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 빛 시 론>

고상만 인권운동가

[고양신문] 지난해 9월에 출범한 국방부 적폐청산위원회 활동이 올해 2월 28일부로 종료 되었습니다. 저 역시 그 위원회 소속 간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우리 군의 잘못된 적폐를 청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대표적인 성과를 몇 가지만 꼽자면 무엇보다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에 대해서는 국가가 포괄적인 책임을 인정하도록’ 정책을 바꾼 일입니다. 이에 따라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은 이전까지 개인의 책임 여부를 까다롭게 따지며 유족을 거듭 고통스럽게 했지만 이런 야만은 이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징병할 권리가 국가에 있다면 입대한 군인의 생사 역시 국가가 책임지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대표적인 군 권력기관인 기무사령부 개혁을 이끌어냈다는 점입니다. 알려진 것처럼 이명박 정부 시절, 기무사령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2009년 실시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기무사령부가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개입한 사실입니다. 또한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일상적인 감시와 사찰 역시 기무사령부가 근절하지 못한 악습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수사 권한이 없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사찰도 자행되고 있었습니다.

군 적폐청산위에서는 이러한 기무사령부의 마구잡이식 동향 감시를 전면 폐지하도록 권고했고 이것을 관철시켰습니다. 또한 기무사령부가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난 일체의 불법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감시기구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즉 기무사령부 내에 인권센터를 신설하고 이곳의 책임자를 외부의 인권전문가가 담당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처럼 군 적폐청산위는 여군 성폭력, 방산비리, 내부 고발자 보호, 군의문사, 적폐 민원 등 모두 12가지 과제를 선정하여 이를 개선하도록 안을 제시했고 국방부가 이러한 안을 저극 수용함으로써 적지 않은 여러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권고 중 오늘까지도 여론이 들썩이는 사안이 하나 더 남아있습니다. 바로 ‘군 외출 외박지역 거리 제한 폐지’ 발표입니다. 군 복무 경험자라면, 그리고 군대에 아들을 보낸 후 면회를 다녀온 부모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바로 그 문제입니다.

군인은 1년에 분기별로 4번 외박을 나올 수 있고 매월 1회 당일 외출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외출 외박을 나와도 군인들은 부대가 위치한 지역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군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으로서 저는 이걸 바꾸고 싶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는 이스라엘 군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징병제로 운영되고 있는 이스라엘 군대는, 그러나 우리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처럼 부대에서 내내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 근무하고 주말이면 퇴근해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자유입니다. 이처럼 주말을 작은 휴가 개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개념이 이스라엘을 강한 군대로 만들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군인들 역시 외출외박을 ‘작은 휴가’ 개념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의 휴가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한다면 그 짧은 시간에도 집에서 엄마 밥먹고 자도 되고 아니면 좋은 시설의 잠자리를 찾아가 편히 쉬고 오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거리제한 폐지에 군인들의 반응은 열광적입니다. 그런데 접경 지역 상인들은 이러한 폐지 정책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반발합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자기 지역의 군인을 뺏길 것만 왜 우려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다른 지역 군인을 우리 지역으로 끌어 오겠다는 생각은 왜 안하나요? 지금과 다른 서비스만 제공한다면 군인들이 먼저 찾아갈 것입니다.

군인의 인권 보호는 이제 멈출 수 없는 대세입니다. 우리는 더 많은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 군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저는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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