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시장 후보 5인 책 톺아보기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은 감추고
제각각 강조하는 전략 같은 듯 달라
"제 매력에 한번 빠져보실래요?" 

 


[고양신문] 더불어민주당 고양시장 후보로 나선, 현직 시장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들이 나란히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책들은 고스란히 ‘고양시 대권 레이스’의 스타트 라인에 선 이들의 출사표다. 다섯 권의 책은 같은 듯 다르다. 각자 자신의 경쟁력과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욕망이 갈피마다 숨어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세밀히 들여다보면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그걸 풀어낸 방식도 제각각이다. 다섯 권을 함께 비교해 읽는 재미를 기자 혼자 누리기 아까워 독자들에게 공개한다.

▶ 기사 속 견해는 어디까지나 기자 개인의 사견임을 밝힌다. 
▶ 소개한 순서는 가나다순이다. 
▶ 호칭은 최성 시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후보’로 통일했다. 
▶ 출판기념회를 연 책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책만 대상이 돼 아쉽다. 타 정당 후보들도 선거를 겨냥해 신간을 내면 꼭 연락주시기를…
 

 김영환 『다시 새 길』 (행복스토리)

표지가 심플한 노란색이다. 1987년 평화민주당 시절부터 시작해 수많은 대중적 기억들을 환기시키는 색이다. 그 흐름을 계승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띠지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책브레인’이라는 카피가 등장한다. ‘현장을 바꾸는 정책의 힘’처럼 ‘정책’이라는 단어가 반복 강조된다. 촉이 느린 독자라도 눈치 챌 수 있다. 정책이 김 후보의 주특기구나.

사실 김영환 후보에 대한 중론도 비슷하다. 유능한 정책통이라는 것. 문제가 발견됐을 때 어떻게 아이디어를 내고 풀어 가는지, 다시 말해 정책을 설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책을 통해 ‘김영환은 정책을 만들어 해결책을 내놓는 정치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책 서두에서 자신의 정치적 족보를 선명하게 밝힌다. 김진표, 김현미, 이 정도면 내세울 만하다. 정치적 역량이 쟁쟁한 인사들 밑에서 정책보좌관으로 두각을 나타냈다니 말이다. 여기에 킨텍스의 새로운 변신을 함께 추진한 임창열 사장과의 친밀감도 원 없이 과시하며 경제통 이미지도 노렸다.

책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한, 동시에 독자로서 흥미로웠던 대목은 문재인 정부 출범을 준비하기 위해 급하게 꾸려진 국정위 참여 경험이다. 인수위를 대신한 국정위 활동은 김영환 의원의 경력에 빛나는 견장이 된 듯하다. 당 추천 전문위원 30명 중 유일한 지방 의원이었다니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하겠다.

하지만 이런 의문도 든다. 우리가 지금 시장 후보를 면접하는 거야, 대통령이나 도지사 후보를 면접하는 거야? 그만큼 책에서 다루는 의제의 범위가 크다. 고양시에 맞춤한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일말의 아쉬움이 들 수밖에.

하지만 김 후보는 지역의 미시적 현안을 국가의 거시적 정책 기조 속에서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렇게 본다면 탁월한 국정현안 이해도는 정치인으로서 분명한 장점이지 싶다.

문체는 담백하고 명쾌하다. 늘 바쁜 듯 ‘본론만’ 말하는, 좋게 말하면 군더더기 없고 한편으로는 좀 까칠해 보이는 스타일이 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책은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됐는데, 특히 네 번째 ‘고양시의 새로운 길’은 개인적인 열정이 가득 담긴 듯하다. 자신의 관심분야인 경제문제를 다룬 장으로서 경기북부테크노밸리를 비롯해 자족도시로 가기 위한 비전이 담겼다. 각 장의 말미에 ‘정책 일기’라는 부록을 덧붙여 자신이 추진한 정책을 밀도 있게 연결한 구성도 칭찬할 만 하다.

▲ 추천 - 고양시의 미래 비전을 현 정부의 국정 기조와 연결해 상상하고자 하는 이에게 흥미로운 팁을 준다.  

▼ 비추 - 김영환 후보의 소소한 인간적 체취를 기대한다면 별로 얻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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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임 『새로운 고양』 (명작커뮤니케이션스)

김유임은 책표지에 스스로의 얼굴을 정직하게 강조했다.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됐는데, 첫 장은 ‘김유임, 허스토리’다. 제목처럼 김유임은 정치인으로서, 좀 더 구체적으로 ‘여성(her)’ 정치인으로서 ‘스토리’를 가진 인물이다. 학생운동, 시민운동을 거쳐 지방자치의 자장 안에서 밑바닥부터 성장해 온 당당한 초상화가 그려진다. 자신의 과거 이야기와 오늘날의 지역 현안들을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구성이 꽤 흥미롭다.

특히 아버지, 어머니, 시어머니 등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감성을 자극하는 문체는 ‘스토리 주인공’으로서의 주특기를 잘 보여준다.

이어지는 장에서 다루는 핵심 단어는 지방분권, 문화재생과 도시재생, 더불어 사는 사회,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공동체 등이다.  

