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이루는 사람들' 정세현 전 장관 초청 강연

[고양신문] 남북관계를 둘러싼 정세가 격동하고 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이후 문재인 정부의 대북특사단 파견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이 결정됐으며 연이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제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했다. 벌써부터 북미수교 및 남북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들이 나타나고 있다. 


고양시 통일단체인 ‘통일을 이루는 사람들’은 3월 29일 외교전문가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강연자로 초청해 이달 27일 남북정상회담과 5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전망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최근 정세변화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강연장은 많은 시민들로 가득 찼다.  

정세현 전 장관은 최근 관심을 모았던 북중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정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북한보다는 중국이 먼저 요청한 사안이었을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결정된 배경에 대해 궁금했을 것이며 이러한 결정들이 본인들이 배제된 채 이뤄지고 있는데 대한 일종의 불안감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차이나패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중국 측의 우려가 이번 회담의 주요배경이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정세현 전 장관은 “중국은 현재 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입장인데 북핵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북한이)미국과 다 해결을 보고 나중에 뒤처리만 할 순 없기 때문에 (북한과의 만남이)급했던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공한 의전규모를 보면 잘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은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일정 동안 과거 혈맹시절 수준의 최고대우를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북중정상회담에서 세간의 주목을 끈 부분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라는 발언이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이 차후 핵문제 해결은 ‘행동 대 행동’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는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인 네오콘 성향의 볼턴이 주장하는 ‘리비아 방식’의 비핵화를 거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전 장관은 “리비아가 선 핵폐기 후 경제지원이라는 미국의 약속을 믿고 핵무기를 폐기했지만 미국은 경제원조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이후 국내 정치적 상황변화로 카다피가 몰락했다”며 “북한 또한 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8년간 핵 활동을 중단했지만 미국 측은 이런저런 조건을 내걸며 약속했던 경수로 발전 지원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런 전례 때문에 (북측이)‘동시행동’과 단계적 비핵화를 언급하고 중국의 역할을 요청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미국의 입장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치 서부영화를 통해 백인이 인디언을 악마화하는 것처럼 국제적 여론몰이를 통해 북한에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대외경제 의존도는 10%밖에 안 되어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기간 동안 오히려 북한의 경제는 성장했다”며 “이는 (북에 대한)제재를 통한 압박이 사실상 소용없다는 뜻이며 결국 미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에서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세현 전 장관은 “다음 달 남북정상회담은 큰 문제없이 치러질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북미정상회담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네오콘이 주장하는 ‘리비아 식 ’비핵화는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 전 장관은 “필요하다면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과도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결심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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