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 빛 시 론>

고상만 인권운동가

[고양신문] 1월 25일 현재, 누적 관객수 136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영화 ‘신과 함께’를 혹시 보셨나요? 처음 영화가 개봉된 후 한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저 역시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군인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저에게 “영화가 군의문사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꼭 한번 보면 좋을 것 같다”며 권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게된 영화 ‘신과 함께’는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군의문사 영역을 이처럼 많은 분량으로 다룬 영화가 없었기에 군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제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만, 군 인권운동가의 관점에서 영화를 본 분과 또 앞으로 이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꼭 한마디 남길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영화 속 또 다른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관심사병에 대한 부분입니다.

극장 문을 나서며 저는 국민들 사이에서 이 영화로 인해 군 복무 중 관심사병으로 지정된 군인에 대해 오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 되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자신에게 잘 대해준 선임을 관심사병이 실수로 총을 쏴 죽인 후 이로 인해 고민하다가 자살을 시도하는 대목이 제법 긴 스토리로 전개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본 관객들 중에서는 어떻게 저런 지능이 떨어지는 관심사병에게 총을 주고, 그래서 결국 사고에 이르게 하나 한심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관심사병 제도를 보다 자세히 알고 있다면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오해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관심사병은 결코 지능이 떨어지거나 바보, 혹은 정신병자가 아닙니다. 군 복무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겠지만 사실 의무복무를 위해 입대한 군인은 모두가 다 ‘필연적으로’ 관심사병의 시기를 보냅니다. 기본적으로 입대후 100일이 지나지 않은 군인은 전부 관심사병이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관심사병 제도를 도입하면서 마련된 기준 때문입니다. 이에 따르면 관심사병은 모두 A, B, C 등급으로 분류됩니다. 이중 낮은 C 등급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입대후 100일이 지나지 않은 모든 군인’입니다. 군 경험이 부족한 신병을 배려한다는 의미인데 문제는 B 등급으로 분류되는 경우입니다. 이혼 또는 부모 중 하나가 사망하여 편부, 편모 아래에서 성장한 군인의 경우 B 등급 관심사병으로 선정됩니다. 그래서 아버지 없이 성장하여 미국의 대통령까지 된 오바마가 ‘만약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군대를 갔다면’ 그 역시 B급 관심사병이 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 출신이거나 혹은 성적 지향이 다른 군인 역시 B급 관심사병이 됩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A급 관심사병은 어떤 경우일까요? 입대 전 자살 시도 경험이 있거나 징병 및 입대 후 실시하는 정신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된 경우입니다. 어쩌면 영화에서 다뤘던 관심사병은 바로 이 A급 관심사병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경우에 해당된다 할지라도 영화에서 다룬 장면은 대단히 심각한 인권침해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관심사병을 도와준다는 선임이 기타를 치며 관심사병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영화를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수 김광석씨가 불러 유명해진 ‘이등병의 편지’를 개사한 그 노래는 ‘얼 때리며 육공타고 자대 배치 받던 날, 선임들에 둘러싸여 전입신고하던 때, 가슴팍에 무엇인가 노란배지 달더니, 선임들의 성난 얼굴 모든 것이 두렵다, 나 때문에 절망이다. 관심사병 원동연’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만약 실제로 이런 일이 부대에서 발생했다면 이는 그냥 무시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관심사병은 자존심이 없는 바보가 아닙니다. 그런데 낙인 효과처럼 노란 배지를 가슴에 달게 한 후 ‘나 때문에 절망’이라는 가사를 부르도록 유도하는 대목은 매우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입니다. 관심사병을 희화화하는 매우 부적절한 대목입니다.

결론적으로 관심사병 역시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또 한 명의 애국자입니다. 그런데 나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누구처럼 기피하지 않고 의무복무 이행을 위해 수고하는 많은 관심사병들이 이 영화로 인해 자존감을 잃을까 우려되었습니다. 그런 잘못된 오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되어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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