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독교계 '동성애 반대'압력, 인권위원들 "일방적 통보" 반발

[고양신문] 민선6기 핵심정책 중 하나였던 평화인권도시 추진을 위한 ‘고양시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 개정작업이 일부 기독교계의 반발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고양시는 반대여론이 심해 부득이 입법예고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조례개정을 주도해온 고양시 인권위원들은 “인권도시 약속을 저버린 일방적 취소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양시와 인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시 평화인권도시팀은 시 홈페이지에 ‘고양시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주요 개정내용으로는 고양시 인권센터 및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 설치·운영, 시민인권보호관 도입, 시정조치 및 후속조치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됐다.

앞서 고양시는 2013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인권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조례는 인권위의 권고안을 그대로 베낀 것에 불과해 정작 시 행정이 실질적으로 시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수행해야 할 의무사항이나 관련 장치 등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때문에 지역 내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인권침해 구제장치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으며 이에 최성 시장은 민선6기 공약으로 인권센터 설치 등을 포함한 평화인권도시 추진을 내건 바 있다. 이번 조례개정안 또한 고양시 인권증진위원회(위원장 유재덕)의 지속적인 요구와 함께 공약이행 차원에서 진행된 과정이었다.

하지만 고양시는 조례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기간(3월 23일~4월 5일)이 채 끝나기도 전인 지난달 30일 돌연 입법예고를 취소했다. 반대여론이 높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시 평화인권팀 관계자는 “의견수렴 과정에서 주요 기독교 단체와 일부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동성애를 조장시킨다’는 반발이 많았다”며 “시민들의 비판의견이 많아 부득이 입법예고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고양시 인권조례 개정안에는 인권침해 구제기구 및 제도마련에 관한 조항이 담겨있었을 뿐 관련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시가 지나치게 몸 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고양시는 지난달 26일 인권위원들에게 일부 조항의 삭제 의견을 묻는 질의서까지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삭제 대상 조항은 ‘제6조(인권존중 및 차별금지) ① 모든 시민은 인권을 존중받으며, 「대한민국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등 관계 법령에서 금지하는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② 제16조제1항의 인권침해를 당한 시민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제9조에 따른 고양시 인권센터에 그에 관하여 상담 등을 신청할 수 있다’였다.

이에 대해 한 인권위원은 “이 조항을 삭제하라는 것은 모든 국민이 지켜야할 헌법과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부정하려는 것이며 시민들이 당할 수 있는 인권침해에 대해 구제받을 권리를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과연 고양시가 인권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시의 일방적인 입법예고 취소 결정이다. 결과적으로 시민들뿐만 아니라 인권위원들조차 인권조례개정안 입법에 대한 의견제출 권리를 박탈당한 셈이다. 안미선 고양시 인권위원은 “입법예고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취소시키는 것은 전례가 없는 독단행위”라며 “이는 인권조례 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했던 고양시 인권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인권위원들은 이번 입법예고 취소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최성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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