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텃밭, 풍동 자유농장 시농제 열어

(사진 왼쪽부터)자유농장을 가꾸는 세 일꾼 정화진, 김한수, 김경윤 작가. 김한수 작가가 시농제 고천문을 낭독해 올리고 있다.


[고양신문] 글쓰는 도시농부들의 텃밭인 풍동 자유농장에서 한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시농제를 열었다. 경의중앙선 백마역 뒤편에 자리한 자유농장은 본지 칼럼 ‘하류인문학’과 ‘텃밭일기’를 각각 연재하는 김경윤, 김한수 작가와 『풍신난 도시농부, 흙을 꿈꾸다』를 쓴 정화진 작가가 함께 농사 공동체를 꾸려가는 곳이다. 작가들이 가꾸는 생태농장답게 텃밭인문학, 청소년농부학교 등 농사와 인문학을 아우른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한다.

시농제는 한해 농사를 짓기 전에 하늘과 땅, 그리고 뭇 생명들에게 신고식을 하는 행사. 흰 보를 깔고 오방색 접시를 얹은 제상 위에는 사계절을 상징하는 것들이 올라왔다. 봄은 나뭇가지(木), 여름은 열매와 씨앗(火), 가을은 낫과 호미(金), 그리고 겨울은 물(水)이다. 춘하추동과 동서남북의 한가운데에는 만물의 토대가 되는 흙이 자리를 잡았다.
 

동서남북, 춘하추동, 천지만물을 상징하는 제물들이 상에 올라왔다.


절은 세 번 올렸다. 각각 하늘과 대지, 그리고 인간에게 올리는 마음이었다. 자유농장의 밭장인 김한수 작가는 ‘고천문’에서 “세상의 어떤 미물도 먹을 것을 스스로 자급하지 않는 생명은 없다”는 점을 짚은 뒤 “도시에서 텃밭을 가꾸는 일은 자급밥상을 위한 최소한의 도전이자 의무”라고 농장 식구들의 마음을 표했다. 이어 “땅속에서 생명들이 연대를 이루는 것처럼 도시농부들도 농사공동체를 이루어 서로에게 꽃의 향기를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는 바람을 해와 바람, 땅과 비의 신에게 아뢰었다.

시농제에는 자유농장에서 인연을 맺은 도시농부 벗 2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참가자들은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설렘 속에서 넉넉한 음식과 막걸리를 나누며 정담을 주고받았다. 텃밭 옆 야외 탁자에서 펼쳐진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김경윤 작가의 깜짝 특강이 펼쳐졌다. 동아시아 사상사의 한 축인 생태주의적 사유의 기원이 동이문명에 있음을 짚은 김 작가의 강의는 고양시를 넘어 전국구 인문학 강연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강사의 강연답게 명쾌한 개념정리와 흥미로운 입담으로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통찰과 사색, 음식과 술, 그리고 온기를 품은 햇빛과 바람이 슬쩍 한자리를 차지한 인상적인 강의였다.

강의 후에는 세 작가가 함께 쓴 신간 『청소년 농부학교』(창비교육)의 사인회가 이어졌다. 새 책은 저자들이 자유농장에서 농부학교를 진행하며 얻은 경험을 토대로 절기별 생태와 농사이야기를 정리하고, 인문적 사유를 더해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쓴 책이다.

자유농장 공동체에 참여하면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순환 자연농법을 내공 깊은 도시농부들로부터 전수받을 수 있다. 아울러 단순한 주말농장 활동을 넘어 삶의 가치와 재미를 찾아가는 다양한 활동에 동참할 수 있다. 문의는 자유농장 밭장 김한수 작가(010-2771-4315)에게 하면 된다.
 

"올해도 자유농장에서재미나고 보람찬 시간 가꿔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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