정보의 전문성은 차치하고, 담고 있는 정보의 물리적 양 자체는 김유임의 책이 가장 많다. 어떻게 보면 참 오지랖 넓다 싶을 정도로 이런 저런 사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2018년 대한민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과제의 전체적인 윤곽을 일별할 수 있는 ‘교육적 효과’를 얻는다.   

특히 지방분권, 사회적 경제 등의 핵심 개념들을 정리한 부분은 공 들인 참고서적을 읽듯 용어를 정리해가며 공부하는 매력이 있다. 미래 먹거리 산업과 관련해, 개발 중심에서 벗어나 도시를 다시 디자인하는 방향을 견지하는 것도 설득력 있다.

반면, 김 후보 자신의 주관적 정치적 소신과 원칙론에 가까운 교양 지식이 너무 혼재돼 집중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페이지마다 본인의 사진을 너무 많이 넣은 것도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 독자들에게 두꺼운 의정보고 리플릿을 읽는 느낌을 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 추천 -  당당한 여성 정치인 김유임의 스토리를 읽고 싶다면 1장을, 사회적 의제 전반에 대한 교양적 공부를 하고 싶다면 2장 이하를 읽어보시라.

▲ 비추 - 간결하고 요약된 형태로 정보를 담은 책을 선호하는 독자라면 완독하기가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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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희 『고양도시설계』 (뉴시티미디어)

유일하게 ‘도시발전전략포럼’이라는 연구 모임을 공저자로 내세웠다. 저자와 함께 고양시의 발전 전략을 오랫동안 논의해왔고, 도표와 그래프 제작 등 역할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직하고 겸손한 인상이다.

박 후보는 고양시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두 가지로 요약한다. 하나는 자족도를 높이는 것, 둘째는 교통망의 확대다. 박 후보의 생각 속에서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있다. 도시경쟁력을 높여야 삶의 질이 높아지는데, 교통망의 개선 없이는 경쟁력이 높아질 리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고양시 각 지역의 모든 현안마다 교통개선책을 무척 공격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만듦새를 살펴보자. 글씨가 크고 그림과 도표가 많아 보기 쉽다. 마주보는 면이 글자로만 된 페이지가 하나도 없다. 언제 그 많은 도표와 지도, 그래픽 이미지를 그렸는지 놀라울 정도다. 그러다 보니 담고 있는 글자 수는 다른 책의 절반밖에 안되지 싶다. 하지만 간결함은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특히 지속적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오래간만에 책을 손에 드는 독자에게는 박 후보 책의 가독성이 훨씬 높을 듯하다.

지역 구석구석의 문제를 돋보기처럼 들여다보고, 각각 한두 가지의 아이디어를 성실하게 보탠 점은 후한 점수를 줄만 하다. 예를 들자면, 25년이 된 도시 일산 아파트의 리모델링 문제를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언급한 유일한 책이다.

다만 교통연장과 거점 개발이라는 반복되는 패턴의 해법이 지역에 따라 변주된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그가 제안하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얼마만큼 실효성 있는 제안들인지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견해가 갈릴 듯하다.

책 속에는 부지런히 언론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시한 흔적도 담겨있다. 세 명의 도의원이 경기도의회를 기반으로 ‘조례 정치’를 했다면, 박윤희 후보는 그 세월 동안 지역의 연구·토론 자리를 지키며 ‘제안 정치’를 해 온 셈이다. 하지만 타 후보들에 비해 문제의식의 시야가 조금 좁다는 인상은 지우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의 현안을 꼼꼼히 살핀 성실성, 그리고 다양한 아이디어로 논쟁거리를 던져 준 점은 책의 미덕이라 아니할 수 없다.

▲ 추천 - 고양시의 교통, 주택, 개발 정책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필히 한 권 소장할 만하다. 그래픽 이미지로 갈무리된 각종 지도와 도표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 비추 - 도로공사, 지하철공사를 중심으로 한 지역 거점 개발과 발전 논리에 거부감이 있는 독자는 책을 읽다가 혈압이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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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화정터미널 6:30』 (더페이퍼)

표지가 세련되고 사이즈도 콤팩트하다. 삽입된 사진의 품질도, 보라색을 채택한 투톤 인쇄도 감각적이다. 정석에서 벗어난 실험적 시도에 독자들이 어떤 점수를 줄까?

내용과 형식은 더 유별나다. ‘모노다큐’라는, 소설적 글쓰기와 자료적 정보를 적절히 뒤섞은 시도가 어쨌든 참신하다. 스스로를 생생한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효과를 발휘하는 데 제격이다.

책은 두 명의 시점을 번갈아 교차시키며 ‘도의원 이재준의 어느 하루’를 관찰하는 형식을 취했다. 한 명은 이재준을 밀착 취재하라는 미션을 부여 받은 지역신문 기자 지망생. 거리감 있는 존재로 여겼던 정치인의 삶을 스토킹 하듯 따라다니며 주인공의 매력에 젖어드는 캐릭터로 설정했다. 유권자들이 책 속의 젊은 기자처럼 자신의 매력 속으로 빨려 들어 달라는 염원을 넣은 듯하다.

