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직접구매와 병행 추진돼야 '착한교복' 보급돼
"현금지원 반갑지만 대기업 독과점 고착 우려"

 

지난달 27일 고양교육지원청에서 열린 '고양시 중고등학교 무상교복 실현을 위한 청책토론회' 참가자들이 무상교복 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고양신문] 고양시가 갑작스럽게 발표한 ‘무상교복 예산’에 대해 보다 정교한 후속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가 지난달 21일 무상교복 예산 20억6200만원을 편성했다고 발표하자 가장 먼저 시의회에서 “무상교복과 같이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을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의도가 무엇이냐”며 당혹감을 표했다. 일부에서는 “최성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밀한 검토나 준비 없이 선심성 교복지원예산을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대기업에 의한 독과점 구조 혁신과 중소기업의 자유로운 교복시장 진입이 전제돼야 비로소 실현할 수 있는 교복가격 인하효과 등이 전혀 고민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상교복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시 평생교육과 담당자는 “이번에 편성된 20억6200만원의 예산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올해 중학교와 고등학교 입학생 2만1000여 명 하복 구매비용으로 1인당 약 10만원씩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 무상교복사업을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김영환 도의원은 “현행 제도에서는 교복구입비를 현금으로 학부모에게 직접 지급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대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교복시장을 방치한 채 시 예산으로 대기업의 수익을, 그것도 중소기업보다 비싼 가격을 얹어서 챙겨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말처럼 시 담당자는 “현재로서는 학교나 주민센터 등의 협조를 받아 신입생 명단을 정확히 파악한 후 학부모들의 통장에 직접 지급하는 방식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김동석 한국학생복사업자협의회장 역시 “무상교복사업의 핵심은 유통구조의 개선”이라면서 “대기업 브랜드가 싹쓸이하고 있는 교복 시장을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방식의 지원책은 균형 잡힌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비 절감을 근본적으로 정착시키려면 교복가격이 낮아지도록 유도해야 하고, 그러려면 무상교복 예산이 학교에 의한 완전입찰제를 견인하는 매개체로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4사 교복시장 독식

매 년 대규모 수요가 발생하는 교복시장은 현재 스마트·엘리트·아이비클럽·스쿨룩스 등 대기업 4개 브랜드가 전체의 72%를 독점하고 있고, 대다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상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하청을 통해 생산한 교복을 대기업이 마진을 붙여 비싼 가격에 학생들에게 되파는 왜곡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기업이 비싼 가격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중소기업의 진입을 가로막고, 대기업끼리는 적당한 비율로 교복시장을 나눠먹는 ‘보이지 않는 카르텔’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대기업의 독점 구조와 비싼 교복가격을 바로잡기 위해 그동안 학부모 공동구매운동, 학교주관 구매제도 확대 등의 노력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제도적 허점과 예외조항의 악용 등을 통해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시장구조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수요 예측이 불안정해 재정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구매계약을 따내도 마음 놓고 교복을 대량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매출 이탈이 발생할 경우 재고 손실을 온전히 중소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매장 개설, 디자인, A/S 등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막강한 인프라와 경쟁 자체가 쉽지 않다.

교복값 22만원까지 낮출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무상교복 사업은 학교에서 ‘주관’만 하는 현행 허점투성이 구매방식이 아닌 학교가 주체가 돼 조달청을 통해 직접 교복을 구매하고 신입생들에게 일괄 지급하는 구매방식의 획기적 전환과 병행 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영환 도의원은 “경기도에서 추진하는 무상교복 사업의 올해 예산이 도의회의 의결을 거쳐 이미 확보되었음에도 적용 시기를 2019년도 신입생으로 늦춘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면서 “내년도 교복 선정작업이 올해 8월에 진행되는데, 구매제도 변경을 전제로 한 무상교복예산 사업이 적용되면, 독과점 구조와 비싼 교복가격, 두 개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동·하복 합쳐 29만원 선에서 형성돼 있는 대기업 브랜드 교복값을 거품을 뺀 중소기업제품으로 대체하면 22만원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고 밝혔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무상교복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고양시는 전체 예산의 25%만을 부담하게 되고 25%는 경기도가, 나머지 50%는 경기도교육청 예산으로 집행된다. 

