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전신마비 친구 병문안오는 덕양중 20기 동창생

[고양신문] 무술년 첫 번째 토요일이었던 지난 5일 오후, 덕양중학교 20기 동창생들이 능곡 힐링병원에 입원해있는 벗 민병주(43세)씨를 찾았다. 병실로 친구들이 들어서자 민씨는 왼손을 뻗쳐 끌어안으며 “어~ 어!” 반가운 외마디 소리를 냈다. 눈에 눈물이 그렁해진 듯하다. 


“병주야, 얘가 누구여~ 오랜만이지, 또 오라고 할까?” 

그를 간호하는 어머니 유귀심씨가 병주씨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다. 친구들도 어머니 말을 들으며 친구와 대화하듯 그의 얼굴을 쳐다보고 웃는다.   

행촌 민순 선생의 후손으로 현천동에 오랫동안 살아온 민씨는 덕은초와 덕양중, 능곡고를 졸업한 후 대학을 나와 직업군인이 되었다가 중대장으로 전역했다. 중학교 때 대대장을 하며 리더십을 발휘했던 그는 키도 크고 성실하고 성격 좋아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았다. 

군대 전역 후 결혼해서 딸을 낳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며 파주출판단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2011년 11월 뜻밖의 사고가 났다. 회식 후 돌아오는 길에 계단에서 넘어진 것이다. 그 사고로 전신이 마비되고 식물인간처럼 누워만 있어야 했다. 

아내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서 남편을 돌보며 직장에 다니고 있다. 사고 났을 때 6개월이었던 딸은 어느새 유치원생이 되어 아빠에게 그림도 그려주고, 손운동 하라며 손에 지압봉을 쥐어주기도 한다. ‘엄마’ 소리도 간신히 하고 한 손을 억지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인 병주씨는 딸이 손에 쥐어주는 지압봉을 손가락 하나하나 펴가며 어렵게 잡고 운동을 하기도 했다. 얼른 건강을 회복해 어린 딸을 보듬어줄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오랫동안 지역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오며 표창장도 많이 받았던 어머니 유귀심씨는 “2남1녀 키울 때 늘 아이들이 자랑스러웠고 아이들로 인해 칭찬을 들었다”며 “착하게 살면 다 잘 되는 줄 알았는데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며 서글픈 심정을 토로했다. 

올해로 7년째 투병생활이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병주씨에게는 가족과 벗들이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주며 응원하고 있다. 병주씨의 동창인 원종범씨는 “병주가 계속 병석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2013년 친구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찾아오게 되었다”며 “오랜 세월 병으로 누워 있을 때 환자와 가족들이 느낄 외로움을 덜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 동창은 2~3개월에 한번 병주씨를 찾아와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때마다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전달한다.

이 날 방문한 친구들은 하나같이 병주씨의 손을 잡고 “빨리 건강해져서 함께 여행도 가고, 운동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처음 사고를 당했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몸도 못 가누던 병주씨는 가족과 친구들의 관심 덕분에 조금씩 나아져 지금은 엄마를 부를 수 있게 됐고 손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친구들은 “곧 건강을 회복해 침상을 털고 일어나 멋진 아들이자 남편, 아빠가 되고 벗들에게는 믿음직한 대대장이 되어 돌아오기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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