나머지 한 명은 당연히 이재준 본인이다. 1인칭 시점의 소설을 쓰듯,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정을 숨 가쁘게 스케치하며 그 속에 자신의 장점과 매력을 최대한 드러내는 글쓰기를 전개한다. 

장소와 조연급 등장인물 활용도 능란하다. 예를 들자면, 수원을 오가는 버스를 타며 외곽순환도로 통행료 문제를 자연스레 이끌어내는 식이다. 상당히 영리하다.

도의원이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재준 후보의 책이 딱이다. 조례 만들기가 궁금한 이도 마찬가지다. 주민 제보로 청소년 오토바이 배달 문제를 고민했다는 대목은 문제의 착상, 고민, 조례제정의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시인으로서의 관심, 습관적 독서 등을 보여주며 은근히 자신의 인문적 교양을 드러내기도 한다. 역시 모노다큐 형식을 채택했기에 가능한 이점이다.
중간 중간 조례 원문, 질의 응답, 단상 정리 등 다양한 양식의 글들이 삽입된다. 100건의 조례를 발의했다는 자신감도 반복된다. 이쯤 되면 정치를 즐기는 이의 자긍심이 묻어난다.

화정과 수원을 오가는 생활 현장의 리얼리티가 살아있다는 점, 스스로 타협 없는 싸움꾼 기질을 드러낸 대목, 조례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 실체를 그대로 옮겨놓은 점도 독자들의 흥미를 잡아낸다.

책의 말미에 이재준은 소상공인 사장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신임기자는 지인들과 맥주잔을 부딪힌다. 정치인과 유권자가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같은 고민, 같은 기쁨을 품고 살아가며 서로를 마음에 품는다는 엔딩이 멋지다.

하지만 화자가 교차되는 구조에 혼란과 불편을 느낄 독자도 없지 않겠다. 또한 1인칭 소설적 화법으로 자화자찬을 반복하는 느낌이어서 좀 닭살스럽기도 하다. 

▲ 추천 - 판에 박힌 정치인 책이 지겨운 이에게 추천한다. 아울러 도의원이 뭐 하는 사람인지, 조례란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한 이라면 이 책을 일독해보시라.

▲ 비추 - 이재준에게 팬심이 없는 이라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차고 넘치는 ‘자기애’가 부담스러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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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 『도전에서 소명으로』 (다산지식하우스)

사실 이 기사에서 최성 시장의 책을 나머지 네 명 도전자들의 책과 함께 비교하는 게 적절한지 고민했다. 고양시장의 자리를, 그것도 재선 8년 동안 지키고 있는 현 시장이 낸 책이라 만듦새나 내용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 않나. 디자인도 사진도 너무 매끈하다. 규모가 큰 출판사에서 만든 티가 역력하다.

책은 최 시장의 책을 지속적으로 출간하고 있는 다산북스의 김선식 대표와 대담을 나누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1장은 지난해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했던 이야기다. 압도적 꼴찌, 처절하게 졌지만, 스스로 아름답게 이겼다고 평한다. 패배를 통해 더 큰 깨달음과 도약의 장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마어마한 ‘정신 승리’ 내공이다.

사실 최 시장의 지난해 대선 도전은 많은 시민들에게 당혹과 논란을 가져왔다. 당선 가능성의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도전 과정에서의 소통과 여론 수렴 절차가 정당했냐는 고민을 남긴 것이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최성 시장 나름대로의 솔직한 답변이다. 그 답변이 독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아니면 허탈함을 더 가중시킬지는 독자들의 몫이겠다. 둘째 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견해와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스스로 정치적 멘토로 모시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대담이 이어진다.

4장은 국가적 현안과 정치인으로서 최성의 관심사를 함께 집약했다.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법, 통일한국 실리콘밸리, 평화통일 경제특구 등 평소 최 시장의 입을 통해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질문과 대답이 이어진다.

마지막 장에서는 고양시와 경기도를 언급한다. 여기에서 최 시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시민자치혁명과 통일한국 실리콘밸리의 성공적 안착을 자신의 힘으로 완수하고 싶다는 말로 3선 시장 도전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관심사가 고양시는 물론, 경기도와 대한민국을 위한 일임을 언급해 향후 다양한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고 있음을 암시했다.

대담 형식이라 글에서도 최성 시장 특유의 장황한 달변가로서의 면모가 여지없이 발휘된다. 하지만 여전히 어딘지 공허하다. 어느 자리에서건 마이크 어필을 즐기는 최성 시장의 말과 글에 열광하는 이들은 누구이며, 염증을 느끼는 이들은 누구일까? 그의 책을 읽는 과정은 최성 시장에 대한 평소의 양면적 고민을 새삼 상기시켜준다.

▲ 추천 - 최성 시장의 대권 도전 과정에 대해 뭔가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고자 하는 이라면 일독에 도전해보자.

▲ 비추 -  책을 읽은 이들 중 궁금증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답답함만 가중됐다는 소감도 있으니 유념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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