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 갑작스런 무상교복 추진

고양시의 갑작스런 무상교복 추진
사전에 시의회와 논의 한마디 없어
"20억원 예산 4일만에 결정은 선거용"
여론 등에 업고 절차 무시 ‘개탄’
“무상교복 찬성하지만 이건 아니다”


[고양시장] 고양시가 준비 없이 무상교복을 추진하고 있어 선거용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례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여름 교복부터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의회가 크게 반발했다. 고양시 관련 부서는 명절연휴 전날인 14일 무상교복을 지원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연휴가 끝나고 3일 뒤인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무상교육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휴일을 제외하면 단 4일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편성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예산을 담당하는 시의회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의원은 “이렇게 시 집행부가 의회와 교감도 없이 보도자료를 낸 것은 누가 봐도 선거용 선심성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해당 상임위 위원장도 보도자료가 나온 직후 뉴스를 보고 무상교복 예산 20억6200만원이 편성된 것을 확인했다. 강주내(바른미래당) 기획행정위원장은 “조례가 제정되면 그 근거에 따라 예산이 편성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정상적인 절차 없이 시 집행부가 보도자료로 통보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의원들이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한다. 무상교복 정책을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의회기능을 상실시키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다. 시가 무상교복에 의지가 있었다면 일정시간 준비해 조례를 만들고 본예산 때 편성했을 것이다. 예산 편성했다고 보도자료부터 내면 시의회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획행정위원회의 박상준(자유한국당) 시의원은 “의회와 소통도 없이 예산만 편성한 이후에 의회가 반발하면 시는 ‘시의회가 반대해 무상교복이 무산됐다’고 여론몰이를 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이건 너무 치졸한 방식이다. 최성 시장의 정치적 판단으로 일이 진행된 것 같은데 소통을 중시한다는 시장이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무상교복을 찬성하는 시의원들도 이번 보도자료를 통한 무상교복 예산편성 발표를 달갑게 보지 않는 이유는 소통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상교복 정책이 4일만(명절 휴일 제외)에 졸속으로 결정됐고, 의회의 조례제정과 승인이 필요한 예산이라면 언질이라도 줬어야 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예산을 편성한 부서인 고양시 평생교육과 관계자는 “명절 전에 경기도 내 일부 시·군이 무상교복 예산을 편성했다는 뉴스를 보고 우리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의회와 교감 없이 급하게 일을 추진한 것은 인정한다. 3월초에 추경은 통과시키고, 복지부 승인은 4월, 조례는 5월에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시의원은 “보도자료 이후 무상교복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가 생겼기 때문에 의회 입장에선 시의 불통행정을 이유로 예산과 조례를 미루기도 어렵게 됐고,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는 것도 우스운 일이 됐다”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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