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교육으로 국ㆍ공립 학교보다 지원경쟁률 높아
교육지원청 특운위, 교정 어기고 신입생 초과 배정
학교ㆍ학부모 한 목소리로 "시설 증설, 인력 충원 절실"

 

홀트학교는 경사진 터에 자리하고 있어 중증장애학생이 식당이나 예술교육장으로 가기 위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동하려면 교사나 지도사가 힘겹게 휠체어를 밀고 움직여야 한다. 안전사고의 위험도 우려된다.


[고양신문] 고양시의 대표적인 특수교육기관 홀트학교가 시설과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2018학년도 신입생 배정 과정에서 고양교육지원청 산하 특수교육운영위원회(이하 고양 특운위)가 홀트학교 중등과정에 정원을 초과해 학생을 배정하면서 한계에 다다른 홀트학교의 교육 여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고민은 크게 세 가지다. ▲1980년대 초반 지어진 건물이 오늘날의 기준에 비추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에 규모나 시설이 열악 ▲정원을 초과하는 학생 배정으로 교육의 질 하락 우려 ▲재학생 중증지체장애 학생 비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 등이다.

중증 장애학생 비율 월등히 높아

문제가 축적된 배경에는 홀트학교가 오랫동안 쌓아온 노력과 명성이 자리하고 있다. 1962년 완다학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홀트학교는 80년대 초반 홀트학교로 교명을 바꾸고 신축교사를 준공하며 본격적인 역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특수교육 연구 시범학교, 특수학교 교육과정 모델학교, 예술거점 특수교육기관 등에 선정되며 특수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어온 홀트학교에는 현재 초등학교 12학급과 중·고등학교 각 6학급, 유치원 1학급, 전공과 4학급 등 총 29개 학급 182명의 재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장애학생들의 특징과 정서를 고려한 예술교육과 이웃과 함께 하는 개방적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해 학부모와 교육 관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한 이유로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홀트학교 배정을 우선적으로 희망하다보니, 자연히 스스로 보행을 할 수 없는 1급 중증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인근 특수교육기관인 경진학교나 명현학교와 비교해 봐도 명확히 드러난다. 경진학교는 현재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중증장애 학생이 전교생 중 3명, 명현학교는 5명인데 비해 홀트학교는  24명이나 된다.

비좁은 화장실, 부족한 교육인력

문제는 홀트학교의 현실적 여건이 이러한 수요를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1급 지체장애 학생들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하고, 화장실을 한번 다녀오려 해도 특수교사나 특수교육지도사가 동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돌보는 특수교사와 특수교육지도사는 다른 학교와 동일하게 학급당 각각 1명뿐이다. 어쩔 수 없이 다른 학생들은 정상적인 교육권 침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설의 낙후도 문제다. 80년대 초반 지어진 홀트학교 교실은 구조와 넓이 등에서 오늘날의 특수교육시설 기준을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화장실은 휠체어가 문을 겨우 통과할 정도로 좁다. 그러다보니 교실 안에 놓인 베드에서 중증장애학생들의 옷을 갈아입히는 경우가 빈번하다.

학교가 황룡산 기슭 경사면에 자리하고 있어 다른 건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매번 경사진 길을 오가야 하는 것도 큰 불편이다. 식사를 하러 갈 때도 휠체어 학생들이 교사나 지도사의 도움을 받아 경사진 이동로를 따라 건물을 빙 돌아 엘리베이터가 있는 지하층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홀트학교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홀트학교가 사립학교지만 실질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할 장애학생들의 교육권을 지켜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시설 투자나 지원도 국·공립과 동등한 수준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바람을 밝혔다.
 

80년대 초반 지어진 학교 건물 화장실은 휠체어를 탄 학생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비좁다. 
화장실 공간이 협소한 탓에 교실 한쪽에 놓인 베드에서 중증장애학생들의 옷을 갈아입히곤 한다.


특운위는 규정위반, 교육청은 대안 부재

사정이 이런데도 장애학생의 학교 배정권을 쥔 고양특운위는 2018년 중학교 신입생 배정에서 정원 규정을 위반했다. 2개 반 12명이 정원인데 2명이 추가된 것이다. 그 결과 정원을 채우지 못한 명현학교가 학급당 4명의 학생을 교육·지원인력 2명이 지도하는 것에 비해, 홀트학교는 동일한 인력이 중증장애학생을 포함해 7명을 지도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학교와 학부모측은 교육의 질 하락을 우려해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이의신청을 했으나 기각돼 학생배치는 원안대로 최종 결정됐다.

홀트학교와 학부모측은 이에 따라 시설의 증·개축, 전문인력의 증원, 학생 배정의 균형 등의 보완대책을 경기도교육청과 고양시교육지원청에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 당국은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증개축에 대해서는 예산과 구조상의 문제, 전문인력 충원에 대해서는 인력수급의 문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교육청, 현장 목소리 반영해 달라”

홀트학교 학부모회는 특운위의 조치와 교육당국의 미온적 대처에 대해 “정원보다 많은 학생을 배정하면 학교 시설을 증축해야 한다고 관렵 법에 명시돼 있다”면서 “교육행정이 특수교육 현장의 현실과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를 요구했다.

학교 관계자 역시 “정원 초과 입학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겠지만, 그에 따른 시설 개선, 교육인력 충원 등의 보완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문제를 계기로 특수교육에 대한 큰 틀의 고민을 다 함께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학부모회의 요구가 단순히 특운위의 추가 배치에 대한 불만 표출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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