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 큰 보람> 고양생명의전화

[고양신문] 생명의전화는 1962년 호주에서 시작돼 현재 22개 국에서 운영 중이다. OECD 국가 중 최근 10여 년간 자살률 부동의 1위 국가인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생명의전화(전국 1588-9191). 고양시에도 생명을 살리기 위해 오늘도 수화기를 드는 고양생명의전화(백석동, 원장 조규남)가 있다. 2017년도 송년회에서 조규남(69세) 원장과 우수봉사자 2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규남 원장에 따르면 고양 생명의전화는 전국 19개 지부 중 한 곳으로 24년째 운영 중이고, 3개의 팀이 있다. 첫째, 전화상담팀. 교육을 통해 전문상담사를 양성해 봉사에 투입한다. 내담자, 상담자 모두 익명으로 상담을 진행하기 때문에 편하게 전화해도 된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자살하지 않는데, 그 한 사람조차 없는 단절감 때문에 자살을 한다고 한다. 이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둘째, 자살예방팀. 고양・파주・김포 부근 학교에서 강사로 나가 자살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살예방교육 강사를 훈련하고 자격증을 부여한다.

셋째. 호스피스팀. 호스피스는 말기 암으로 임종을 앞둔 환자를 돌보는 것이다. ‘어떻게 잘 죽을 수 있느냐?’라는 웰다잉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죽음과 사투를 벌이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편한 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다가 운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떤 계기로 이런 봉사를 시작하게 됐을까? 조 원장은 삼등 항해사 시절 약을 갖추고 처방해주는 정도의 의료를 담당했다. 뇌암인 줄 나중에 알게 됐지만, 아파서 죽겠다는 선원을 꾀병인 줄로만 알고 외면했던 기억, 그렇게 죽음을 맞게 한 그 사람에 대한 책임이 큰 나머지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전화상담팀에서 18년간 활동한 이춘지(77세)씨는 봉사를 시작하기 전, 교사로 일하면서 학생 상담을 담당했다. 퇴직 후 봉사할 길을 고민을 하던 차에, 신문을 통해 고양생명의전화 광고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우연히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 어느덧 18년째.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한다. 24시간 운영되는 전화상담인데, 봉사자가 모든 시간에 배치돼 있지 못하다고 한다. 봉사자가 채워져야 일선에서 물러날 수 있지만, 전화상담 사례가 많아 그렇게 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봉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고 한다. 이씨는 “여러 내담자의 사정을 들으면서 자신이 많이 성장했다”며 “이런 점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호스피스팀 오태진(71세)씨를 만나봤다. 아내가 먼저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봉사자로 활동해왔다. 오씨는 퇴직 후에 봉사를 시작해 부부봉사자가 됐는데, 주변에서 많이 부러워한다. 오씨는 암센터 등에서 환자의 머리를 감겨주거나, 발 마사지, 대화, 기도 등 몸의 불편한 것뿐만 아니라 마음도 보살피고 있다. 2017년도 7월 4일 오씨가 담도암 수술했을 당시 봉사자들이 머리도 감겨주고 발도 닦아주면서 마사지를 해줬는데, 당시 너무 감격해서 “내가 빨리 건강해져서, 이런 봉사를 해야겠다”며 다짐했다고 한다.

오씨는 “봉사라는 것은 내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면서 시민의 참여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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