. 축제장 놀이시설을 이용하려면 입장권을 끊어야 하지만, 눈떼조각길만 감상하는 나들이꾼은 별도의 주차비나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안전성도 탁월하다. 좁은 산길이 아닌, 봉우리 중턱을 횡으로 그은 경사 없이 넓은 산간도로여서 미끄러지거나 발을 헛디딜 위험이 없다. 그러면서도 챌봉과 장군봉의 시원한 겨울 풍경을 조망하며 설원을 트래킹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흰 눈길을 걸어간 누군가의 발자국.
장흥자연휴양림은 장흥 챌봉 능선과 골짜기를 따라 흥미로운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화가들이 운영하는 문화 공간 문 열어

산간도로가 끝나는 지점, 작은 언덕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언덕을 마저 넘어서니 예뫼골 삼거리에서 송추로 넘어가는 도로와 만난다. 눈길을 되돌아가지 않고 굳이 차도로 내려서야 하는 이유가 있다. 건너편에 멋진 카페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주 눈꽃축제장에서 약 1㎞, 산책코스로 딱 좋은 거리에 있는 아트밸리 카페는 지난해까지 크라운해태가 직접 운영했다. 그러던 것을 최근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범현 화가가 시설을 인수해 ‘KFA아트밸리 갤러리카페’라는 이름의 종합 문화예술 아지트로 새롭게 오픈했다.

안으로 들어서면 두 개의 벽면이 탁 트인 통유리창 너머 장흥계곡의 멋진 겨울풍경이 펼쳐진다. 붉은색 패브릭 소파로 꾸민 티테이블은 우아하고 세련된 멋을 더한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눈길을 걸어오느라 차갑게 식은 손과 발을 녹인다.
 

통유리창이 시원한 아트밸리 갤러리카페.
KFA아트밸리 갤러리에선 한국미술협회 중견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카페에서 이어진 공간은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다. 현재 이곳에서는 구자승, 김경훈, 김종수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 오픈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참가한 작가는 모두 14명. 서로 다른 개성과 미학을 표현한 작품을 각각 한 작품씩 출품해 회화의 다양한 세계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했다. 고양미술협회장을 지낸 이득선 화가의 작품도 걸려 있어 반가움을 더한다.  

갤러리와 카페는 화가, 조각가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이 작품을 전시하고 대중들과의 만남을 도모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꿈꾼다. 카페 관리와 운영도 예술가들이 직접 품을 보탤 예정이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이완경 화가가 커피를 내리고 있었고, 김경훈 화가는 너까래를 들고 마당의 눈을 치우고 있었다.

날이 따뜻해지면 야외 테라스를 활용해 멋진 노천카페도 운영할 예정이고, 마당에서 조각 전시도 열 계획이다. 장흥아트파크, 장흥조각공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안상철미술관 등 회화와 조형예술 관련 전시공간이 이미 자리잡고 있는 장흥 계곡에 또 하나의 예술 공간이 문을 열었다는 사실이 더 없이 반갑다. 작가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다시 눈길을 되 밟아 차를 주차해 둔 눈꽃축제장으로 향한다. 그 사이 짧은 겨울 해가 기울어 흰 눈밭에 어리는 그림자가 길어졌다.  

■양주 눈꽃축제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594
080-233-7766

■아트밸리 카페&갤러리
양주시 장흥면 가마골로 403
031-855-5007
 

추운 날씨지만 설경은 소복하고 포근하다.
눈이 내려앉은 만남의 광장 피크닉테이블.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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