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작가가 말하는 ‘엄마’


“너도 꼭 너같은 자식 낳아봐라. 그러면 니 엄마 속을 알거다.”
그러면 꼭 아이도 하는 말이 있다.
“나는 결혼 안해요. 만약에 결혼해도 애는 안 낳을거야.”
그런데 내가 한 말이나 아이가 한 말이 모두 어디서 많이 들었던 말이기도 하고 누가 많이 한말 같기도 하다. 그건 바로 내 엄마가 한 말이고 내가 한말인 것이다.

엄마 작가 네명이 말하는 엄마에 대한 마흔 아홉가지 이야기 ‘엄마’는 오늘 속의 엄마의 존재의미를 다양한 시각, 관점에서 찾고자 한다. 전체 4장으로 구성된 엄마는 각 장이 서로 다른 주제로 다른 필자에 의해 얘기된다. 시인 김수영, 소설가 김별아, 공선옥, 윤효씨가 ‘몸과 사물로 말하는 엄마’에서부터 신화, 문학 속의 엄마, 사회적 존재로의 엄마를 말한다.

김수영씨는 엄마 등에 엎힌 동생을 패대기치며 업어달라고 어거지를 부리고 아버지의 기름공장이 문을 닫아 궁핍한 집안 사정을 모른 척하고 화실에 보내달라고 악을 쓰다 엄마의 눈물을 보았던 기억들을 되짚는다. 애틋함, 미안함, 안타까움은 우리의 전통적인 모성, 어머니를 기억나게 한다.

도전적인 글쓰기를 해왔던 작가답게 김별아씨는 신화 속의 자식을 죽인 엄마, 죄많은 이브를 통해 엄마를 재해석한다. 고귀한 생명탄생이란 칭송을 하면서도 임신부, 아기가진 엄마로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신세대 엄마들의 공감을 불러낸다. 가요, 영화, 문학작품 속의 엄마, 어머니는 자식들을 죄인으로 때론 원수로도 만든다. 어머니들은 그 원수들에게 죄인들에게 젖을 물리며 성인(聖人)이 된다.

매장마다 만나는 최민식씨의 사진은 그 자체로 충분한 얘기를 담고 있다. 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얼굴, 그들의 이름은 모두 엄마, 어머니다.

이 책은 다양한 접근과 사진으로 때론 가볍게 때론 무겁게 읽어가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엄마에 관한 보고서다. 네명의 작가들은 기존의 모성과 여성이자 생활인으로의 엄마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넓은 공감대를 만든다. 그러나 너무 많은 얘기, 다양한 시선들이 독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점이 아쉽다. 도서출판 좋은 엄마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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