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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와 청와대장호순 칼럼
  •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8.02.05 14:24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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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고양신문] 올해 지방선거에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출마한다고 한다. 청와대 주인이 바뀐 것이 지난해 5월 10일이니, 채 1년도 근무하지 않고 청와대를 떠나는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청와대만큼 좋은 직장이 없을 터인데, 그리고 그 자리를 얻으려고 치열하게 경쟁했을 터인데, 그걸 버리고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고향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사람들일까? 청와대가 주도한 소위 '적폐청산'을 이제는 지역에서 하겠다는 각오일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거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불법행위들이 양파껍질처럼 끊임없이 벗겨지고 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국정원, 법원, 검찰, 국세청, 문화부 등 핵심 권력기관들이 각종 반민주적 권력남용 행위에 동원되었다고 한다. 형식적으로는 민주적 선거절차에 따라 국민들이 선택한 정권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과 부정이 횡행했던 것이다. 1987년 시민항쟁을 통해 출범시킨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실상이 껍데기에 불과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권력자들은 권력에 심취한 나머지, 자신들이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의 상황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전임자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최순실과 같은 비선실세는 만들지 않을 것이고,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마구 갖다 쓰지도 않을 것이고, 검찰과 법원에 압력을 행사하지도 않을 것이다. 권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기자회견 방식도 바꾸었고, 과거 조선시대 신문고와 비슷한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도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불안할 것이다. 왜냐하면 권력과 부정부패는 떼려야 떼어낼 수 없는 숙명적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권력이 강해질수록, 즉 권력집중도가 높을수록 권력남용의 유혹도 커지기 마련이다. 혁신적인 권력분산 제도가 도입되지 않는 이상, 청와대 권력의 남용과 부패는 근절되기 어려운 것이다. 향후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지금의 청와대 진보인사들이 '적폐청산'의 심판대에 오르는 '정치보복'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마치 수비와 공격을 번갈아 하는 야구경기처럼, 권력의 남용과 부패를 놓고 벌이는 추악한 정치게임을 국민들은 한탄스럽게 관전해야 할 것이다.

적폐청산・정치보복의 공방전이 반복되지 않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려면 현재 청와대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그러나 집중은 쉽지만 분산은 어려운 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속성상 원심력보다 구심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원래 권력은 오만하고 부정한 속성이 강해, 권력을 쟁취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숙하고 자정하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권력을 쟁취하기 전에는 권력의 집중과 오남용을 강력 비판하는 사람들도, 일단 권력을 쟁취하고 나면 결코 그 권력을 양보하거나 축소하지 않으려고 한다.

박근혜・이명박 정권이 '적폐청산'의 심판을 받는 것은 권력남용을 감시하고 통제할 장치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권력의 유혹에 도취한 나머지 견제세력을 배제하고, 비판언론을 통제한 결과이다. 그런데 '적폐청산'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청와대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서 권력의 오남용을 막으려는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대선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약속했지만, 지방과 협력해 합리적 분권 개헌안을 만들 징조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정권에 대한 비판감시가 본연의 임무인 신문과 방송을 우호적 방패막이로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도 전임 정권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KBS와 MBC 경영진을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인사로 물갈이를 했고, 언론을 주무르는 청와대 대변인은 한겨레 신문기자 출신으로 임명했다.

지방자치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필수적 기본요소인 이유는 권력의 집중을 막는 기능 때문이다. 그래서 서구민주주의 국가의 지방자치는 행정이나 교육뿐만아니라 경찰, 검찰, 법원 등 주요 권력기관들 역시 중앙과 지방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 대한민국에선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이다. 중앙권력을 감히 지방에서 견제하고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중앙은 일류이고 지방은 이류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기꺼이 중앙권력에 힘을 모아준다. 지방선거조차도 지방권력보다는 중앙권력이 좌지우지하는 선거가 된다. 지방권력은 중앙권력에 도달하기 위한 임시정류장에 불과하게 여겨진다.

이제 지방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청와대 출신 후보들은 청와대에서 일했으니 고향에서 일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호언하며 돌아다닐 것이다. 중앙의 일은 어렵고 복잡하고, 지방의 일은 단순하고 수월하다는 그릇된 고정관념을 유권자들에게 주입시킬 것이다. 지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지역에서 성실하게 봉사해온 지역인물들을 우물 안 개구리라며 비하할 것이다. 많은 지방유권자들이 그런 언술에 넘어가 기꺼이 한 표를 그들에게 던져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청산을 외치는 '적폐'의 근원은 청와대에 몰린 과도한 권력집중에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적폐'를 청산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 중 하나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이다. 그런데 청와대를 떠나서 올해 6월 지방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은 청와대 권력의 분산보다는, 지방자치마저 청와대 권력의 '나와바리'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적폐청산'을 내세우지만 정작 '적폐'를 누적시키는 우를 범하는 꼴이다. 중앙에 연줄을 둔 사람보다는, 지역에서 봉사하고 헌신한 사람들이 지역의 대표정치인으로 선출되고, 그들이 청와대 권력을 견제함으로써 권력의 오남용이 차단되는 대한민국을 그려본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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