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숙 사진전 ‘그리움에 대한 잔상’

박영숙 사진전 '그리움에 대한 잔상'
4월 29일까지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고양신문] 하루 하루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지만 눈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무채색의 계절에 봄을 미리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있다. 햇볕 속에서 흔들리는 노란색, 분홍색, 연두색의 다채로운 천들이 봄을 알리는 것만 같다. 작품에서 봄바람에 휘날리는 그리움, 봄볕에 떠오르는 아련한 추억, 봄꽃 향기가 느껴진다.

지난 13일, 풍동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애니꼴(관장 김희성)에서 박영숙 작가의 사진전 오프닝 행사가 진행됐다. 현재 대구에서 활동 중인 박 작가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2010년 전국흑백사진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박 작가는 색채에도 관심이 많아 원색으로 된 오방색으로도 작업을 많이 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강렬한 색감보다는 옅은 파스텔톤의 오방색들로 꾸며져 더 은근하고 아름답다.

그의 모든 작품의 배경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8남매의 막내이다 보니 어머니 연세가 많아 어릴 때 부끄럽게 여긴 적이 있다. 그것이 아픔으로 가슴속에 남아 있다. 어머니가 고운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 어머니에게 신경을 제대로 못 쓴 것과 예쁜 옷 한번 해 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단다. 고운 색깔의 천 사진을 찍다보니 어머니 생각이 더 간절했다.
 


기획 초대전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한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의 관장이자 피노 레스토랑의 대표인 김희성씨는 “올해는 사진 분야를 중점적으로 조명하면서 4명의 사진작가를 초대하고 있다"면서 “심인보 작가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전시로, 현재 대구에서 활동 중인 박영숙 작가를 소개하게 돼 기쁘다. 자연의 순수한 색채로 물들여진 천을 통해 아름다움과 작가의 섬세함, 가족 간의 애틋함,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다”고 오프닝에 참석한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이번에 전시 중인 사진은 경남 양산의 통도사 서운암에서 찍은 것들이다.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천연염색 축제장에서 나부끼는 염색 천을 카메라에 담았다.

현대사진포럼의 대표이자 사진문화비평가인 김영태씨는 박 작가의 작품에 대해 “대상을 자유로운 시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했는데, 대상・빛・그림자 등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져 또 다른 의미가 발생하는 이미지로 변주되었다.(…) 작가가 생산한 결과물은 감각적이면서 정서적으로 다가온다. 그와 더불어서 정신적인 영역의 상처 혹은 아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내용적으로는 문학적이고 시각적으로는 다분히 회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즉 복합적인 수사로 포장된 조형언어”라고 평했다.

작품을 보고 나면 빛과 천이 가로와 세로로 맞물리면서 흔들릴 때의 모습이 일관성 있게 표현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더불어 ‘내 엄마를 색으로 표현하자면 어떤 색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어린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엄마를 표현하는 색깔도 점차 원숙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곁에 없는, 떠나간 것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는 4월 29일(일)까지 계속된다.
 

 

애니꼴에서 전시중인 박영숙 사진작가의 작품을 감사중인 관람객들

 

풍동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에서 진행 중인 '그리움에 대한 잔상' 사진전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박영숙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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