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향후 발전방안 토론회

특수교육지도사 미배치 학교, 고양에만 12곳
“대안 아닌 근본적 해결책 제시하라”

 

[고양신문] 장애학생들의 통합교육 보조인력인 ‘특수교육지도사’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위한 토론회가 지난 21일 일산동구청에서 열렸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민경선)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장애학생 학부모가 직접 발제자로 나서 경기도 교육청을 향해 “장애학생 통합교육에 대한 보다 분명한 철학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밖에 특수교육지도사, 학부모 대표, 경기도의원, 경기도교육청과 고양시 담당공무원 등 장애학생 통합교육 문제의 관련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눴다.

발제자로 나선 왕승호(가좌초 학부모)씨는 “장애학생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현실에서 특수교육지도사는 통합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특수교육 보조인력 1명당 학생수가 전국평균 7.8명인데 비해 경기도는 10.7명으로 전국에서 배치율이 가장 낮다”며 강한 어조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현재 3학급당 1명꼴인 특수교육지도사를 규정대로 1학급당 1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경기도교육청에 요구했다.

특수교육지도사를 대표해 토론에 참여한 김정자씨는 불안정한 고용과 교육에서 소외되는 지위 등 특수교육지도사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밝힌 후 “교사, 학부모와 더불어 교육의 주체로 당당히 동참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절실한 요구에 비해 교육당국의 답변은 궁색했다. 권오일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과장은 “장기적으로는 배치를 정상적으로 늘려야 하지만 부족한 예산과 교육공무원 인원총량제 등 현실적 한계로 당장 확대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회복무요원과 특수교육전공 대학생을 확대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특수교육 전공 학생들의 보조인력 참여 시 교과 학점을 부여하고, 나아가 임용고시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사회복무요원과 대학생 투입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토론에 참여한 김라현(대화초 학부모)씨는 “장애학생에 대한 이해나 사명감이 없는 사회복무요원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선생님’으로 둔갑할 수 있느냐”면서 “전문적인 방식으로 장애학생들의 행동에 개입할 수 있는 특수교육지도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의 시간에는 특수교육지도사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스스로를 장애인학부모단체 임원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특수교육지도사는 생활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러야지, 특수교사의 영역인 수업지도에 개입해선 안된다”면서 “지침에 맞춰 특수교육을 정상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권오일 과장은 사업집행과 정책 수립 병행의 고충을 토로하며 “장기적으로 특수교육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경기도교육청 산하 특수교육연구원이 설립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는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토론회에는 고양시와 경기도의 장애학생 학부모, 장애인단체 대표 등 150여 명이 참석해 특수교육지도사 대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방증했고, 심광섭 고양교육지원청 교육장과 유한우 일산동구청장도 끝까지 토론을 경청했다. 정치인 중에서는 토론을 주최한 민경선 도의원과 패널로 참석한 김달수 도의원, 좌장을 맡은 이윤승 시의원이 직접 관여했고, 김영환 도의원, 김운남 시의원이 참관했다.

현재 정부는 장애인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근거해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수교사가 배치되고, 특수교사의 지도를 받아 장애학생의 학교생활을 돕도록 보조인력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보조인력을 지자체마다 특수교육실무사, 특수교육보조원 등 제각각으로 부르는 것에서 보듯 명칭조차 명확히 통일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기도를 비롯한 5개 시도에서는 ‘특수교육지도사’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조직화 미비도 특수교육지도사의 위상 정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노조 등이 없다보니 제도의 벽에 막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달수 도의원은 “중앙에서 못 하는 일을 보충하기 위해 경기도가 관심을 갖고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지자체장과 교육감 후보들에게 장애인정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공약을 유권자들이 요구하자”고 말했다.

특수교육지도사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고양시 학부모들의 적극적 의견 개진 덕분이다. 고양시는 올해 112개 유치원과 초등, 중등,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지도사 배치를 경기도교육청에 신청했으나 91개교만 배정됐다. 결과적으로 21개 학교는 보조인력 없이 특수교육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내몰린 것. 이에 고양시 학부모들이 적극 나서 특수교육지도사 미배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며 여론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토론회를 주최한 민경선 도의원은 “지난 7일 장애인 학부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양시에 특수교육지도사 미배치 학교가 21곳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문제는 경기도 전체의 현안이기에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학부모들의 요구를 듣고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는 첫걸음을 시작했으니, 발전적인 해결책이 나오도록 논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론회를 준비한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민경선 위원장이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많은 참석자들이 준비된 좌석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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