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으로 유명한 문경수 팀험가 강연

제주도에 대해 강연 중인 문경수 국내1호 과학 탐험가

 
[고양신문] ‘효리네 민박’, ‘어쩌다 어른’, ‘세계테마기행’ 등에 등장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과학탐험가 문경수 작가가 지난달 24일 자신의 책 제목 그대로 ‘제주 과학 탐험’이라는 주제로 제주의 속살을 보여주는 강연을 열었다. 새롭게 단장한 아람누리도서관 지하1층 강의실에서 열린 첫 행사였다.

그는 일본의 문호 시바 료타로가 쓴 『탐라 기행』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 고대를 향해 퍼득이면 동심이 된다”라는 첫 문장을 읽고 제주에 대한 지적 허기가 일었고, 이후 과학평론가로 세계 곳곳을 누비게 됐다. 이날 그는 제주에 대해 과학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제주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시간을 제공했다. 강연을 들은 관객들은 뭉클하고 벅찬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제주도에 와보고 싶어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중 하나인 제주도는 보존 가치와 독특함을 인정받아 과학자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김 탐험가는 하와이 빅 아일랜드를 탐험하며 제주도를 만났다. 둘은 형제 섬처럼 공통점이 많았다. 먼저 화산섬의 분화구가 있다는 것. 현지 연구자들은 제주도를 ‘동방의 하와이’라고 불렀다. 둘 다 마그마를 머금고 있던 해저에서 화산이 폭발해 만들어진 순상화산이라는 것. 두 섬 모두 방패를 엎어 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하와이에서 만난 노 화산학자는 “곶자왈 같은 화산섬의 독특한 생태계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를 한번만 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성산일출봉은 하와이의 다이아몬드해변과 똑같이 마그마가 분출해 만들어진 것으로 소형화산체의 단면을 볼 수 있어요. 제주에 있는 370여 개의 오름은 기생화산이 아니라 모두 독립된 하나의 화산체이구요.”

그렇다면 화산활동은 지구에서만 존재하나? 그렇지 않다. 지구상 화산의 크기는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마우나로아 산이 태평양 해저면을 기준으로 정상까지 9㎞ 높이로 가장 크다. 그런데 태양계로 확대해서 보면 화성에 있는 올림푸스 몬스라는 화산의 높이는 25㎞ 이상이고, 지름이 642㎞로 미국 오하이오주를 덮을 정도로 크고 부피는 마우나로아 산의 100배에 달한다. 화성의 화산이 거대한 이유는 지구와 달리 판의 운동 없이 계속 쌓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화산활동은 지구적 활동이라기보다는 우주적 활동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제주도 자연의 원형을 만날 수 있는 문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문 탐험가의 책 『문경수의 제주 과학 탐험』은 그가 생물학자, 조류학자, 화산학자들과 여러 차례 직접 제주도 현장에 가서 발견한 정보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탐험 이후 제주도의 경이로운 자연이 그냥 지나쳤던 제주 해안선 등 뒤에 숨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제주도의 원형은 단순히 지질이나 생태만 알아서는 진입할 수가 없다. 화산섬이라는 독특한 시스템, 곶자왈 같은 생태계 시스템, 그 기반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문화가 유기적으로 물려있기 때문에 이 세 가지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 어디에 서 있던 바로 그 자리가 제주의 원형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의 말을 들으니 제주도가 새롭게 보인다.
 

3월 24일 아람누리도서관에서 '제주 과학 탐험' 강연을 마친 문경수 과학탐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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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수 탐험가의 제주 추천 방문지


1. 박물관은 살아있다

건축된 지 40년 이상 된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인 김홍식 명지대 교수가 지었다. 야외 정원은 제주 전통가옥인 사방가옥을 본떠 만든 사각형 구조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가운데가 비어있어 비오는 날 그곳에 위치한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신다면 분위기가 고즈넉하고 아주 좋다. 박물관은 단순 전시공간이 아니라, 여기저기 퍼져있는 화석들을 한자리에 먹기 좋게 차려놓은 밥상이라 생각하면 된다. 박물관에서 도슨트에게 설명을 듣고 질문 후 현장을 탐험한다. 다시 박물관에 들러 실제 봤던 것과 박물관에서 본 것을 비교해 심도 있게 질문한다면 박물관을 200%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박물관을 내 개인 연구실이라고 생각하라.

2. 베이스 캠프를 구축하라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5㎞ 정도 떨어진 대동호텔을 추천한다. 개관한 지 거의 50년 된 이 호텔은 설립자의 딸인 미술관 큐레이터 출신이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호텔 곳곳에 제주의 원형과 문화를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호텔이지만 박물관이자 미술관, 카페, 도서관 같은 곳이다. 먹거리로 유명한 동문시장 길 건너편에 있어 편리하다.

