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피해자 제보 잇따라...“파면조치, 공개사과해야”

 

[고양신문] 고양시의 한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학창시절 동성의 연극부 교사에게 상습 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미투’ 폭로가 SNS상에서 급속도로 확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교사는 최근까지 이 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었으며 비판여론이 확산되자 뒤늦게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피해자들은 파면조치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 사실은 지난달 ‘성폭력 반대 연극 연극인 행동’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으로 제기됐다. 연극인 배우 김세환(31세, 남)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10여 년 전인 고교 3학년 초 어느 날 연극연습을 마친 뒤 그 사람이 이야기하자며 혼자 남게 했다”며 “무릎 위에 앉으라면서 배우를 하려면 남성성을 키워야 한다면서 키스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입시를 준비하던 어느 날 중요한 배역을 맡긴 뒤 단둘이 연습하자며 키스는 물론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 했다”며 “지옥 같은 날들을 보내면서 유일한 탈출구는 화장실에 가서 혀를 깨물고 헛구역질하는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글쓴이는 “조금이라도 피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그런 느낌이 있으면 그날 전체 연습 분위기는 힘들어졌다”며 “연극부를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세뇌된 듯했고 이 지옥이 곧 끝나기를 바랐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이런 사람이 고교 교장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훈계하며 학교 대표로 있다니 참을 수 없었다”며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고 연극을 사랑하고 있는 재학생 후배들이 가장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김세환 배우의 ‘미투’폭로가 나온 직후 이를 지지하는 모임인 ‘김세환 배우와 함께하는 사람들’ 페이스북에는 추가 피해자들의 폭로도 이어졌다. 같은 학교 5기 기장(남) 출신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당시 연극반실로 혼자 불러서 추행했다. 매우 싫고 화가 났지만 가해자가 ‘참아야 한다, 말하면 안된다’ 등의 이야기를 했고 연극반을 위해서라도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나만 끝내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참아왔는데 후배들까지 이런 일을 당한 것에 대해 너무 미안하다”고 고백했다. 1년 선배라고 밝힌 졸업생 또한 “그 사람(연극부 교사)은 저에게 배우가 되라는 과정이라는 명목 아래 추행을 했고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너무 생생하게 떠올라 괴롭다”며 “학교장의 절대적인 파면과 공식적으로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폭로가 확산되자 가해 당사자인 S교장은 지난달 말 해당 고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사직서를 반려했으며 이사회 논의를 거쳐 해당 사안을 교원징계위원회에 회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교육청 또한 이 사건에 대한 자체감사를 진행했으며 현재 학교측에 결과를 통보한 상태다. 교육청 감사담당자는 “조사 결과 폭로내용이 모두 사실인 것으로 파악됐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이라 법률적인 처분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교육청 차원에서는 행정처분밖에 내릴 수 없어 ‘경고’통보를 내렸으며 징계여부는 학교측에서 논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학교 관계자는 “징계위원회는 이르면 5월 중순경에 열릴 예정”이라며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파면조치와 가해자의 사과에 대해서는 난감한 입장을 나타냈다. 해당 관계자는 “현재 법률적인 검토를 하고 있지만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적용하더라도 직권면직까지일 것”이라며 “사과여부는 학교 측에서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해당학교의 연극부 소속 한 학생은 “다른 건 몰라도 (교장선생님이)이 사안에 대해 반드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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