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속에 민주주의 있다’ 고양정치아카데미 강의

[고양신문] 우리 삶에서 정치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핵심은 예산을 감시·평가하고 나아가 예산집행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좋은 정치인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좋은 정책과 예산이 반영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일산동구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2018 고양정치아카데미 ‘아는 만큼 정치한다’의 3번째 순서로 ‘예산 속에 민주주의 있다’ 강의가 마련됐다.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과 김달수 도의원이 강사로 참여한 이날 강의에서는 지자체예산편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고양시 예산을 분석해보는 시간 등이 마련됐다. 

이날 강의에는 6·13고양선거 예비후보자 및 정치지망생 20여 명이 참석해 강의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진행된 강의 내용을 주요 키워드별로 나눠서 정리했다.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

고양시는 과연 ‘부채제로’ 도시일까
정창수 소장은 먼저 “‘부채제로’가 아닌 ‘채무제로’가 올바른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회계용어상 ‘채무’는 ‘현 시점에서 현금 지급이 실제 발생한 거래’를 뜻하며 ‘부채’는 여기에 더해 ‘나중에 지급해야 할 채무까지 미리 반영’한 것을 의미한다. 즉 지방채 상환을 통해 당장의 지자체 빚을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당장의 채무를 해결한 것일 뿐 ‘부채제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정 소장은 민자사업, 보증, 토지환매조건부, 장기계약 등을 지자체별로 숨어있는 부채의 대표사례로 언급했다. 이들 모두 당해년도 회계상 채무로 잡히진 않지만 추후 지자체가 부담해야할 예산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인천시의 경우 전임 시장들이 송도신도시의 부지를 토지리턴제(환매조건부)로 매각했다가 토지를 매입한 교보증권 컨소시엄이 리턴권을 행사하면서 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전임시장이 체결한 3500억원 규모의 장기계약으로 인해 문제를 겪고 있다고 정창수 소장은 이야기했다. 정 소장은 “게다가 민자사업의 경우 2019년부터 채무로 잡힐 예정이기 때문에 현재 ‘채무제로’를 선언한 지자체 대부분이 무늬만 ‘채무제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고양시는 어떠할까. 최성 시장은 2016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50만 이상 대도시 중 처음으로 ‘부채제로 도시’를 달성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취임 당시 2655억원에 달했던 지방채를 킨텍스 부지 매각 등을 통해 모두 갚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지역 내에서는 공공시설 및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외면한 채 허리띠만 졸라 이뤄낸 ‘형식적인 정치구호’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정창수 소장은 “고양시 산하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의 부채문제도 함께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부채들을 포함한 통합부채의 규모는 2016년 기준 132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부채규모는 킨텍스(177억원)와 고양도시관리공사(128억원) 순이며 자본대비 부채비율로는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48.7%)과 고양문화재단(34.15%)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 소장은 “공기업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흑자구조를 가질 수 있다. 부천시의 경우 타 지역에 상수도를 공급해 매년 2000억원까지 특별회계를 마련하고 있으며 서울지하철공사 또한 감가상각비를 제외하면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 고양시 또한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산하기관을 충분히 흑자구조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양시 재정력지수(기본재정수요 대비 자체수입)는 2013년 1.033에서 2017년 0.839로 5년새 경기도 내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0.839는 고양시가 필요한 예산 중 고작 83%만을 채우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비슷한 규모의 수원(1.227), 성남(1.271), 용인(1.243) 등과 비교해 볼 때 턱없이 낮은 수치다. 

정 소장은 “경기도 내 타 지자체의 경우 대부분 재정력지수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고양시는 오히려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시의 적절한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역총생산량이 높으면 잘사는 동네일까
고양시 GRDP(지역 내 총생산) 규모는 2014년 기준 1647억원으로 경기도 지자체 중 상위 7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1인당 GRDP 규모는 1652만원으로 뒤에서 7번째 순위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 지자체의 살림살이를 파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정창수 소장은 이야기한다. 정 소장은 “광역자치단체 중 울산의 GRDP규모가 가장 크고 충남이 그 다음이지만 자금의 역외유출흐름을 살펴보면 상당금액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양시 또한 서울시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산업단지 유치노력 보다는 오히려 지역 내에서 자금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경제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시에서는 지역 내 경제순환모델을 확립하기 위해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노원구에서는 지역보험회사를 설립하는 고민까지 나아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창수 소장은 “적어도 지역경제를 고민한다면 자금이 어떻게 돌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자료는 기본적으로 마련되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올바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통계자료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고양시 축제예산은 많은 편인가
고양시 행사축제경비는 2016년 기준 3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시 평균인 43억원과 비교해 낮은 금액으로 축제예산낭비가 심하다는 시민들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다만 정창수 소장은 소모성 축제예산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 소장은 “행사축제의 전체 건수를 살펴보면 총 235건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121건이 집행액 1000만원 미만의 행사·축제라는 점은 대부분 선심성으로 뿌려진 예산일 가능성이 높다”며 “축제예산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화천 산천어 축제나 함평 나비축제 같은 성공적인 행사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고양시의 경우 서울시와 인접해 있어 외국인 관광객이 찾기에도 수월한 측면이 있는 만큼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드는 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달수 도의원

예산관리 어떻게 해야할까
정창수 소장의 강의에 이어 김달수 도의원은 “2조원에 달하는 고양시 예산이 그대로 풀린다면 지역경제에 엄청난 파급을 미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어떻게 지역 내에서 경제가 순환되도록 할 것인가가 지방재정집행의 과제”라고 이야기했다. 

김 의원은 지방재정운영의 과제로 4가지를 이야기했다. 첫 번째는 재정의 건전화다. 김 의원은 “그동안 지자체 재정은 도시 내 사회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쓰여왔지만 앞으로는 도시의 여러 문제들을 관리하는 데 쓰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부채가 없다고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재정의 성과관리 측면을 강조했다. 즉 시 예산에 대한 사전적 성과관리와 사후적 평가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재정의 민주화로서 “투명성 강화를 위한 예산심의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김달수 의원은 “투융자심사에 대한 적정성과 실효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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