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여 실로 연기 번져 긴급대피

화정동 롯데마트 바로 옆 건물인 현대프라자에서 8일 화재가 발생했다.

 90여 실로 연기 번져 긴급대피
고시텔 거주자 3명 연기흡입
“새벽이었다면 피해 컸을 것”
“화재취약시설 재점검 필요”


[고양신문] 고양시 화정동 롯데마트 인근 7층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자칫하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뻔했다. 다행히 연기를 흡입한 경상자 3명 외에 중상자는 없었지만 발화지점 바로 위 2개 층이 고시텔(94실)이었기 때문에 새벽시간에 불이 났거나 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참변을 당할 뻔했다.

8일 오전 9시30분쯤 고양시 덕양구 화신로 272번길 29 현대프라자(화정 롯데마트 옆) 5층 당구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건물 6층 고시텔에 거주하고 있던 3명이 대피 중 연기를 흡입해 명지병원으로 이송됐다. 불은 40여 분만에 진화됐지만 검은 연기가 내외부로 뿜어져 나와 진화 초기에는 인명피해가 우려되기도 했다. 이날 동원된 인력(소방·경찰·공무원)은 118명, 소방차와 구조차 등 차량만 36대가 동원되는 등 소방당국은 크게 긴장하며 화재진압에 총력을 기울였다. 화재진압을 위해 관내 고양소방서뿐 아니라 일산소방서에서 차량과 인원을 지원했고, 중앙구조본부에서도 지원을 보냈다.

화재는 7층 건물 중 5층, 영업을 끝낸 당구장에서 발생했다. 이날 6층에서 대피한 한 남성은 “화재경보기가 울려서 관리소에 오작동 여부를 확인했는데, 관리소장이 5층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고시텔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대피시켰다”고 설명했다.

최초 화재 신고자는 당구장 옆 마사지숍 영업주로 ‘경보음과 함께 당구장 유리문(출입문)으로 연기가 새어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했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화재 진압 이후 발화지점인 당구장 내부로 들어가는 소방관.

소방차는 신고접수 후 7분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불은 약 40분만에 완전히 진압됐다. 소방대원들은 당구장 출입문을 강제 개방한 이후 옥내소화전을 이용해 화재진압을 실시했고, 구조대는 6, 7층 거주인원을 비상계단으로 유도해 대피시켰다. 유도대피 이후에도 구조대는 고시텔의 잠겨있는 문을 강제로 열어 94실의 모든 방을 재차 확인했다.

현장감식반은 “당구장 천장부분 전기배선이 소실됐고 자동으로 전기를 차단한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에 전기적 요인의 화재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감식반은 정확한 발화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재조사할 방침이다.

중상자 없이 화재는 진압됐지만 고시텔에 사는 사람들은 크게 동요했다. 연기와 그을음으로 인해 살림살이가 엉망이 된데다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마셔 생명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7층에 사는 한 여성은 “만약 새벽에 불이 났다면 화재경보음 소리를 못 들었을 수도 있었다. 다행히 낮에 불이 나서 화재진압과 대피가 용이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화재로 고시텔이나 요양원 시설이 들어있는 복합상업건물에 대한 화재점검이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화정동 화재건물은 7층에만 70실의 방을 만들어 고시텔로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상등이 꺼진 상태에서 밤에 대피를 했다면 통로가 좁고 길어 대피가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다.

소방구조대는 고시텔에 잠긴 방문을 모두 강제로 열어 사람이 남아있는지 확인했다.

또한 화재경보음을 울리면 시민들이 확실히 반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시민은 “선진국의 경우 정기적으로 화재대피 훈련을 하기 때문에, 비상벨이 울리면 그 즉시 모든 사람이 건물 밖으로 대피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보음이 울려도 대피하지 않고 있다가 대피방송이 있어야만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소방서 관계자는 “제천화재 이후 고양지역의 목욕탕과 요양시설은 전수조사를 이미 마쳤지만 고시원 등 취약시설에 대한 점검도 추가로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대비는 법규 강화와 시설점검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협조도 필요하다”며 “방화문을 상시 열어두는 행위, 소방차 진입로 불법주차, 경보음에 반응하지 않는 행동 등이 인명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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