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남 부동산 투기 바람을 잠재우겠다며 김포와 파주시의 수도권 신도시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고양시가 교통대책을 세우라고 성명을 냈고 경기도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건설계획에 자치단체가 반대 입장이나 단서를 내세운 일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기초자치단체인 고양시까지 나선 것이다.
그만큼 이번 신도시 건설 계획에 막상 신도시에 살고 있는 일산 신도시 사람들과 고양시민들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또다른 일산신도시를 고양 옆에 세우는 일은 반대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불을 보듯 뻔한 교통대란에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서울과 파주 사이에 끼어 교통 편한 유흥도시화를 걱정해서만은 아니다. 강남 부동산 투기를 김포 파주 신도시 건설로 절대 잡을 수 없다는 당연한 예언 때문도 아니다.

89년 일산신도시 계획이 발표되고 93년 입주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고양시민들은 참으로 많은 일들을 겪었다. 고향을 잃고 토지보상을 둘러싼 문제들은 제쳐두고라도 약속했던 자족시설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유흥업소와 오피스텔이 그 자리를 메워갔다. 저렴한 집값과 함께 쾌적한 환경에 반해 입주했던 초기 신도시 주민들 중 많은 수가 교통과 교육문제를 들어 다시 강남과 서울로 둥지를 옮겨갔다. 몇백년을 고양을 지키며 살아온 고양시민들과 신도시 주민들과의 보일 듯 말 듯 아슬한 갈등은 사안이 있을 때마다 삐져나왔다.

고양시가 이물질같기만 했던 신도시를 품어안은 지 10년. 일산은 이제 고양시안의 일산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고양시는 일산을 자랑하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밤마다 번쩍이는 모텔, 유흥업소의 네온사인, 날로 심각해지는 교통체증은 고양시를 움직이는 이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다. 쉼없이 진행돼온 개발의 바퀴아래 사라진 ‘아름다운 고양 산천’은 되돌릴 수 없는 잃어버린 가치가 돼버렸다.

심학산을 사이에 두고 고양시와 오랜 이웃으로 지내온 파주의 아름다운 자연,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새롭게 도시를 만드는 일은 절대 도화지 위에서 이뤄져선 안될 일이다. 개발제한 구역 지정과 둘러싼 문제들만 보아도 그렇다.

일산 문화센터를 짓는 일로 모인 문화 전문가들은 문화 인프라를 그렇게 함부로 지어선 안된다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건물 하나 짓는데 몇백년씩 고민하고 땀흘리는 선진국만큼은 아니어도 고양시를 대표한 문화 인프라를 하루아침에 뚝딱 지어선 안된다는 얘기다. 하물며 도시 건설은 더한 일이 아닐까.

도시를 만드는 것은 건물을 짓는 일이 아니라 삶을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정책 입안자들에게 이제야 말하는 것이 너무 어리석게 여겨진다. 파주 신도시의 건설, 일산신도시보다는 더 좋은 과정과 모습으로 들어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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