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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쟁이들의 발랄한 수다 “레디~~ 큐!”한양문고 팟캐스트 ‘한양 R&B’ 첫 녹화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8.03.09 22:36
  • 호수 1361
  • 댓글 0

지역작가와 청년 머리 맞대고
책을 매개로 풍성한 이야기 펼쳐
“매월 생각의 향연 기대하세요”

 

팟캐스트 한양 R&B의  주인공들. 사진 왼쪽부터 최하람(뮤지컬), 신정현(신기사), 신지혜(할머니), 김경윤(천사)씨. 맨 오른쪽은 녹화를 담당한 윤상근 씨.


[고양신문] 고양의 대표 지역서점인 한양문고 주엽점에 지난 8일 저녁 지역작가와 청년들이 모였다. 한양문고에서 새로 시작하는 팟캐스트 방송 ‘HANYANG R&B’ 첫 녹화를 위해서다. ‘국내 최초 공상주의 방송’이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경계 없는 꿈을 꾸는 이들이 만드는 방송이라는 뜻이란다. R&B 역시 각각 레드와 블루의 머리말로 서로 다른 이념과 생각, 세대와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방송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단다.

메인 진행을 맡은 김경윤 작가는 자타공인 고양시 대표 문화쟁이다.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거친 입’과 ‘따뜻한 시선’이 그의 거대한 덩치 속에 공존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소개하는 인사도 “악마의 언어를 쓰는 뚱뚱한 천사”다.
신지혜씨는 고양시 노동당을 대표하는 청년 정치인이다. 그는 자신을 “내 마음속에 할머니가 살고 있다”고 소개하며, 천진한 외모를 배반하는 애늙은이스러움을 스스로 고백했다. 물론 지인들은 ‘흉내 내기 힘든 내공’으로 읽는다.

신정현씨는 낮에는 청년운동과 통일문제전문가로, 밤이면 대리기사로 밤낮없이 뛰며 긍정의 에너지를 팡팡 풍기는 “신나는 신기사”다.
김민애(한양문고 기획실장)씨는 좀 슬픈 사람이다. 다른 이들이 한양문고에 놀러 올 때 민애씨는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닉네임도 ‘한양이’다. 그렇지만 책과 사람을 중심으로 문화 프로그램을 꾸리는 일을 민애씨보다 잘할 사람 없다는 의견에 토를 다는 이 없다.

네 명의 고정 패널 외에 주제에 따라 게스트를 초청하는데, 첫날 모신 이는 “내 무대는 내가 연출한다”는 스물한 살 당찬 뮤지컬배우 최하람씨다.
첫 녹화에선 최근의 핫이슈인 ‘올림픽’과 ‘미투 운동’을 테마로 잡았다. 책을 사랑하는 생각쟁이들이 주고받은 풍성한 말잔치 일부를 지상 중계한다.

(▶ 이하 천사=김경윤, 할머니=신지혜, 신기사=신정현, 한양이=김민애, 뮤지컬=최하람)

 

-1부- 당신에게 평창올림픽은?

 

올림픽, 나는 이 책

한양이 - 『시베리아 시간여행』(박흥수, 후마니타스). 일제강점기 만주와 시베리아로 흩어져야 했던 선조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남북 화해의 계기를 마련한 평창올림픽의 감동을 되새기게 했다. 조만간 한양문고에서 북콘서트도 하니 꼭 오시라.

천사 - 억지스럽지만 서점 홍보도 해야 하니 인정.
신기사 - 운동의 본질적인 정신을 고스란히 담은 책은 뭐니뭐니해도 『슬램덩크』(이노우에 다케히코, 대원씨아이)다. 스포츠가 주는 순수한 기쁨과 감동의 모든 것이 여기에~!

(신기사는 책 내용을 인용하며 등장인물 성대모사를 시도했는데 “굳이 안 했어도…” 라는 리액션이 쏟아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할머니 - 순수 좋아하지 마시라. 『그런 남자는 없다』(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오월의 봄)를 보면 ‘올림픽 정신’이 기독교와 신사도, 제국주의의 가치가 뒤섞여 근대국가 탄생 이후 만들어진 이데올로기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천사 - 1987년 시민투쟁 이후 88년에 노동자투쟁이 이어졌는데, 그 열기를 깔끔히 꺾은 게 88올림픽이었다. 코리아나의 ‘손에 손 잡고’로 상징되는 국가주의와 민족주의가 밀려 온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를 국제무대에 알린 면도 있지만….

