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초록시 공동체 시장의 일기

어떤 날 이런 꿈을 꾸었습니다. 내가 사는 일산 중앙로에 자동차가 사라지고 자전거 세상이 되는. 환경 시장이 당선되어 자전거 중심의 교통정책을 펼치고, 여기에 맞춰 시민들도 조금씩 변화해 가는 생태도시를 꿈꾸어봤습니다. 이런 도시를 꾸려나가는 시장이라면 아마 이런 일기를 쓰지 않을까요? 혼자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모든 사람이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니까 그냥 기분 좋은 꿈이나 꾸어 보자구요.

자명종 시계 대신에 아침 사냥을 하는 까치들의 재잘거림에 눈을 떴다. 창문을 열자 수국이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작년만 해도 자동차 매연에 거무튀튀하던 수국이 올해는 어린애의 속살처럼 눈부시도록 하얗게 피어났다. 상쾌한 바람에 쉼 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밖으로 나갔다. 이른 시간인데도 출근하는 행렬이 차선을 하나 둘 점령한 모습이 보인다. 서너 달 전만해도 텅 텅 비었던 도로가 날이 갈수록 이용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걸 보니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중앙로를 자전거 전용 도로로 바꾸면서 기념으로 심은 생강나무가 하트 모양의 잎을 반짝이며 유혹하고 있다. 아직 생강나무 잎을 먹을 수 있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없는 게 다행이라 생각하고 누가 볼까봐 살짝 밑에서 서너 이파리 따가지고 집으로 들어왔다. 윤기 있는 이파리들은 달콤 쌈싸름한 맛을 풍기며 식탁에 차려지고 주말농장에서 따온 여린 열무 겉절이와 우리 콩 살리기 축제 때 받은 된장으로 쌈을 싸 먹고 출근 채비를 갖춘다.

자전거 출근길에 시청 생태 국장을 만나다
어젠 동사무소 순회가 있어 기어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갔지만 오늘은 새로 개원한 ‘평등 유치원’에 가야 하니 아무래도 유모차를 매달 수 있는 아들 녀석 자전거가 나을 것 같아 자전거를 바꿔 탔다. ‘부인은 빌려줘도 차는 못 빌려 준다’는 말이 있듯이 자동차라면 불가능한 일이 자전거 세계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자전거를 타고 시청 집무실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차로 갈 때는 안 막히면 10분이면 갈 거리를 항상 40~50분 족히 걸려서 가던 길이다. 시간은 비슷하게 걸리지만 항상 걸리는 시간이 일정하고 따로 시간 내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니 역시 자전거는 일석 2조다. 주변에 자동차가 없으니 소음과 매연에 시달릴 염려도 없이 출근길이 이렇게 상쾌해 지다니.

10분쯤 가다가 교통 국장을 만났다. 그도 역시 작년 나와 함께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드느라 고생한 친구다.

“시장님 어젠 자동차 전용 극장이 장사가 안 된다며 자전거 전용극장으로 바꾸고 싶으니 그곳까지 자전거가 편리하게 다닐 수 있도록 정비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래요. 그곳은 곧 에너지 절약 시범도시가 만들어 질 곳인데 잘됐네요. 양국장이 직접 실태조사를 해서 적적으로 검토 해 주세요.”

“시장님 저기 대기오염 전광판 좀 보시지요. 작년에 비해 아황산가스 농도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의사협회 세미나에 갔었는데 어린이 천식환자 수가 점점 줄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바이크인 쇼핑센터가 개장했다. 우리시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매장이 다. 시 외곽에 있던 성설 의류 할인매장이 바이크 인 쇼핑센터로 바꾼 이후에 이용자가 더 늘었다고 해서 오늘은 여러가지 감사 행사를 한다고 한다. 자전거를 가지고 오는 고객에게 무료 자전거 세차권과 정비권을 주고 세발 자전거 달리기 대회, 거북이 자전거 대회 등 여러 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처음에 주차장이 너무 좁고 차량이 혼잡해 시민들에게 호응을 받지 못했었는데, 시가 지원해서 바이크 인 매장으로 바꾸고 나서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늘었다고 한다. 주차장으로 이용했던 곳을 모두 야생화 화단으로 만들고 쉼터를 만들어 놓으니 아이들과 나들이 삼아 나오는 시민들이 늘었고 그러면서 상가가 활성화 된 것이다. 자전거가 편하니 유모차도 편하고 곳곳에 휠체어 탄 장애우나 전동차를 탄 어르신들도 보인다. 이곳이야 말로 장애 없는 천국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인라인 스케이트 인구가 늘면서 이 곳 전문매장으로 인라인을 사러 오는 사람들도 늘어 어느덧 우리 도시가 인라인과 자전거의 메카가 된 듯하다.

행사에 참여하고 전철을 타기 위해 애기똥풀 역에 왔다. 너무 먼 거리를 달려 온 탓인가 목이 말라 두리번거리다 난 그만 자지러지게 웃고 말았다. 전에 드라이브인 식당이었던 곳이 바이크 인 식당으로 변한 것이다. 이용자가 늘어 2천대 분량의 자전거 보관소가 이미 가득찼다. 기계식 주차시설을 설치해야 하나 인근 아파트 단지 주차장을 활용해야 하나 공청회를 해서 자전거 주차문제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엔 자전거 이용자들의 집결지인 만큼 새로운 업종이 가장 먼저 생겨난다. 자전거를 주차시키고 닦아주는 신종 아르바이트 생들도 있고, 자전거 외양을 바꾸는 자전거 튜닝 업체도 성업중이다.

자전거로 이렇게 지역경제가 활성화 되는 것을 보니 덩실 덩실 춤이 쳐질 것 만 같다. 2001년 대형 할인매장에 셔틀버스가 없어질 때 자전거 이용자 우대정책을 펴자고 제안했다가 무안만 당했는데 이런 쇼핑센터에 자전거 관련 사업이 활성화되니 정말 신나는 일이다. 몇 년사이에 세상이 놀랄 만큼 변하는 것을 느낀다. 이런 변화가 아직 자동차 손님들만 기다리는 대형 할인매장까지 번질 날이 오겠지.
<고양녹색소비자연대 김미영 사무국장>


<초록시 공동체 시장의 자전거 계획
자전거 이용촉진을 위한 시민연대 활성화
생태공원 지역내 자동차 이용억제운동의 전개
에너지 절약 시범도시에 ‘청정대기 계획’수립
‘지구의 날’ 시 전역 자동차 통행 규제 실시
지역주민들과 함께 자동차 증가율 0% 운동 전개
자전거 이용에 친근한 건물, 기업 시상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샤워실 설치 보조금 지급
어린이 자전거 면허 시험 실시
자전거 보관소에 CC TV 설치 지원
주민에 의한 자전거 도로 모니터링 및 의견 반영
전철역의 자전거 주차장 정비
자전거 무상 수리기관 설치
자전거 등록제 및 보험 활성화
보행, 인라인스케이트, 휠체어와의 교통 연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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