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청년정치인들이 말하는 '청년정치'의 과제

고양시 청년들의 정치참여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한 청년 정치인 대담회가 25일 화정동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왼쪽부터 신정현, 신지현, 신지혜, 전민선씨

첫 출마 당시 "어린애가 뭘 알겠냐" 반응

돈, 조직, 정보 모든 조건들이 열악

청년들 공정하고 투명한 정치 원해

정치참여 위해 효능감 느끼게 해야
 

[고양신문]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지방분권, 정치개혁, 개헌 등 다양한 이슈들이 이야기되고 있다. 그중 하나로 주목되는 것은 바로 ‘청년정치인’들의 시도의회 진입 가능성 여부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소외되어 온 ‘청년’이라는 계층의 정치참여문제뿐만 아니라 고착화된 지역정치판을 개혁하고 다음세대 리더를 발굴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고양시 청년정치인들이 겪은 어려움과 청년정치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방안들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25일 지역 내 청년정치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대담회에는 신정현 민주당 출마예정자(36세), 신지현 정의당 경기도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27세), 전민선 민중당 지방선거 전 출마자(39세), 신지혜 노동당 고양파주당협위원장(30세) 등이 참여했다. 

지역에서 청년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혹은 출마를 준비하면서 느끼는 어려움,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 
신정현: 현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지역에서 청년운동과 청소년운동을 했었다. 그 때 느꼈던 문제들을 정치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해서 이번에 나서게 됐다. 그렇지만 막상 나서고 보니 정보, 조직, 돈 모든 것들이 다 어렵다. 공천을 받으려면 현역의원과 경선을 해야 하는데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저 열심히 노력만 하라는 이야기만 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크다. 

신정현 민주당 출마예정자(37세)

신지현: 활동하려면 활동할 여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시간과 돈 문제다.  특히 청년세대의 경우 사회진입부터가 어렵고 여력이 없고 노동조건도 너무 열악하고 노동시간도 길어서 도무지 활동여력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전민선: 진보정당은 상대적으로 그런 문제들은 적지만 대신 출마해도 당선될 확률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번 선거가 청년정치인들이 당선되기 좋은 조건일까? 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신지혜: 저 같은 경우는 2014년 고양시 최연소 도의원으로 첫 출마를 했을 때 유권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결혼은 했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린애가 뭘 알겠느냐 이런 반응들.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들과 하고 싶은 정치를 이야기해도 다들 어른들이 아이를 바라보는 그런 관점으로만 바라봤다.   

전민선: 저도 33세에 첫 출마를 했는데 다들 반응이 그 나이에 시집이나 가지 왜 선거를 나왔냐는 식이었다. 나이도 어린애가 뭘 알겠느냐. 기회가 많으니 다음에나 다시 나와라. 돈도 없을 텐데 왜 나왔냐며 살림걱정까지 해주는 분도 있었다. 

신지현: 왜 청년정치인들이 굳이 어른들에게만 평가받아야 할까 싶다. 오히려 청년후보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지지층이 되어야 할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청년들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부터가 해결의 출발점이지 않을까 싶다.   

전민선: 실제로 청년들을 만나보면 관심을 가지고 싶어도 열악한 노동환경과 절대적인 시간부족문제로 어려워한다. 사실 청년세대가 특별히 정치에 무관심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객관적 조건의 열악함으로 인해 자기 목소리를 이야기 할 자리가 없고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청년정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청년정치가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뭐라고 보는지.
신정현:
 청년세대가 담고 있는 시대적 담론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 밀레니엄세대라고 불리는 세대의 특징이 있다. 느슨한 형태의 네트워크 방식에 익숙하고 투명하고 공정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선호한다. 그래서 권위적인 방식을 못견디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정치에 들어가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지금의 양극화, 불통문화 등의 문제를 기성세대는 결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청년세대는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꿀수 있는 존재다. 청년정치는 단순히 청년이 정치한다가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전민선: 굳이 청년들을 대변하지 않더라도 저는 젊은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도의원은 기본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우리 정치가 전반적으로 너무 많이 늙었다. 그래서 막상 당선되면 일을 하기보다는 위계만 따지는 모습을 많이 본다.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많이 참여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지역을 바꿔내는 일을 해야 한다. 

전민선 민중당 전 지방선거 출마자(39세)


신지현: 청년정치인들이 청년을 대변하고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정치는 기성세대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다. 

