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 빛 시 론>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한국·일본·중국에서 연이은 올림픽 

2018년 평창을 시작으로 2020년 동경(하계), 2022년 베이징(동계) 올림픽이 연이어 개최된다. 기회도 이런 기회가 없다. 전 세계적으로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은 지역은 동북아시아다. 남북분단으로 인한 군사적 갈등으로 일본은 재무장하려하고, 중국 또한 미국에 대응해 군비를 무제한 증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림픽은 그냥 스포츠 축제일 뿐, 정치적 의도나 목적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창설자 쿠베르탱은 “스포츠로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를 통해 국제 사회 갈등을 풀고 세계 평화를 이루는 화합의 장으로 인식한다는 말이다. 이미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한 선수단이 공동 입장했던 경험이 있다. 갈등과 대립을 거듭하던 남과 북이 올림픽을 통해 세계 평화와 화합의 장면을 연출한 대표적인 사례다. 

올림픽 이전과 이후

작년 12월 북한은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했다. 미국 트럼프를 비롯한 조야에서는 북한에 대한 험악한 공격적 발언이 이어지고 북한 또한 원색적으로 미국을 비난했다. 이렇게 북미 간 말폭탄을 주고받는 동안, 곧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1월 9일 한미군사훈련을 올림픽 이후로 연기하자고 한미 정상이 합의를 했다. “평창은 평화다”라고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화답하듯,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의사를 밝혔다. 여자아이스 하키팀이 남북단일팀으로 구성됐고, 개막식에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파견됐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응원단은 경기마다 화려한 응원으로 주목 받았고, 북한예술단이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을 했다. 폐막식에는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참석하면서 올림픽 이전에는 상상할수 없었던 평화의 희망을 보게 됐다.

올림픽은 평화다

남한과 북한의 군사적 긴장은 일본을 무장화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선언하면서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하려고 한다. 반전 평화주의자로 알려진 아키히토 천황이 퇴위를 선언한 것을 두고 아베 내각의 헌법개정에 반대하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으며, 2019년 4월말로 예정된 헤이세이(아키히토) 천황이 그의 아들 나루히토로 승계되면서 헤이세이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연호가 시작되는 역사적 변화의 지점에 서게 된다. 이러한 전환의 정국에 개최되는 동경올림픽은 어떠한 평화의 시그널이 준비돼 있을까? 그리고 그 2년 뒤에 펼쳐질 베이징 올림픽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어떠한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고조된 전쟁 상황이 평화 분위기로 전환된 것은 이번 평창올림픽 외교의 큰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 올림픽이 끝나면 트럼프가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우리 정부는 대북특사를 파견하겠다고 트럼프에게 선언했으니 말이다. 

한·중·일 올림픽 동안의 평화운동

작년 12월까지 남한의 평화운동은 예전과 다른 실제 전쟁의 두려움과 공포를 겪어야 했다. 그래서 몇몇 평화단체들은 올림픽 이후에 적극적인 평화운동을 준비하거나 기획을 하고 있다. 우선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 즈음해 과거 시민사회 원로들이 중심이 돼 ‘한반도 평화만들기 은빛순례단’을 발족해 1년간 범국민 평화서약을 하고, 연찬모임과 강연회를 하고, 수많은 단체들과 사람들의 생각을 경청하면서 전국을 순례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당연히 그 주제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내가 먼저 평화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일사회를 위해 우선 남한의 좌우갈등이나 지역갈등 등 모든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한반도의 핵무장과 전쟁을 반대하는 생명평화운동을 전개하려고 한다. 또한 평화재단은 한중일 3국의 올림픽을 계기로 3국의 시민사회가 연대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실질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민간단위의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은 그야말로 평화올림픽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했다. 이제 일본의 시민단체, 중국의 평화단체들이 고조되는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평화를 이뤄 문명적 대전환을 요구하는 지금, 2018년 평창을 시작으로 2022년 베이징까지 4년간, 또한 3·1운동 100주년을 즈음해 진정 한국과 일본간, 한국과 중국 간의 구체적이고 비가역적 평화를 만들어내도록 정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노력을 집중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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