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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큐레이션 고수가 꾸민 애서가들의 놀이터<공감공간> 벨라시타 문학전문서점 '미스터 버티고'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8.05.11 23:48
  • 호수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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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오픈하며 공간 넓어지고 장르 다양해져 
대형 서점과 맞서는 비결은 ‘주인장의 안목’

 


[고양신문] ‘문학전문서점’을 표방하며 일산 백석동 골목에서 4년을 버티던 동네책방 ‘미스터 버티고’가 쇼핑몰 벨라시타로 확장 이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단골들의 반응은 반반으로 갈렸다. 협소한 서가, 불편한 주차 등의 공간적 한계를 넘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서점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응원과 격려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미스터 버티고만의 색깔과 정서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 섞인 우려도 없지 않았다. 결과는 어느 쪽일까? 벨라시타 지하 1층으로 직접 찾아가 확인해보자.  

입구에 마련된 ‘키즈존’ 눈에 띄어 


미스터 버티고가 새 공간에서 정식 이전 오픈한 날은 지난달 20일. 매장 넓이가 60평, 골목가게 시절보다 세 배 넓어졌다. 지하1층 한쪽 벽면을 따라 일자(一)형으로 서가가 길게 늘어섰다.  
입구 쪽은 ‘키즈존’이다. 원래 베이커리가 있던 자리라 안쪽 서가에 비해 천장도 낮고 조명도 환하다. 이곳에는 넓은 테이블 둘레로 의자가 놓여졌고, 유아·아동·여성 분야 책들을 배치했다. 카운터와 이어진 바에서 커피와 음료를 주문할 수 있다. 개방적인 느낌의 파티션 진열대로 경계를 지어 놓아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쇼핑몰을 찾은 고객들이 잠시 편안하게 들러 숨을 돌리며 책을 들춰보기에 맞춤이다. 앞으로는 잡지와 초등학생 학습서도 구비할 계획이라니, 이전의 버티고를 생각하면 파격적 변신이 아닐 수 없다. 매장이 넓어진 만큼 서점의 생존을 위해 수익성의 다각화는 미스터 버티고의 피할 수 없는 과제인 듯하다.
 

서점의 간판이 걸린 전면. 서가를 겸하는 파티션을 사용해 공간의 개방성을 높였다.


특별한 안목으로 분야별 책 선별

카운터를 지나면 공간 분위기가 달라진다. 작은 원형 탁자도 놓여 있고, 벽을 바라보는 테이블에는 노트북을 펼쳐 놓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드는 고객들도 보인다. 이곳부터는 미스터 버티고의 핵심 경쟁력인 주인장의 북큐레이션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는 영역이다.  
   
주종목인 소설 분야의 책은 벽쪽을 따라 이어진 서가에 진열했다. 차례대로 한국소설, 일본과 중국소설, 영미소설,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 북유럽 소설이 한 코너씩을 가득 차지하고 있다.
중앙 입식 서가에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에세이와 비소설이 자리를 잡았다. 최근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시 분야도 한 코너를 차지했다. 이어 여행·인문·경제경영·예술 실용서까지 카테고리가 다양해져 선택의 폭을 넓혔다.

완성도 높은 예술서적을 꾸준히 펴내고 있는 열화당과 감각적인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을 내고 있는 앳눈(ATNOON)북스의 책을 전시한 ‘이달의 출판사’ 코너도 눈길을 끈다. 신현훈 대표는 "한달에 한두 곳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출판사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자리 이어져


맨 안쪽에는 푹신한 소파가 놓여있는 여유공간이 있다. 이곳에선 화제의 저자를 초청해 낭독회, 독자와의 만남 등 특별한 시간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달에도 11일 진행된 『아내들의 학교』 박민정 작가를 시작으로 『그 개와 같은 말』의 임현 작가(17일), 『번역청을 설립하라』의 박상익 작가(24일), 『자기 개발의 정석』의 임성순 작가(25일), 『회색인간』의 김동식 작가·『대리사회』의 김민섭 작가(29일), 『애호가들』의 정영수 작가(31일)의 낭독회가 연이어 진행된다.  

서점 전체를 둘러본 다음 천천히 책 제목들을 살피다 보니 미스터 버티고의 장점이 다시 한 번 눈에 들어온다. 특정한 공통분모를 가진 책들을 선별한 ‘테마별 모음 진열’이 구석구석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핫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신드롬을 사회학적으로, 또는 철학적 시선으로 분석한 책들을 대중음악연구서들과 함께 진열했다.

그런가 하면 숲과 나무에 대한 책, 고양이를 소재로 삼은 책, 인간의 노쇠와 죽음을 다룬 책들도 모아 놓아 하나의 주제를 바라보는 다채로운 입장과 시각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신현훈 대표는 “고객들의 눈에 가장 잘 띄는 파티션 서가를 활용해 미스터 버티고만의 테마 모음을 적극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스터 버티고의 주특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테마별 모음 진열. 사진 속 진열대에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대중음악을 인문적 시선으로 성찰한 책들을 모아 놓았다.


고객과의 결 맞추려 “오늘도 독서!”

사실 미스터 버티고의 벨라시타 이전에 일부에서 애정 어린 걱정의 눈길을 보냈던 이유 중 하나는 가까이에 초대형 프랜차이즈 서점 교보문고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간의 크기, 장서의 양, 주문 서비스 등에서 미스터 버티고와 교보문고의 체급 차이는 비교 불가.
하지만 책이라는 물건은 상품이면서 동시에 문화적 체험의 매개체라는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 까닭에 서점을 단순히 책을 사는 기능 공간이 아닌, 정서 공간으로 찾는 이들에겐 미스터 버티고가 대형서점과는 다른 체험을 안겨주는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선택지가 많아지면 오히려 피로감이 증대되기도 한다. 수량은 풍부하지만 책의 품질은 천차만별인 대형서점에 비해, 주인장의 남다른 안목에 의해 1차로 걸러진 책들만을 엄선해 골라놓은 공간이 애서가들에게는 오히려 풍요로운 공간이 아닐까.

관건은 주인장의 안목이 애서가들과 얼마나 깊은 공감의 자장을 만들어내느냐다. 신현훈 대표는 이를 두고 “서점 주인과 고객 사이의 결”이라고 표현했다. 자신과 독서의 결이 맞는 고객이 결국 미스터 버티고의 단골고객이 된다는 얘기다. 서가에 꽂힌 한 권의 책, 그리고 그 책과 이웃한 책들과의 미묘한 케미스트리, 공간 전체가 주는 독특한 느낌이 어우러져 보이지 않는 서점의 결을 만드는 것일게다.

이사를 하고 난 후의 변화를 질문하니 신 대표는 “일거리가 많아져 스스로 책 읽을 시간이 모자란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답한다. 독자와 소통하는 유일무이한 ‘결’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책을 펼치는 주인장의 내공이 미덥다.
 

미스터 버티고

주소 고양시 일산동구 강송로 33
       벨라시타 지하1층
전화 031-849-6605
 

 

벽면 서가와 입식 서가 사이로 개인 시간을 만들기 좋은 휴식공간이 보인다.
서점 안쪽 소파가 놓인 아늑한 공간.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낭독회 등의 행사가 열리는 장소다.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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