한 학부모단체 활동가는 “고양시의 무상교복 예산 편성을 환영한다”면서도 “그렇지만 값싸고 질 좋은 착한교복 보급, 구매제도 개선, 중소기업 상생 등의 동반 과제들에 대한 검토가 수반되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9학년도 입학생부터 진짜 착한교복을 입을 수 있도록 시가 광역단체, 교육당국등과 긴밀한 협조와 논의를 펼쳐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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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교복정책 들여다보기

학교 주체로 계약·구매하면
명실상부한 무상교육 실현 가능

 


성남시와 광명시, 용인시에 이어 고양시에서도 ‘무상교복’ 예산이 책정되면서 비싼 교복가격에 대해 새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용어도 혼란스럽고 시장구조는 더 복잡하다. 무상교복사업, 공동구매, 대기업 독과점 등 교복을 둘러싼 몇 가지 관심사를 짚어보자.     

무상교복사업, 복지 포퓰리즘 아닐까.
헌법 제31조 3항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교육기본법 제8조는 중등교육까지를 의무교육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근거에 따라 교복을 무상으로 지급하자는 사업은 헌법의 이념과 교육기본법의 취지에 충실한 교육복지사업이라 할 수 있다.

무상교복정책의 목표는.
질 좋은 교복을 가정형편의 구분 없이 균등하게 지급해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빈부의 차별을 겪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정책의 명분이고, 만만찮은 교복구매비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학부모들의 가계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실질적 효과다.  
 
무상교복에 시장구조 개편이 수반돼야 하는 이유는.
독과점 구조가 심각한 교복시장에서는 기업들이 교복 가격의 결정권을 쥔다. 모든 학생들에게 교복을 무상으로 지급하기 위해서는 질 좋은 교복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받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 브랜드 독과점의 대안은.
대기업은 직접 교복을 생산하지 않고, 중소기업에 하청을 줘 제품을 납품받아 자사 상표를 달고 높은 마진을 붙여 유통한다. 중소기업이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대기업과 가격경쟁을 하도록 하면, 양질의 교복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현재 교복시장에서 중소기업제품이 선택되지 않는 이유는.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수요예측이 불확실한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덤핑, 품질에 대한 불신 등의 악조건을 이겨내기 힘들다.

중소기업 교복의 품질과 디자인을 보증할 방법이 있을까.
경기도에서는 2015년부터 착한교복사업을 벌여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교복 소재를 연구하고, 디자인을 개발하고, 패션쇼와 순회 전시를 통해 마케팅 지원을 펼치고 있다.     
    
현재 시행되는 학교주관구매는의 허점은.
학교주관구매는 학교장이 주관해 교복을 구매하는 제도로서 교복시장을 공적영역으로 들여온 방식이다. 학교주관구매로 전환한 학교는 학부모 공동구매에 비해 낙찰 평균가가 저렴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렇지만 학교주관구매를 통해 중소기업제품이 선택되더라도 예외조항을 악용해 대기업이 시장을 교란시키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교 현장에서 브랜드 교복을 입는 학생과 중소기업 제품을 입는 학생 사이에 정서적 위화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보완책은. 
무상교복을 실현하려면 궁극적으로 학부모에게 교복가격을 현금 지원하는 것에서 학교가 교복을 직접 구매해 학생들에게 현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중소기업은 자유롭게 대기업과의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품질 좋은 교복을 차별 없이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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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무상 교복, ‘비싼 교복’ 문제해결 빠졌다」 보도 관련 정정보도


위 제하의 기사 중 “매년 대규모 수요가 발생하는 교복시장은 현재 스마트 엘리트 아이비클럽 스쿨룩스 등 대기업 4개 브랜드가 전체의 72%를 독점하고 있고, 대다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상태다”라는 표현에서 언급된 스마트 엘리트 아이비클럽 스쿨룩스 등이 중소사업기본법에 따른 ‘대기업’이 아니며 또한 ‘독점’이 아닌 ‘과점’하고 있는 것으로 정정합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조정일자 : 2018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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