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예술페스티벌 개막작 ‘소문’


[고양신문] 고양의 공연예술인들이 만든 연극 ‘소문’이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양일간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펼쳐졌다. 고양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사)고양방송예술인협회(이사장 이동신)가 주관한 공연으로, 5월 말까지 이어지는 2018고양예술인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예술감독을 맡은 이동신 이사장은 “지난해 연극 ‘배우 우배’가 최우수작으로 선정돼 올해 개막 무대에 초청됐지만, 2018년에 웃을 일이 더 많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재미와 메시지를 담은 새로운 작품 ‘소문’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소문’은 진실여부와는 상관없이 무책임하게 이리저리 번지고, 그러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그로 인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도 하는 소문을 소재로 만든 연극이다.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을 담아야 한다”고 밝힌 이동신 이사장은 “이 시대에 필요한 ‘소문’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철거를 앞둔 달동네에서 선입견과 소문으로 인해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귀가 안들리는 선이와 사소한 싸움으로 교도소에 간 오빠, 그들을 둘러싼 달동네 이웃들의 오해, 오해가 오해를 낳으면서 이웃들이 보여주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연극의 줄거리다. 연극을 보는 내내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데 공감했고, 호흡이 척척 맞는 9명 출연진의 연기가 너무 훌륭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연출을 맡은 송용일씨는 “현대인들의 세태를 희화적으로 묘사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매몰되어 자신들의 진정성을 하나하나 잃어가고 있는 모습을 무대에 그려내 이들이 바로 현재 우리네의 모습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극은 시작부터 신선한 웃음을 준 선이 역을 맡은 권혁미씨와 오해의 불씨였던 선이 오빠 봉학 역할을 맡은 전헌태씨, 그리고 봉학의 친구 역할을 했던 최부건씨, 개그맨 출신으로 가난한 새댁역할을 재미나게 보여준 권진영씨와 허세 가득한 겁쟁이 남편 덕만 역을 맡은 윤기원씨가 출연했다. 그밖에 이웃들에게 관심과 애정이 넘치다보니 오해 생산자가 됐던 집주인 김희원씨와 순수청년 현이 역할을 맡은 김성준씨, 맛깔나게 사투리를 써가며 웃음을 줬던 마담 역할의 하명지씨, 그리고 종교에 심취해 있으면서 갈 곳 없어 홀로된 선이를 돌봐주며 슬쩍 오해의 씨앗을 던지는 역의 정예지씨가 호흡이 척척 맞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배우 우배’에 이어 두 번째 연극무대에 선 개그맨 출신 연기자 권진영씨는 “연습하면서 개그맨의 가벼움이 느껴진다는 말도 듣고, 다이어트도 해야 하는 등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공연 후 관객들이 큰 호응을 보여줘 희열과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희원씨는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역할이라 부담이 많았지만, 선배님들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극을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틀 내내 지인들과 함께 연극을 봤다는 황희숙(주엽동)씨는 “인터넷이나 SNS 등으로 쉽게 소문이 전달되는 요즈음에 이 연극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며 “지속적으로 무대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술감독 이동신씨는 “문화예술은 이윤을 창출하는 분야가 아니라 투자를 해야 하는 분야인데, 고양시는 규모에 비해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이 빈약하다”며 아쉬움을 말한 후 “시립극단을 만들어 고양시에 거주하는 많은 예술인들이 공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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