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주말여행’ 권하는 박은하 작가

평범한 장소에 숨은 매력 찾아내기
도시와 테마 연결한 특별한 여행 추천

 

반나절 짧은 여행의 흥미로운 노하우를 들려주는 박은하 여행작가가 자신이 쓴 책을 소개하고 있다.


[고양신문] “서울에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덕이도서관에 왔는데, 처음 오는 동네라 짧은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찾아왔어요. 유명한 명소를 찾아가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니까요.”
‘반나절 주말여행’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러 지난 21일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도서관을 찾은 박은하씨는 강연장에 온 청중들을 마치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을 대하듯 호기심 어린 미소로 맞았다.

그는 자신만의 여행 콘텐츠를 찾아내고, 나들이 경험을 글과 사진으로 남겨 독자들에게 전하는 프리랜서 여행작가다. 평범한 장소에서도 숨은 이야기와 매력을 찾아내는 게 박 작가의 주특기다. 그렇게 찾아낸 여행지 정보를 모아 벌써 3권의 책을 공동저작으로 펴냈다. 『반나절 주말여행』과 『차 없이 떠나는 주말여행 코스북』은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하루 동안 다녀올 수 있는 짧은 나들이에 대한 깨알 같은 팁을 가득 담은 책이다. 『원데이 아트트립』은 미술관의 숨은 매력과 나들이의 즐거움을 동시에 열어볼 수 있는 책이다. 역시나 한나절 훌쩍 다녀올 수 있는 일정을 설계해준다.

박 작가의 나들이 흔적은 ‘엘레나 언니네(elena.pe.kr)’라는 블로그에 차곡차곡 모아놓았다. 사실 10여 년 전까지 박 작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주말을 이용한 짬짬이 여행을 소개한 블로그에 대한 주변 반응이 좋아 지금은 전문 여행작가가 됐다. 취미가 직업이 된, ‘덕업일치’를 이룬 셈이다.
“처음엔 안정된 수입이 없어 불안하기도 했지만, 내 시간을 온전히 내 의지대로 사용한다는 점이 행복했어요.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훌쩍 떠날 수 있으니까요.”

프리랜서 이력이 쌓인 지금은 나름의 지명도를 얻어 사보나 웹진 등에서 나들이 꼭지 의뢰가 꾸준히 이어진다. 일과 생활의 조화를 소중히 여기는 ‘워라밸(워킹&라이프 밸런스)’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박 작가의 차별화된 여행전략은 ‘테마 찾기’다. 부산 수제맥주 투어, 당진 가톨릭성지 투어 등 특정한 주제를 여행지와 연관해 나들이 계획을 짜는 것이다. 물론 테마와 공간이 거저 엮어질 리 없다. 인터넷을 비롯해 각종 자료를 꼼꼼히 살펴 정보며 사전 준비에 공을 들여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트랜드도 놓쳐선 안된다. 대구를 찾았을 때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딸기 디저트 맛집을 찾아 여행을 하기도 했다.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나 자신만의 테마여행 코스를 짤 수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여행과 만나면 즐거움이 훨씬 커지죠.”

행복이란 바다와 하늘이 파랗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라는 박 작가의 ‘선동’을 들으니 이번 주말엔 무조건 길을 나서고 싶어진다. 정말 하늘이 파란지, 행복이 거기 잘 있는지 확인하러.
 

박 작가가 추천하는 숨은 여행지 중 하나인 당진 아미미술관. <사진제공=박은하>

 

박은하 작가의 추천여행 5


1. 봄에는 역시 꽃구경

꽃구경 제대로 못하고 지나가면 봄이 섭섭하다. 지방의 유명 꽃축제를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건이 안 된다면 가까운 곳의 꽃 명소를 찾아보자. 일산에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찾아갈 수 있는 서울 성동구 응봉산은 개나리가 온 산을 가득 채운다. 15분이면 올라가는 낮은 산이지만 한강변에 자리하고 있어 앞뒤로 전망이 최고다. 벚꽃은 여의도 외에도 대학로 낙산, 과천 서울대공원에서도 즐길 수 있다.

2. 궁궐의 숨은 매력 찾기

서울에는 조선의 궁궐 5개가 남아있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제각각 이야기도 풍부하고 매력도 다르다. 각 궁마다 특정한 테마 체험을 할 수 있다. 미리 인터넷 신청을 해서 경복궁 경회루 입장, 창덕궁 달빛기행, 창경궁 야간개장을 즐겨보자. 덕수궁 바로 옆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3층에 마련된 ‘정동 전망대’는 조선과 개화기의 역사를 품은 덕수궁과 정동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명소다.

3. 알면 알수록 실속 있는 기차여행

기차는 운전대로부터 해방돼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맥주도 한잔 마실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해준다. 기차와 여행지의 시티투어를 연결해 코스를 짜면 도시 여행을 야무지게 즐길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한데다 흥미로운 해설은 덤이다. 자유여행을 즐기고 싶으면 현지에서 저렴한 카세어링을 이용해도 좋다. 코레일과 SRT에서 제공하는 초특가 기차여행상품도 꼼꼼히 챙겨보자. 코스 구성이 알찬 패키지가 한가득이다.

4. 느리지만 여유로운 테마관광열차

관광열차는 여객수송이 아닌, 관광을 목적으로 운행되는 노선이다. 현재 8개의 관광열차가 운행하고 있는데, 각각 색다른 개성과 매력을 싣고 달린다. 중부내륙관광열차(O트레인)는 우리나라 관광열차 1호로서 일명 다람쥐열차로 불리며 사랑을 받고 있다.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는 과거 탄광촌이었던 철암과 분천 구간을 운행하는 특별한 열차다. 그밖에 정선장과 아우라지나루를 들르는 정선아리랑열차, 한옥 온돌방과 족욕을 즐기는 서해금빛열차, DMZ평화열차, 와이너리 방문과 연계된 영동국악와인열차 등이 있다. 열차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여유롭고 설레는 체험을 안겨준다.

5. 가까이 있어 더 좋은 파주, 포천

고양시에서 멀지 않은 파주출판도시와 헤이리예술마을은 언제 찾아가도 반겨주는 반나절 여행지다. 출판도시의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은 건물 자체가 멋진 예술작품이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자연채광이 신비롭다. 헤이리예술마을에는 주말마다 공예장터가 열린다. 화이트블럭을 비롯해 예술적 감성이 가득한 공간이 여럿이다. 조금 멀리 차를 밟아 포천에 가면 국립광릉수목원이 반긴다. 포천은 좋은 술의 고장이기도 하다. 전통주를 생산하는 산사원에 들르면 멋진 풍경을 둘러본 후 여러 종의 우리 술을 시음할 수 있다. 운전자 한 명이 희생하면 다른 일행들이 행복해진다.
 

파주출판도시에 자리한 미메시스아트갤러리. <사진제공=박은하>
멋진 경치와 그윽한 전통주의 풍미를 맛볼 수 있는 포천 산사원. <사진제공=박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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