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확산방지 총동원 속 온갖 유언비어 난무

중국은 지금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로 국가비상사태에 놓여 있다. 19일 현재 전세계적으로 643명이 사스로 사망한 가운데 중국 본토에서만 289명이 사망했다.

지난 17일 중국 산동성의 청도시를 방문하기 위해 청도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중국내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청도공항 청사에서는 10여 겹의 거즈를 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중국의 청사직원들과 공안원들이 굳은 얼굴로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이곳에 근무중인 대한항공의 김기호씨(화물)는 “최근에도 북경에서 온 2명의 현지인 등 5명이 이곳 공항에서 사스환자로 의심돼 현장에서 체포돼 즉시 격리됐다”며 “중국 당국이 외국인들의 불안감을 우려해 이런 사실들을 감추고 있다”고 말했다.

사스로 인해 공항에서 시내까지 진입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시내로 통하는 모든 도로는 검역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톨게이트에서는 길게 차들이 늘어섰다. 불과 30분 거리를 검역증을 작성하고 체온을 재며 차를 소독하느라 2시간이 걸렸다. 택시기사는 며칠전 청도시 인근 교주지방에서 일가족이 집단으로 사스환자로 격리되면서 그 동안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청도시도 검역이 대폭 강화됐다”고 귀뜸.

시내에 들어서자 주말인데도 거리는 한산한 표정.
시 당국은 사스 확산을 우려해 시내에서 10인 이상이 모이는 집회등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이곳 교민인 황모씨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는 결혼식을 가져도 가족 외에는 누구도 초대할 수 없도록 해 많은 사람들이 결혼식마저 연기하고 있다.

또 다른 김모씨도“청도시는 이달 초 의심사례 26명을 조사하고 접촉자 265명에 대해 격리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당국도 사스의 잠복기를 15일에서 한달로 연장해 격리하기로 했다.

청도에 살고있는 교민들도 사스로 인한 된서리를 맞았다. 대부분 교민들이 운영중인 가요주점과 노래방, 고급 음식점들이 영업을 아예 못하고 있는 것.
가정에서도 일주일에 2차례씩 소독을 하고 있어 시내가 온통 소독약 냄새에 절었다. 해안도로변 고급 빌라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주택가는 정복 차림의 경비들이 외부인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청도시 당국은 사활을 걸고 사스 확산 방지에 나섰다. 청도시의 모든 골목에는 위생요원을 배치하고 줄을 쳐 오가는 사람들을 체크하는 등 주민 전체가 사스예방에 동원되고 있었다.

겉으로 평온한 것 같은 이곳 시민들도 사스로 인한 불안감은 떨쳐버리지 못한 듯 보인다. 교민들 사이에서는 온갖 소문이 난무. ‘인근 교주지역의 환자가 사망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돌고 ‘고의적인 사스 전염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악성 루머가 나오고 있다. 또한 ‘사스로 격리된 한국인 임신부는 컵라면만 먹고 감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외국인들이 많은 상하이와 베이징 같은 다른 도시와는 달리 청도시는 야간에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다. 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 당국이 치안유지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탓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10시가 되면 잠자리에 든다. 여기에 사스로 인해 낮시간에도 외출이 줄어들면서 유원지와 공원 시내가 한산. 시 전체가 대부분 휴가를 떠난 듯 조용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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