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회 고양포럼 ‘미투운동’

지난 16일 일산동구청에서 열린 고양포럼은 '미투운동'을 주제로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양신문]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운동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 미투운동이 가진 파괴력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여성운동보다 크다고들 한다. 한국사회에서 미투운동은 그야말로 혁명이다.

지난 16일 열린 제66회 고양포럼에서는 미투운동의 본질은 무엇이며, 우리 개개인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최창의 행복한미래교육포럼 대표의 진행으로 강시현 여성학 강사, 강선미 하랑성평등교육연구소장, 신웅식 백양초 교사가 발제자로 참여해 2시간 동안 진지한 논의가 이어졌다. 강의 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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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현 여성학 강사

강시현 “성폭력은 수많은 젠더문제 중 일부”

성폭력은 우리 일상에서 아주 어려서부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길러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면 한다. 남성성에 의해 여성성이 다양한 분야에서 배제되는 사회다. 여자 아이에게 행해지는 남자 아이의 폭력적 장난에 우리는 ‘걔가 널 좋아해서 그래’라는 말로 다독이지 않았나? 남자 아이가 소극적으로 행동할 때 우리는 ‘여자처럼 하지마’라고 충고한 적은 없었나?

우리는 은연중에 ‘남성은 거칠고 지배적이어야 인정받는다’라는 교육을 받아왔고 성인이 돼서는 자녀에게 그렇게 교육하고 있다. 그렇게 교육받은 또래 남성들이 모인 사회에선 남성성이 부족한 사람은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특히 또래 아이들 사이에선 이른바 남성성(거친, 지배적인)이 없다는 것은 여성에 가깝다는 것이고 그 자체가 흠이 된다. 남성의 여성화는 금기시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었다. 또한 여성은 이미 여성성을 가진 존재 그 자체로서 남성성에 의해 지배되고 무시당하는 존재로 인식돼 왔다.

우리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우리의 모습을 이제 바꿔야 한다. 성폭력은 수많은 젠더 문제 중 아주 일부분일 뿐이다.

성폭력 피해자가 오히려 지탄을 받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 입장에서 여성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것은 ‘정조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죄’인 것이다. 미래의 어떤 남성에게 바쳐져야할 순결이 없어졌다는 것에, 일부(대부분) 남성들은 그 피해여성이 오히려 죄를 지었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것이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오히려 죽음을 강요당하는 이유이며, 과거 동거경험이 있다는 것을 남성은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고 여성은 숨겨야하는 이유다.

 

강선미 하랑성평등교육연구소장

강선미 “혐오는 남성중심사회의 기반”

성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다. 개인의 의식 문제라기 보단 사회적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을 ‘우리’가 아닌 ‘타자’로 규정하고,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남성중심적으로 해석한다.

여성혐오란 여성을 여성이란 이유로 혐오하는 문화적 태도다. 몇 년 전 일어났던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여성혐오에 의한 대표적 살인사건으로 우리는 인식하게 됐다. 여성을 혐오하는 문화는 남성 지배사회에서 여성을 억압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된다. 여성혐오는 성희롱, 포르노, 성폭력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며, 이를 통해 여성들에게 자신 스스로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

피해 여성에게 남성중심의 사회는 ‘낙인’을 찍겠다는 위협으로 침묵을 강요하며,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성은 불평을 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 모멸감을 당연시 받아들이도록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젠더폭력 가해남성들은 ‘남성이 여성의 몸과 마음을 통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었으며, ‘남성은 거칠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강간을 저지른 많은 남성들은 ‘상대의 동의 없이도 섹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남성 폭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쁜 행동을 보면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말려야 한다. 더 이상 침묵하면 안 된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성관계를 원치 않았지만 권력에 의해 싫다고 할 수 없었다면 합의된 관계라 할 수 없다. 비폭력적 남성성에 대해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신웅식 백양초 교사

신웅식 “페미니즘 교육, 청소년기부터”

흔히 쓰이는 ‘계집 같은’과 ‘고추 떨어진다’는 표현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성적 주체였던 남성이 성적 객체인 여성으로의 추락을 의미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 말에 여성 혐오적 표현이 숨어있는 것이다.

일상적인 혐오의 대상이었던 여성은 자기 비하상태를 당연시 여기기도 한다. ‘내가 말대꾸를 해서 기분이 상한 남편이 날 때렸다’라는 표현이 그런 것이다. 여성뿐 아니라 일상적 혐오는 사회적 주류와 규범체계에 도전하는 소수자에게 공포를 강요한다.

현재 여성 혐오문화는 청소년들 사이에 만연하다. 유튜브와 개인방송에서 혐오적 발언과 행위가 오히려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남성 또래문화에선 집단적이고도 자연스럽게 혐오적 표현과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대로 된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강요하는 교육을 지양해야 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교과서 사진에는 여성만이 부엌일을 하고 있다. 심지어 한 교과서의 사진에는 남성이 22명, 여성은 5명만 등장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남성 중심 사회라는 것을 지금도 은연중에 아이들은 교육받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여성을 혐오의 대상으로 보지 않기 위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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