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모두가 잠든 사이 도시를 깨끗한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는 사람이 있다. 바로 환경미화원이다. 설 연휴를 앞둔 13일 새벽 5시, 덕양구청 인근 한 빌딩에서 사람들이 사발면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화정동 일대 청소를 맡은 여명산업 소속의 환경미화원에게 길상사 주지 보산 스님과 대길상공덕회(회장 김원국) 회원이 사발면을 대접하는 장면이다. 전체 직원은 40명으로 원당, 화정, 행신 일대의 청소를 맡고 있다. 이곳 화정동 사무실에는 12명이 근무한다. 


보산 스님은 “우리 사회를 깨끗하게 해주는 고마운 분들에게 명절을 맞아 마음을 전하고 싶어 찾아왔다”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새벽 5시. 화정동 일대의 청소를 맡은 환경미화원 사무실에서 길상사 대공덕회 회원들이 따끈한 사발면을 나누고 있다


이곳의 환경미화원은 도로와 골목길의 쓰레기를 치우고 무단투기된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분류해 쓰레기봉투와 마대에 담으며 도시를 청소한다. 새벽 6시부터 오전 11시,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두 번에 나눠 맡은 구역을 청소하는데 새벽 5시까지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을 거르고 나오기 일쑤란다. 점심은 식사비를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와 좁은 사무실에서 함께 먹는다. 


길상사 대공덕회 박기수 부회장은 “우리는 떡볶이를 직접 조리해서 드리는 봉사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공간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사발면을 준비했다”라며 “부족하더라고 양해바란다”고 말했다. 대길상공덕회는 이날 떡국떡 5말, 컵라면 13박스, 커피와 녹차, 종이컵을 기증했다. 


환경미화원에게 이번 겨울의 한파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거셌다. 날카로운 바람을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면 그 아래로 고드름이 맺힐 정도였다. 상쾌한 아침 출근길은 새벽 추위를 뚫고 나와 부지런히 거리를 정리하는 이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길상사 대공덕회는 설을 맞아 떡국떡과 사발면, 커피와 녹차 등 이웃의 정이 담긴 선물을 전달했다.


화정동에서 근무하는 김영순(가명)씨는 월요일 아침이면 평소보다 1시간 이른 새벽 4시에 나온다고 했다. “종량제봉투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드물다. 재활용품과 쓰레기가 마구 섞여 산더미같이 쌓여서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지나치다 어깨라도 닿으면 더러운 거 묻은 듯 싫은 표정을 지을 때 속상하죠. 저희는 더러운 사람이 아니에요”라며 속상했던 때를 털어놓는 이연희(가명)씨.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쓰레기분리배출도 제대로 하는 건강한 시민의식의 부족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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