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이후 서점 3곳 문 닫아
지역서점만의 차별화된 경쟁력 고민
“개성과 색깔 찾아 자생력 길러야”

 

[고양신문] 고양시 지역서점이 줄줄이 문을 닫는다. 지난해 12월 일산동구 마두동의 중형서점 북코리아가 폐점한 데 이어 고양의 대표적 지역서점의 하나인 한양문고 마두점이 이달 8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뿐 아니다. 라페스타 한양문고(한양문고 마두·주엽점과는 별개의 업체)도 이달 말에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그밖에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중대형 서점 한 곳도 현재 폐점을 심각히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지역서점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연이은 아쉬움을 안겨주고 있다.

지역서점의 연이은 폐업은 독서문화 생태계의 위태로운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온라인 서점이 갈수록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그나마 남아있는 오프라인 시장은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이 주변의 수요를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 서점의 위축 원인도 2년 전 일산 백석동에 개점한 대형서점 교보문고의 영향이 첫 손가락으로 꼽힌다. 교보문고는 2016년 5월 일산에 입성하면서 지역서점의 반발을 완화시키기 위해 1년6개월 동안 학습참고서를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매출액에서 학습참고서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서점 규모에 따라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70% 이상 차지하는 현실 속에서 지역서점은 충격파가 닥칠 시간을 조금이나마 미룰 수 있었지만, 결국 유예된 시간은 별다른 대비책을 세울 틈도 없이 소진되고 말았다.

고양시 서점연합회 김남인 회장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 보니, 교보문고가 학습참고서 판매를 개시한 후 큰 규모의 지역서점은 25%, 중간규모 이하 서점은 15%가량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잖아도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나들던 지역서점으로서는 남아있는 체력마저 고갈시키는 파도가 밀어닥친 셈이다.

100만 인구를 가진 고양시에 지역서점은 이제 29곳밖에 남지 않았다. 과거 학교 앞이나 동네 골목에 자리잡고 있던 수많은 동네 서점은 하나둘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나마 후곡마을과 백마마을 등 학원 수요에 기댄 서점들이 모여 있는 지역을 빼면 ‘책 한권 사러 들르는’ 고유한 의미의 지역서점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돌파구는 있을까. 김남인 회장은 “시장의 현실을 인정하고, 지역서점만의 장점을 살리는 길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편의성과 선택의 다양성 면에서 경쟁하기 힘든 온라인 서점과 프랜차이즈 대형 서점의 존재를 냉정히 직시하고, 기업형 서점이 줄 수 없는 문화 체험을 지역서점이 발굴해 내야 한다는 뜻이다.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문화 역시 시장의 추세와 트렌드를 거부할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장점을 살리는 수밖에요.”

김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지역서점 운영자들에게 큐레이팅 능력을 키울 것과, 지역주민을 주체로 한 문화 커뮤니티를 강화할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고 선택지가 좁은 지역서점을 굳이 찾아오는 고객은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 서점이 주지 못하는 특별한 ‘체험’을 기대한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각 서점마다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면 자연스레 어느 서점은 어느 분야의 책을 고르는 안목이 있더라는 입소문이 나지 않겠어요? 또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동아리로 묶어주고, 규모에 맞는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객들과의 거리를 좁혀야 합니다.”

김 회장의 말처럼 일부 지역서점은 변화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 일부는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14년 역사의 마두점 폐점을 결정한 한양문고는 오히려 주엽점의 커뮤니티 공간 확장에 투자를 결정했고, 문학전문책방 미스터 버티고 역시 좀 더 나은 경영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백석동의 고급 쇼핑몰인 벨라시타로의 이전을 선택했다. 김남인 회장은 “위기는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면서 “문화적 자생력을 기르려는 지역서점의 몸부림을 관심 있게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의 확장에 맞서 지역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 서점마다 고유한 색깔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하는 김남인 고양시 서점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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