신지혜: 청년정치라는 말이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사실 생겨난 지 얼마 안된 말이다. 20~30년 전만 해도 청년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에 청년정치라는 말을 붙이지는 않았다. 청년정치는 생물학적인 나이만을 이야기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시대 문제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는 것이지 단순히 나이만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특정세대를 대변하는 것을 넘어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청년정치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청년정치인으로서 이번 선거로 지역정치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신지혜:
 지역을 바꾼다는 것은 곧 이권문제에 어떻게 개입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돈을 써야 당선될 수 있는 정치조건에서 당선된 기성정치인들은 마치 그에 대한 상응하는 어떤 대가를 바라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시 행정에게 어떤 문제에 대해 공공의 이름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하고 공공영역을 넓히는 그런 정치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중 핵심이 이권문제다. 특히 지역이슈의 핵심은 개발인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모두 사적영역이라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 

신지현: 저는 지역정치가 풀뿌리정치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대양당이 독식하고 있어 고착화 된 부분이 있다.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당선되어야 민주적인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지현 정의당 경기도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27세)


신정현: 추가하자면 지역주의 적폐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특히 어느 향우회의 지지를 받아야 당선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정치의 본질을 망각하는 나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협치 문제도 이야기하고 싶다. 고양시에 있는 108개 민간위원회 중에 실제로 민간인이 참여해서 활발하게 운영되는 경우는 4분의 1도 안된다. 게다가 그 민간위원회조차도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들고 있고 사실상 시민들을 거수기로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민선: 참여할 수 있는 창구는 늘어났지만 실제로 지역정치의 의사결정구조까지 바꿔내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민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감시, 모니터링 같은 관리감독하는 활동들이 더 활성화되어야 권력을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제가 바라본 의원들의 문제는 내 지역 예산 끌어오기 정도가 의정활동의 전부라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의정활동에 대한 감시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의 정치참여를 어떻게 활성화 할 수 있을까
전민선: 일단 선거가 너무 재미가 없다. 식상하고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돈을 쓰는 과정, 유세차, 그 과정들이 다 정해져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진보정당도 기성정치방식을 쫓아간다는 생각에서 회의감도 많이 들었다. 청년들의 정치참여를 높이려면 재밌는 선거운동을 해야한다. 보통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지 않나. 그래서 이번 선거가 매우 중요할 것 같다. 늘 봤던 사람이 똑같은 명함을 나눠주는 재미없는 방식이 아니라 이번만큼은 다양한 방식의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 같다. 청년들이 있는 시간대, 청년들이 있는 온오프공간을 막론하고 찾아가야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신지현: 작년 촛불혁명으로 청년들이 정치효능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본다. 그 부분이 긍정적으로 느껴지고 또 하나는 과거와 달리 SNS나 팟캐스트를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는 과정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더 노력해야할까. 지역에서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가령 정치아카데미라든지. 참여해서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들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청년들이 정치라는 주제를 삶의 문제로 볼 수 있도록 인식개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신지혜: 청년들의 대통령 투표율은 매우 높지만 지역에 대해서는 대부분 관심이 없다. 좀 뜬금없을 수 있지만 결국 청년들이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결코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덧붙이자면 단순히 투표행위를 넘어 참여로서의 정치를 이야기하려면 그들에게 매력적인 아이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은 비슷한 나잇대에서 할 수 있다고 본다. 가령 1인가구 모임같은 것도 만들고 있는데 이런 활동을 선거 때만 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 꾸준히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신지혜 노동당 고양파주당협위원장(30세)


신정현: 청년정치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치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부터 출발한다고 본다. 청년들에게 고양시 청년정책을 물어보면 대부분 생각나는 게 없다고 답변했고 가장 필요한 것들을 청년들을 위한 법 제도라고 답변했다. 지금까지 청년들에게 정치참여로 나설만한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기회가 없었다. 이들에게는 정치 혹은 정책에 내 삶이 영향을 받는다는 작은 경험이 필요하다. 

전민선: 선거제도 개혁도 뒤따라야 할 것 같다. 두 번 선거를 치렀더니 빚이 3500만원이 생겼다. 적어도 시도의원들도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자금법 같은 선거법개정 논의가 뒤따르지 않으면 앞으로도 청년들의 출마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식적으로 선거비를 마련할 수 있는 통로는 마련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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