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 시청

시청신축은 도시개발사업, ‘주민 동요’
이재준 “선거개입 의심받기 충분”
과거 선거 앞둔 시점 용역중단 사례도


[고양신문] 고양시가 갑작스럽게 시청 건물을 새로 짓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재정적 문제를 들어 청사신축을 할 수 없다던 시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신청사 건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선거용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낡고 비좁은 청사를 벗어날 수 있으니 반겨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있다.

고양시청을 새로 짓거나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10년도 넘었다. 현 고양시청 건물은 군 시절인 1983년 지어졌다. 이후 리모델링을 했지만 도시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현재 44개 부서 중 절반이 넘는 25개 부서가 시청 주변 민간 건물을 임대해 쓰고 있다. 이에 따라 시청을 찾는 시민들은 방문해야 할 부서를 찾지 못해 시청 앞 거리를 헤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청사 신축과 이전은 고양시가 오래 전부터 떠안고 있던 큰 과제였다. 하지만 최성 시장은 재임기간인 지난 8년간 청사 건립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야 청사를 신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년 전 최성 시장은 고양시의회에서 “시청사 건립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시의원의 지적에 “재정운영상 건립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청사 건립이 당장은 힘들다고 밝혔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태도가 뒤바뀐 것이다.

시장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이재준 도의원은 고양시 발표에 앞선 3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청사를 신축해 원당지역을 행정타운화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뒤 고양시가 시청 신축에 대한 보도자료를 냈다. 자세한 내용을 요청한 본지에 시 관계자는 이재준 의원이 발표한 내용과 유사한 형태로 청사건립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고 내용이 기사화됐다. 그러자 이재준 의원이 시의 보도자료는 자신의 공약을 물타기하려는 행위라며 “시의 이번 발표가 선거개입을 의심받기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한 이 의원은 “앞으로 고양시는 킨텍스 제3전시관, 테크노밸리 사업 지분참여 등으로 수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여기에 신청사까지 짓는다는 말은 지금까지 최 시장이 자랑해 오던 ‘부채제로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청사 신축 용역은 지난해 본예산에 이미 반영된 것으로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준비한 것이 아니다. 재정적 문제는 용역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는 2003년에도 신청사를 추진하는 용역을 발주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용역은 6개월만에 중단되고 말았다. 당시 다음해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정치적 이유와 청사 후보지 주민들 간 갈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은 시청 신축을 단순히 청사를 새로 짓는 문제로 보고 있지 않다. 시청부지가 어디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해당 지역 도시개발이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사 건립 계획에 시가 더욱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시 관계자는 “신청사 건립은 기본적으로 현 부지에 하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며 원당지역을 떠나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원당 지역 주민들은 낙후된 구도심 환경이 개선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 주민들은 과거에 거론되던 부지로 이번 기회에 시청을 옮겨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재준 도의원은 “시가 청사 신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단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철저히 준비해야 할 사업을 굳이 선거시점에 발표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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