평창올림픽이 열어제낀 남북 화해의 창

신기사 - 며칠 전 대리운전 메시지에 ‘평양 김정은 집’이라는 콜이 떴다. 새삼 평양이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양으로 대리운전 가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 보는 요즘이다.
한양이 -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 우리에게도 거짓말처럼 통일이 찾아왔으면….
할머니 - 난 솔직히 민족이라는 이름 속에 숨은,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가 탐탁찮다. 민족이라는 이름을 벗어난 통일의 이유를 찾으면 좋겠다.

(청중들 사이에서도 재밌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특히 한 청년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개인의 노력이 퇴색되는 게 불편해 올림픽을 보기 싫었다는 의견을 냈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기회의 평등’으로 넘어갔다.)

국가를 위한 희생은 없다!

할머니 -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대한 20~30세대의 곱지 않은 시선은 노력과 대가가 일치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젊은 세대의 피해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한양이 - 여자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은 순수한 마음으로 응원이 가능한데, 남자 선수들은 자연스레 ‘열심히 하면 군대 안 가겠네’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더라.

신기사 -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공정성에 대한 예민한 분노가 있다.
천사 - 그럼 다함께 공정한 애정으로 패럴림픽도 응원하기로 하며 1부는 마무리~^^.
 

고정 출연가수로 소개된 포크듀오 '헬로 유기농'이 감미로운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2부- 우리에게 날아든 '미 투(ME TOO)'

 

내게 다가온 페미니즘

천사 - 새로운 게스트 뮤지컬이 들어오니 평균 연령이 확 낮아졌다. 책을 추천해 달라.
뮤지컬 -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이민경, 봄알람). 여성이 자신의 불편함을 어떤 방식으로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메뉴얼 같은 책이다. 가슴은 답답한데 입이 안 트이는 여성들에게 강추~!
신기사 -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벨 훅스, 문학동네)은 제목처럼 페미니즘이 내 삶을 위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주는 친절하고 따뜻한 책이다.
할머니 - 『그런 남자는 없다』는 여성 혐오가 어떤 국면에서 돌출하는가를 여러 필자들의 글로 보여준다. ‘남성의 우울이 깊어질수록 여성혐오가 깊어진다’처럼 인상적인 구절이 넘친다.

뮤지컬 - 강남역 사건에 충격을 받아 공부를 좀 해 1년 전 스스로 페미니스트 선언을 했다.
천사 - 음, 강남역은 페미니즘의 성지가 될 듯…. 신기사는 페미니스트인가?
신기사 - (매우 눈치를 보며)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난 사실 페미니스트를 만나 싸우다가 페미니즘을 고민하게 됐다. 그가 던진 몇 개의 질문들이 계속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게 아닌가. 눈을 뜨고 보니 세상에 남성중심주의가 가득했다.

‘함께’ 라는 믿음으로 세상을 바꾸자

천사 - 고양페미라는 모임이 있다던데?
할머니 - 20~30대 10여 명의 낯 가리는 쎈 언니들이 모여 페미니즘에 대한 책도 읽고 공연도 보는 모임이다.
뮤지컬 - 불모지라는 10~20대 모임도 있다. 농담처럼 ‘불편함은 모여서 조져야지’ 하다가 이름이 됐다(웃음).
신기사 - 남성중심의 세계관에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그 가치관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폭력적으로 육아를 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다.

천사 - 미투 운동, 우리사회에 어떤 깨달음을 줄까?
할머니 - 여성을 ‘사람’으로 보며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예전처럼 누군가와 ‘쉬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신기사 - 노(No)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보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뮤지컬 - 나를 공감하는 이가 있다는 믿음이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줬다. 함께 세상을 바꿔나가자(다함께 짝짝짝~).

주최측은 영상과 음성파일을 편집해 유튜브와 SNS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란다. 하지만 시간이 허락된다면 4월부터 매달 첫 주 수요일 저녁에 진행되는 공개녹화의 직관을 권한다. 성별과 세대를 넘나드는 생동감 넘치는 언어가 공간을 가득 채우는 경험이 무척 유쾌하기 때문이다. 고정 초대가수로 소개된, 포크듀오 ‘헬로 유기농’이 들려주는 감성 돋는 노래는 덤이다. 다음 달 주제는 ‘죽음’이란다. 생명이 움트는 4월에 웬 죽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팟캐스트 진행자와 청중들이 첫 녹화를 축하하며 다 함께 한 컷.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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