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손재호 애임하이교육 대표

미국 국무부 교환학생이 국내에 소개된 것이 90년대 말이니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그 사이 교환학생을 거친 많은 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20년 전 교환학생이 처음 소개될 때 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은 과연 교환학생을 다녀오는 것이 아이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궁금증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교환학생은 우리 청년들의 인생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대부분의 교환학생 출신들은 국내파에 비해 취업률도 높고 취업의 질도 우수하다. 또래의 청년들이 고시공부에 목을 매고, 취업전선에서 고달프게 경쟁하는 것에 비하면 교환학생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글로벌 대기업에 취업을 하거나 과감하게 해외 기업으로 진출한다. 출중한 영어 구사력과 네트워크의 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 국무부 교환학생은 중3에서 고2사이의 연령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청소년 문화교류 프로그램이다. 미국 가정에서 생활하면서 미국 고등학교를 다닌다. 자연스럽게 현지 영어를 익힐 수 있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다른 나라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 

매년 약 3만 명의 학생들이 전 세계에서 미국교환학생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독일, 스페인, 중국 등에서 오는 학생들이 많은 편이다. 1년간의 미국 생활이 짧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 만난 미국 및 외국친구들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으로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오랜 교우관계를 맺으며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키워갈 수 있다. 교환학생 출신 학생들이 글로벌 기업에 들어가거나 해외로 진출하는 데 두려움을 갖지 않는 이유다. 

2000년대 초에는 외국어고 입시가 치열했다. 그래서 외국어고 입시에 대한 대안 또는 교환학생 이후 국내 외고로의 편입을 목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교환학생 참가자들은 내신 성적은 우수하지만 실제 영어능력이 썩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참가 학생들의 경향이 많이 달라졌다.

교환학생 참가와 대학입시를 연결하지 않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크게 늘어났다. 즉,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것이 대학입시에 이득이 되거나 손해가 되거나 하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냥 우리 아이가 치열한 입시전쟁에서 잠시 떠나 휴식을 취하듯 다녀오면 좋겠다고 하는 부모들도 많아지고 있다. 즐거운 여행과 색다른 체험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면 좋겠다고 한다.

교환학생 전문가로서 이런 변화는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여간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입시 만능을 탈피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보이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세계 여행이나 다양한 해외 체험을 통해 글로벌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인가 아니면 오직 대학만 바라보고 자녀를 입시지옥으로 내몰 것인가는 부모의 안목에 달려있다. 인공지능으로 표상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긴 안목으로 자녀의 미래를 바라보며 자녀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학부모가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  

손재호 애임하이교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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