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극복한 백순길 화가 개인전
‘나의 왼손이
’ ~4월 30일 갤러리울

뇌졸중의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로 다시 돌아온 백순길 작가가 뇌졸중이 찾아오기 전 그린 마지막 작품 앞에 섰다.  

[고양신문] 고양아람누리 지하3층 갤러리 울에서 특이한 제목의 작품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나의 왼손이 그린 돌’. 전시회 소식을 SNS를 통해 접하고 궁금했다. 왼손잡이일까, 오른손잡이인데 왼손으로 그린 걸까. 분명 사연이 있어보였다.

전시장에서 만난 백순길 작가는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몸 오른쪽이 마비돼 등산용 스틱에 의지해 걷고 있었다.

세종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때는 입시미술학원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였다. 아파트 설계의 3D작업을 하던 시절, 지방 현장에 내려갔다가 잠시 소파에 걸터앉아 잠이 든 순간 이후 그의 삶은 달라졌다. 잠이 든 것이 아니라 뇌졸중이 온 것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서 잠들었나보다’ 생각했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넘겨 한 시간 넘게 방치되고 말았다. 수술과 약물치료를 했지만 오른쪽 팔과 다리에 마비가 왔고 말투가 어눌해졌다.

한창 활동할 쉰 살의 나이에 맞이한 뇌졸중. 평생을 그림밖에 모르고 살았던 그에게는 세상이 끝난 것과 같았다.
“그림 처음 배우는 아이들처럼 왼손으로 선긋기부터 훈련을 했어요.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몸이 앞으로 넘어지고… 어려움이 많았지만 나에게는 그림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렇게 평생을 함께 해온 그림이 다시 그를 살렸다.

갤러리 울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모습.
뇌졸중 후 다시 그림을 시작하고 완성한 첫 그림은 자신의 자화상이었다.

남은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듯 연습을 거듭한 후 2013년 왼손으로 처음 그린 것은 자신의 자화상이다. 거울을 통해 비친 자신의 모습과 어머니와 누이를 모델로 데생을 해보고 다시 도전한 것이 20여 년간 소재로 삼았던 돌이었다.

백 작가는 “돌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마음은 멈춰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공중에 떠있는 것이란다. “돌은 인간의 삶과 함께 했고, 다듬기에 따라 필요한 물건들이 되었고 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엄청난 돌을 보면 인간의 나약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커다란 돌 위의 먼지와도 같다. 작은 돌 하나에도 관심을 품고 살아야 한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어린 시절, 순탄치 않았던 삶 때문이었을까…. 돌은 그동안의 아픔이 응축된 존재다. 그는 1992년 무렵부터 돌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왔다.

뇌졸중을 극복하고 그린 돌에는 꽃이 피었고 나비가 날아들었다. 아프기 전에 그렸던, 오른손이 그린 돌에서는 묵직한 외로움과 고뇌가 느껴졌다면 2015년 이후 그린 왼손이 그린 돌에는 생명이 느껴진다.
“왼손이 그린 돌 그림을 관람객 한 분이 물끄러미 보면서 마음이 힐링된다고 하시더군요.”

작가의 살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서일까. 왼손이 그린 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이 나비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너무 힘들다면 왼손이 그린 돌을 보며 힘을 얻어보길 권한다.

 

백순길 개인전 ‘나의 왼손이 그린 돌‘

기간 : 4월 30일까지
장소 : 갤러리 울(아람미술관 지하3층)
문의 : 031-922-7797
 

투병 후 다시 그린 돌 그림에는 단단한 희망의 메시지가 담겼다.
돌 시리즈의 첫 작품인 '공해지대'(1992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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