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식사대접과 반찬배달 6년째 지속
회비와 지역 기업 후원으로 비용 마련

 

일요일 오전, 반찬과 식사 준비 봉사를 마친 봉우리봉사회원들이 구호를 함께 외친다. "봉사는 사랑이다!"


[고양신문] 대개의 사람들이 일주일 중 가장 느긋한 시간을 즐길 일요일 오전, 주교동 상가 지역 틈새공간에 자리한 봉우리봉사회(회장 김지범) 사무실에는 이른 시간부터 봉사자들의 손과 발이 분주하다. 생선을 조리고 밑반찬을 볶고 국거리를 다듬는 일손이 척척 맞는 게 하루 이틀 호흡을 맞춘 솜씨가 아니다.

찬거리가 완성되면 깨끗하게 세척한 용기에 넉넉하게 담는다. 기자가 찾은 날 준비된 찬은 코다리조림과 콩자반과 어묵볶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맛있는 냄새에 군침이 자꾸 넘어간다.

봉우리봉사회원들은 7~8명으로 구성된 봉사조가 순서대로 돌아가며 매주 일요일마다 따끈한 밥상을 차려 생활이 어려운 이웃의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한다. 첫째 주와 셋째 주에는 푸짐한 반찬 주머니를 만들어 40가정에 직접 배달을 해 준다.
“여성 봉사자들은 주로 조리를 담당하고, 남성 봉사자들은 용기에 담아 배달하는 일을 합니다. 오랫동안 함께해 이젠 눈 감고도 척척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김지범 회장의 소개처럼 봉사자들은 각자 알아서 자신들의 역할을 능숙하게 감당한다. 일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한구석에서 천천히 관찰해보니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배달 가정의 목록을 체크하고, 후원업체에서 보내주는 물품을 전달받아 분배한 후 배달차량에 반찬주머니를 차곡차곡 싣는다.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한끼 대접

배달 당번들은 각자 승용차를 가지고 와 봉사에 참여한다. 차를 세워 놓고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와야 하는 경우가 많아 가능하면 2인 1조로 움직인다.

반찬을 전달하는 지역은 오래된 아파트와 빌라, 반지하 주택 등이 밀집된 주교동과 성사동 일대다. 이곳 주민들 중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의 협조를 받아 찾아낸, 여러 가지 이유로 복지사각지대에 내몰린 어르신들이 반찬 배달봉사의 주 대상자다.
“반찬을 가지고 가면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참 고마워하십니다. 어쩌면 반찬을 전해주는 인정이 더 그리우셨던 것 같아요.”

배달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 회원은 자신들을 반기는 어르신들을 보며 오히려 자신이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빈 반찬통을 회수하는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고맙다는 인사를 적은 한 어르신의 편지는 회원들에게 큰 보람과 자랑이 됐다.

반찬을 실은 3대의 배달차량이 각자의 코스로 흩어져 출발하고 나면 봉사회 사무실은 더 분주해진다. 11시부터 어르신들이 점심을 드시러 오시기 때문이다. 주방은 이제 본격적인 식사 준비로 전환한다.
“매주 40여 명의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러 이곳에 들르십니다. 20여 평 좁은 공간이지만 일요일마다 잔치가 벌어진 것처럼 시끌벅적하지요.”
따끈한 한 끼 식사는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든든한 이웃의 정이기도 하다.
 

복지사각지대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반찬주머니를 배달할 봉사자들.


시간·정성·물질 보태 봉사 펼쳐

봉우리봉사회는 2012년 결성됐다. 이름 안에는 ‘봉사를 통해 아름다운 우리를 만들어가자’는 멋진 뜻을 담았다. 처음에는 성당에서 만난 다섯 명의 지인들이 중심이 돼 봉사모임을 시작했는데, 그동안 함께 봉사할 이들을 하나둘 끌어들여 6년째를 맞은 지금 회원은 100여 명으로 늘었다. 그 중 절반 정도가 매달 정기적으로 회비를 납부하며 봉우리봉사회의 사업예산을 스스로 마련한다. 김지범 회장은 “시간과 노력, 거기에다 물질적 정성까지 보태며 봉사에 참여해주는 회원들이 무척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예산은 늘 빠듯하다. 매주 반찬과 식사를 준비하는 재료비만도 만만찮다. 시에서 연간 200만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을 보조받았는데, 그마저도 3년 이상 연속으로 받을 수 없어 올해까지만 받으면 종료다. 다행히 뜻 있는 사업체에서 소중한 정성을 보태줘 나눔이 조금은 더 풍성해졌다. 김 회장은 고마운 이들의 이름을 꼭 명기해달라고 부탁한다.
“지난해부터 롯데아울렛 고양점에서 후원금을, 후앙제과와 레스뿌아제과에서는 맛있는 빵을 정기적으로 후원해 주셔서 어르신들을 대접하는 일에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활동 공간 확보 절실”

이웃을 향한 봉사가 주된 활동이지만, 회원들끼리의 돈독한 정을 쌓기 위한 행사도 정기적으로 연다. 특히 봄, 가을 단합대회는 모든 회원들이 기다리는 즐거운 나들이다. 그동안의 수고를 서로 격려하며 모임 이름처럼 ‘더 큰 우리’를 재확인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봉우리봉사회는 모든 회원들이 꿈꾸는 바람이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이 임시로 마련한 가건물이라 안정적으로 봉사활동을 지속할 공간 마련이 절실하다.

“지난해부터 새로운 사무실을 얻기 위해 보증금을 모으고 있어요. 주교동 인근에 25~30평 규모의 공간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이 있으면 꼭 좀 소개해주세요.”
김지범 회장은 안정된 공간을 마련해 더 큰 봉사를 펼치려는 봉우리봉사회원들의 소망이 꼭 이뤄지기를 함께 기원해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봉우리봉사회는 일요일마다 식사 봉사를 한다. 매주 40여 명의 어르신들이 이곳에 들러 풍성한 음식과 정을 대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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