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애니꼴 양승윤 작가 초대전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양승윤 작가 초대전
현대인의 ‘고립된 감정’ 옵티컬 아트로 표현


 

양승윤 작 '무감정'


[고양신문] 다양하고 화려한 색감의 유화가 눈길을 끈다. 그런데 무표정한 얼굴과 흐릿한 시선이 차갑고 낯설게 느껴진다.  옆쪽에 걸려있는 드로잉 작품들은 한 작가의 작품이 맞나 싶을 만큼 포근하다. 작가가 처한 상황과 심리 상태에 따라 작품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지난 1일부터 아트스페이스 애니꼴(관장 김희성)에서 전시 중인 양승윤 작가의 작품이 신선하다. 6월 28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3번째 개인전으로, 그가 8년 동안 그린 그림들을 선보이고 있다.

30대 초반, 작가는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는 현대 사회의 혼돈스런 모습을 그렸다. 이 시기의 작품은 애니꼴 앞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노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이후 그는 ‘고립된 감정’이라는 주제로 애니꼴에서 전시 중인 반구상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감정을 이중적으로 감추고 살 수밖에 없는 불안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이도 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나이가 돼가는 걸 실감하게 됐어요. 인간이 동물처럼 본능적으로 살 수 없다는 걸 느꼈죠.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의 비애를 담았어요.”

겉과 속을 분리시켜 사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을 느끼며 그 느낌을 무표정과 흔들리는 이미지로 표현했다. 옵티컬 아트(Optical art), 즉 시각적인 착시현상을 활용한 기법을 통해서다. 작품을 완성하는 데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이중적인 느낌을 더 잘 살릴 수 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옵티컬 아트 장르는 미술사적으로는 단명했다. 해서 요즘은 흔히 보기 쉽지 않다. 그는 옵티컬 아트를 응용해 그리는 소수의 작가들 중 하나다. 작품을 계속 보고 있으면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피곤해진다. 문화적 충돌과 괴리감, 소외된 인간 존엄성을 표현하고자 한 그의 의도에 잘 맞는다. 그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적인 소통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에서 전시 중인 양승윤 작가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고 현실적인 이유로 드로잉 작업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은 쉽고 빨리 완성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그림들이다. 드로잉 대상은 주로 동물들이다. 작가는 본능적인 삶을 사는 그들이 부러웠다. 동물들을 통해 휴식을 주제로 그렸다. 하지만 쉬고 있어도 뭔가 불안정한 모습이다. 언뜻 보면 동물들이 편히 잠들어 있는 듯 보이지만, 썩은 나무 둥치에서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자고 있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라는 생각으로 불안한 휴식을 말하고자 했다.

그는 현재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 담당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작업만 하는 것도 좋겠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좋다. 그룹전에도 30여 회 정도 참여했고, 제23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제25호 중앙이술대전 특선, 제6회 신사임당 미술대전 우수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렸는데 너무 좋았어요. 중학교 다닐 때 해질 무렵 자전거를 타고 강둑을 지나면서 너무 아름다워서 그 모습을 잘 그려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어요. 그때 선생님들께서 장학금을 모아 저를 키워주셨는데 너무 감사드려요. 이후 홍익대학 회화과에서 공부를 했어요. 전 죽기 전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웃으실지 모르지만 그림을 그리다 죽는 게 제 꿈이에요.”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짬짬이 드로잉 작품을 그리고 있다. 시간이 부족한 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다. 색연필로 벨벳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살리면서 꼼꼼하게 그린 그림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옅은 단색으로 그려 주제를 명확히 보여주고자 했다. 앞으로 시각적인 효과가 극명한 흑백으로도 그리고 싶다. 또한 아이와 부인, 소중한 가족을 그림에 담을 예정이다. 한 가지 주제로 꾸준히 그리는 것도 좋겠지만, 시간의 흐름과 변화에 따라 작품도 자연스럽게 변화하리라 생각된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관객 입장에서는 흥미롭겠다.

이번 전시를 함께 준비한 애니꼴의 정연영 실장은 “기존의 보편스러운 전시 방식을 벗어나려고 다양한 작품을 전시했다”며 “비구상 작품을 보면서 작가 자체가 프린터가 돼서 그림을 인쇄해 내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 작가가 공들여서 그린 작품들이고, 재미있고 흥미롭게 보실 수 있는 유머러스한 작품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시 오프닝 행사는 5월 16일(수) 오후 5시에 한다.
 

양승윤 작 '냉소적 우울'
양승윤 작 '고립된 감정'

 

양승윤 화가의 작품을 전시 중인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양승윤 화가의 전시를 알리는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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