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소설가의 텃밭에서 세상읽기>

김한수 소설가

[고양신문] 봄볕이 따사롭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봄나물들이 파릇파릇 올라오고, 작년 가을에 심었던 마늘과 양파도 기지개를 켜며 머리를 내민다. 혹한을 이겨낸 쪽파와 대파와 부추도 올라오고, 시금치도 일제히 잎사귀를 피워 올린다.

동장군이 물러가고 본격적인 농사철이 다가온 것이다. 이맘때가 되면 텃밭을 일구던 사람들은 농사짓고 싶은 마음에 온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때부터는 사람들이 하나 둘 농장으로 나와서 텃밭을 둘러보며 농사계획을 세운다.

농사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농장으로 찾아와서 문의를 하는 것도 이맘때부터이다. 주말농장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농사에 입문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우리 농장에도 해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온다. 대부분은 중장년층인데 드물게 청년들이 찾아올 때도 있다. 청년들이 찾아오면 여간 반갑지 않다.

우리 농장에서는 초보자들이 농사를 참 잘 짓는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말마다 농장에 상주하면서 사람들에게 농사짓는 방법을 하나하나 일러준다.

농사는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꽤 많은 훈련과 공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지난 십 년간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농사를 지어왔지만 난 아직도 농사가 어렵다. 자연환경과 기후조건이 해마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농법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건 철학이다. 그래야 자연을 해치지 않고 작물을 건강하게 길러낼 수 있다.

아이 키우는 걸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농사는 아이 키우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서 아이의 인생이 확연히 달라지듯이 농부의 가치관에 따라서 작물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큰다.

그런데 농사에 갓 입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사에 대해 공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세상이 좋아져서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정보만 잘 활용해도 누구나 어렵지 않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그런데도 초보자들은 막무가내로 농사를 짓는다. 그러다가 상당수가 장마철이 되면 농사를 포기하고 떠난다. 요리가 되었건 악기연주가 되었건 무언가 새로운 걸 시작할 때는 공부가 꼭 필요하듯이 농사도 농법과 작물의 특성에 대해 배워야만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농사는 그냥 흙에 뭔가를 심어놓기만 하면 저절로 수확이 이루어진다는 환상에 빠져있다. 아마도 농사를 소비로 이해하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하 답답해서 방법을 일러주면 남의 일에 뭔 참견이냐며 불쾌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종을 생명이 아닌 공산품으로 대하기도 하고, 이웃 밭작물을 자기 것처럼 따먹거나 남의 퇴비를 말도 없이 가져다 쓰는 이들도 있다.

농사는 소비가 아니라 생명을 키우는 거룩한 일이다. 그래서 다양한 방면의 공부가 꼭 필요하다.

그래서 난 올해 농사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운영하는 도시농부학교에 입학해서 공부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도시농부학교는 굉장히 많은 도시농부들을 배출해왔고 올해 9기를 모집하고 있다. 카페(cafe.naver.com/godonet)에서 신청서를 내려 받아 제출하면 된다. 마감은 4월 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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