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지역 산림법 적용안돼

고양시가 어린 묘목은 ‘푸른 고양가꾸기’란 이름으로 예산을 들여서까지 심으면서 정작 50년 이상 수령의 아름드리는 무차별 벌목을 모른 척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풍동 식사동 행신2지구, 일산2지구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이루어지는 곳의 소규모 자연림과 나무들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마구 파헤쳐지고 있는데도 고양시는 택지개발 지역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최근 한창 개발이 진행중인 일산구 가좌지구에서는 수령이 50년이 넘는 소나무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오랫동안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확인 결과 아름드리 나무 40여 그루는 개발업체가 잘라내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가좌지구는 4월 분양을 끝내고 아파트 공사에 들어간 K개발 측의 사업부지이면서 공원 등 공공용지로 고양시에 기부체납을 하기 위해 K개발 측이 민간소유의 토지를 매입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공원용지로 지정된 곳에서만 수령 100년이 넘는 40여 그루의 소나무들이 사라졌다는 것. 주민들은 “공원으로 조성할 것이라면 왜 나무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 심는지 모르겠다”며 “개발업체가 나무를 다른 곳에 팔기 위해 옮겨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의 나무들이 벌목된 것으로 밝혀졌다. K개발 측은 “작은 나무들은 옮겨 심었지만 큰 나무들은 이식비용이 부담돼 관계기관의 허가를 받고 대부분 벌목했다”고 밝혔다. 이곳 관계자는 “토지를 매입하면서 나무를 포함한 정착물들도 함께 사들였기 때문에 문제될게 없다”는 반응이다.
고양시의 녹지과 주택과 도시정비과 일산구청 등 관련 부서들도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은 커녕 업체 측의 개발논리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 공원과 산림관리를 맡고 있는 녹지과에서는 택지개발 사업승인이 나면 산림법이 배제돼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녹지과 윤재완 과장은 “과거에는 전 땅주인에게 나무 이식비를 주었지만 올해부터는 개발업체가 이식비 대신 나무값을 보상하고 다른 곳에 팔거나 잘라내고 있다”며 택지개발지구에 있는 나무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업계획을 담당했던 도시정비과는 사업시행 이전 지구내 산림현황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밝히며 한술 더 떠 “그곳 나무들은 당연히 없어졌을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개발 업체 측은 자연적으로 조성된 작은 숲과 나무는 잘라내고 인공 공원을 조성해 예산 낭비까지 지적되고 있다. 고양시는 앞으로도 풍동과 식사동, 행신2지구, 일산2지구 등에서 많은 개발사업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자연림을 살릴 수 있는 대안 모색이 절실한 실정이다.

어린이식물연구회의 한동욱 대표는 “대화 가좌지구의 개발로 한강변과 고봉산을 잇는 녹지 생태축이 절단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면서 “나무 한그루도 소중히 하려는 공무원들의 인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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