3. 시간이 반나절밖에 없다면 비양도를 가라

제주도의 축소판으로 원형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드라마 ‘봄날’ 촬영지로 유명하다. 제주도의 미니어처라 할 수 있다. 바다위에 떠있는 오름이라 할 수 있다. 배를 타고 가다보면 윗부분이 아래로 파인 게 보이고, 용암이 폭발해 흘러내린 자국도 볼 수 있다. 걸어서 1시간 정도면 섬 전체를 다 둘러볼 수 있다. 작은 섬이지만 화산 박물관처럼 화산탄, 용암 해안, 용암 굴뚝, 분석구 등 제주 자연의 원형을 그대로 관찰할 수 있다.
용암 해안을 걷다보면 용암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토마토 주스처럼 묽은 용암은 표면이 맨들맨들하고 넓은 모양을 만든다. 바로 파호이호이 용암(Pahoehoe Lava)이다. 반대로 꿀처럼 끈적저리는 용암은 식을 때 표면이 깨지면서 날카롭고 뾰족 뾰족해진다. 이런 용암을 아아 용암(Aa Lava)이라 부른다. 즉 용암 분출 당시의 온도와 점성, 유속과 지표면의 경사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비양도에는 이 두 가지 용암이 다 있다.

4. 위성지도를 활용해라

지도만으로는, 그리고 걸어 다니면서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곳이 있다. 휴대폰 구글 위성지도를 활용하면 보이지 않는 곳도 볼 수 있다.

5. 수월봉

수월봉을 화산쇄설층이라 하는데 화산체가 쌓여있는 지층이라 생각하면 된다. 1만8000년 전 화산이 분출하면서 화산재가 시루떡처럼 쌓인 것. 화산재뿐만 아니라 화산탄, 화산암괴가 낙하할 때의 충격으로 내려앉은 탄낭 구조를 볼 수 있다. 지구에서 유일하게 화산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단순히 올레길 12코스를 걸을 게 아니라 수만 년 전 격렬한 화산 폭발이 있던 장소임을 보고 느낄 수 있다.

6. 곶자왈

곶자왈은 지구상에서 제주에만 있는 숲으로 생태계가 독특하다. 곶은 ‘숲’을 뜻하고 자왈은 ‘나무와 넝쿨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어수선하게 된 곳’을 말한다. 제주도는 강이나 호수가 없는데, 비와 태풍이 잦아 강수량이 가장 높다. 그런데 홍수가 일지 않는다. 파호이호이 용암 지대가 넓게 퍼져있고, 오랜 시간 그것이 깨져 기와처럼 쌓인 것. 그 사이 사이 숨골로 비가 들어가니 홍수가 나지 않는다. 이 구조는 지하수 필터역할을 한다. 이곳으로 공기도 들어가 연중 16도에서 20도를 유지한다. 이런 이유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식물이 함께 하는 곳이다. 해서 곶자왈은 작은 한라산이라고 불린다.
곶자왈은 제주 사람들의 존립가치라 할 수 있다. 곶자왈 시스템을 통해 제주의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큰 의미가 있다. 곶자왈은 올해 70주년을 맞은 제주 4・3사건의 슬픈 현대사를 볼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이즈음 골프장 건립을 위해 곶자왈이 사라지고 있는데 곶자왈의 가치가 많이 알려져 곶자왈을 살리자는 운동도 널리 퍼지고 있다.

7. 기타

주상절리는 1200도 정도의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들고 수직으로 쪼개져 만들어진다. 용암이 식는 이유는 공기와 접촉하기 때문이다. 용암이 공기를 만나 천천히 수축이 됐고, 이때 가장 안정적인 방식이 육각형인 것. 해서 용암이 물을 만나서 식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기존의 설명은 잘못된 것이다.
만장굴은 폭 18m, 높이 24m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용암 동굴 중의 하나다. 여러 번의 용암분출에 의해 만들어졌다. 72년 전에 당시 김영초등학교 초임교사였던 ‘부종휴와 꼬마탐험대’가 발견한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그 외, 2005년 전신주 공사 중 우연히 발견된 용천동굴이 있다. 용암동굴이면서 석회암동굴의 동굴생성물이 발견되어 전 세계 동굴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3월 24일 새로 꾸며진 아람누리도서관 지하1층 강의실에서 강의 중인 문경수 과학 탐험가와 독자들

 

강연 후 사인을 하고 있는 문경수 과학 탐험가와 길게 줄을 선 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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