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8일 마지막으로 문 닫아
일산 터줏대감 서점으로 사랑받아
주엽점은 커뮤니티 공간 늘려

 


[고양신문] 일산의 대표적 지역서점 중 하나로 애서가들의 사랑을 받았던 한양문고 마두점이 문을 닫는다. 한양문고는 이달 8일을 마지막으로 한양문고 마두점을 폐점하고 이후 한양문고 주엽점 운영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마두역 올림픽스포츠센터 지하 700여 평 공간에 5만여 권 장서 규모를 유지해 온 마두점은 20여 년간 마두역 상권을 지키며 지역서점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만이 아닌, 문화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폐점을 열흘 앞둔 마두점을 찾은 기자의 눈에 비친 서점 풍경은 조금 쓸쓸했다. 폐점 사실을 모른 채 서점에 들른 손님들은 폐점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을 입구에서 마주하고는 하나같이 놀라움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왜 폐점해요? 중학교 때부터 단골이었는데….” “내가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서 마두점이 문을 닫나보네요. 죄송해요….”

카운터를 지키는 직원은 단골들의 인사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적립된 회원 포인트를 남기지 말고 사용하도록 친절히 안내했다.
“마두점에서 사용하지 못한 포인트는 주엽점에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문구류 할인판매도 하고 있구요.”

폐점을 아쉬워하는 이들 중에는 특히 나이 드신 노년층 고객이 많다. 이동수단으로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가장 들르기 편한 서점이 바로 한양문고 마두점이었기 때문이다. 서가에서 책을 고르던 한 어르신은 폐점 전에 여러 번 들러 필요한 책을 사 둬야겠다고 말했다. 
“지하철 이용하며 자주 들르던 서점이 문을 닫는다니 너무 섭섭해요. 천천히 책도 보고 쉬었다 가기 참 좋았는데….”

한양문고 마두점이 폐점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경영적 압박이다. 2016년 백석동에 대형서점 교보문고가 문을 연 후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이 바로 마두점이었던 것. 게다가 교보문고가 1년6개월간 유보했던 학습참고서 판매 보류가 풀리면서 결국 폐점을 결정하게 됐다.

하지만 한양문고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양문고 주엽점의 경영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후퇴가 아닌, 선택과 집중으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한양문고는 서가 일부를 리모델링해 새로운 문화 공간을 꾸미는 등 주엽점에 공격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변신의 방향은 ‘커뮤니티의 활성화’다. 이미 갤러리카페와 강의공간, 동아리방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새롭게 중소 규모 세미나룸과 커뮤니티룸 등을 추가로 확장하고, 지역공동체를 가꾸는 시민단체에게는 사무공간을 저렴하게 내 줘 다양한 성격의 문화 프로그램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도록 할 계획이다.

정보축적과 검색 기능이 강화된 서점 홈페이지도 새롭게 선보인다. 기존 블로그, 카카오톡과 병행하며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서점 회원들에게 다양한 문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양문고 문화프로그램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김민애 실장은 “프랜차이즈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압박 사이에서 지역서점이 살아남는 길은 주민들과의 공감의 폭을 넓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지역서점을 찾는 독자들은 단순히 책을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체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주체적 욕구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동아리들을 크고 작은 문화 프로그램의 공동 주체로 참여하도록 기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라지는 공간에 대한 아쉬움과 남아있는 공간의 변신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는 특별한 심리적 경험이 한양문고 마두점이 고객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해 준 선물이다.
 

최종 영업일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한양문고 마두점을 찾은 고객이 도서를 검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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