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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운동 ‘그날’을 시민연극으로시민배우들의 극단 ‘아백’
  • 이옥석 시민기자
  • 승인 2018.02.05 10:46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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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배우 극단 '아벡' 회원들이 자리에 함께 했다. 아벡에는 총 23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고양신문] 지난달 20일 행신2동 주택가 지하에 있는 ‘동네문화예술놀이터 소풍’에 들렀다. 외투를 벗기 어려울 만큼 뼛속 깊은 추위 속에 극단 아백의 단원들이 둥그렇게 둘러 앉아 6월경 발표할 연극 ‘그날’을 준비하고 있었다.

‘함께’라는 의미의 불어인 ‘아백(AVEC)’은 2017년 가을, 극단 ‘숲’과 ‘나눔연극작업소’, ‘한국문화복지연구원’이 모여 이뤄낸 극단이다. 2013년 고양문화재단의 ‘우리 동네 예술프로젝트’를 하면서 만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극단 아백이 6월에 무대에 올리고자 준비하고 있는 연극 ‘그날’의 대본은 대표 정유진씨가 지난해 9월경부터 쓰기 시작해 올 1월 완성했다. 정유진 대표는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벌어졌던 광주민주화운동을 인물 중심으로 풀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날벼락을 맞듯 5·18을 겪고, 그 일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지키기 위해 계엄군과 맞선 것이지 군인들을 죽이기 위해 맞선 것이 아니다. 역사에 대해 정치적 판단보다는 ‘고생하셨다. 기억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다”고 한다.

극중에 은숙이 말하는 “사랑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끝까지 광주를 지킬 것입니다. 광주를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저희를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저희를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외침이 마치 정 대표의 마음인 것 같다.

아백은 지난해 10월에 1차 오디션, 11월에 2차 오디션을 통해 각 역할의 연령대에 맞는 시민배우를 모집했고, 11월 1차 워크숍을 진행했다. 워크숍에 1980년 5·18 때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신분으로 시민군에 참여했던 이모씨가 동석해 당시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이 글썽한 그의 모습과 이야기를 통해 단원들은 5·18을 주제로 한 연극의 취지와 연출가의 생각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

아백은 연극 ‘그날’을 어디에서 공연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 올리고 싶다. 하지만 “회원들의 한 달 회비 3만원이 예산의 전부인 상황에서 조명, 무대미술, 의상, 음악 등에 들어갈 비용을 생각하면 아마추어 연극단체가 새라새극장에서 연극을 올린다는 것은 쉽게 선택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나눔연극작업소 소풍의 권오현 대표는 “예술은 스스로 체험하고 느끼지 않으면 안된다. 표현할 ‘장’이 마련된다면 예술활동에 참여해 자기를 표현하려는 사람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의 도시라고 자칭하는 고양시의 아마추어 연극 동아리에 대한 지원은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고양시가 진정한 문화예술자치도시가 될 수 있으려면 아마추어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많이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들의 연극에 병풍역할을 하는 아마추어 배우가 아닌 진정한 시민배우들의 극단 아백에는 현재 고양시뿐만 아니라 파주, 인천, 서울 등에서 참여하는 18세부터 54세까지 총 23명의 배우가 활동하고 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도 있고, 회사원, 주부, 교사, 연극전공자 그리고 장애우도 있다.

6세 자녀를 둔 주부 단원 민선영씨는 “결혼과 출산, 육아의 시간을 거치며 나를 잊고 살았다가 우연히 아백의 단원모집 광고를 보고 오디션에 참가하게 됐다. 오디션에 지원했을 때부터가 아백의 시작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자랑스럽고 아이를 양육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며 “무능력한 주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단원들께 감사하고 끝까지 열심히 해서 이번 공연을 성공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이며 극단 ‘끼’의 8기 회원이었던 유현주씨는 “회사일로 지쳤다가도 연습장에만 오면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해결해야할 어려움이 즐거움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어 계속 이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연극을 한번 맛보게 되면 계속하게 된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진 대표는 “의무감이 강할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만 예술가는 사회문제에 예술적 행위로서 직접 참여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시작된 아백은 대화와 과정을 중시하며 나아갈 방향을 공유하며, 이 시대에 용감한 시민배우와 예술가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옥석 시민기자  los1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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