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큐레이션 선보여 온 동네책방
벨라시타 이전하며 규모ㆍ시설 과감히 확장
“소설 전문서점 정체성 이어갈 것”

 


[고양신문] 고양시에서 가장 개성 넘치는 동네책방으로 손꼽히는 미스터 버티고가 확장 이전한다. 일산동구 백석동의 단독상가에서 문학전문서점이라는 색깔을 지키던 미스터 버티고가 지난 1일 현 위치에서의 영업을 마감하고 백석동 와이시티 인근의 쇼핑몰 벨라시타로 이사 가기로 결정한 것. 현재 매장 면적의 3배 규모인 60여 평 공간으로 마련되는 미스터 버티고 벨라시타 신규매장은 개장 예정일을 이달 14일로 잡아놓았다.

미스터 버티고는 20여 평 규모의 작은 동네책방이지만, 책을 사랑하는 마니아들이라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큼 유명세를 탄 ‘작지만 큰’ 책방이다. 출판유통과 1인 출판사 운영 경험이 있던 신현훈 대표는 2015년 2월에 자신만의 안목으로 엄선한 책으로 서가를 채운 특별한 책방을 열었다. 이후 미스터 버티고는 국내 출판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한 개성 넘치는 외국 소설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을 받으며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다. 소형 동네책방의 지향점 중 하나인, 탁월한 큐레이터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선구자적 역할을 한 것이다.

지역 작가들과 독자들이 만나는 작고 친밀한 자리도 자주 마련했다. 지난해 은희경 소설가는 자원해서 한 달에 한 번 미스터 버티고에서 낭독회를 열기도 했다. 덕분에 다른 서점에선 찾기 힘든 책을 만나러, 또는 좋아하는 작가의 숨결을 느끼러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점점 축소되는 독서시장에서 장서의 물리적 한계가 명확한 소형 책방의 생존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가까이에 교보문고가 문을 열며 경영압박이 가중됐다.
“책방을 지속할 것인가에 대해 지난해부터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문을 닫기엔 그동안의 시도가 아쉬웠고, 지속하자니 길이 보이질 않았지요.”

신 대표는 보다 과감한 선택으로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마침 문화적 색채를 더해 줄 공간을 찾던 벨라시타의 요구와도 접점이 만들어지며 책방 이전을 전격 결정한 것이다.
“벨라시타로 옮겨가지만, 문학전문서점이라는 미스터 버티고의 정체성은 그대로 이어갈 계획입니다. 공간이 세 배 넓어지니까 독자들에게 더 많은 책들을 골고루 소개할 수 있게 되겠지요. 여유공간도 확보되고 주차 문제도 해소돼 보다 다양한 작가 초청 행사도 열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4월 1일로 문을 닫는 미스터 버티고 서점을 찾은 한 고객이 창가에 자리를 잡고 책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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