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가 여러 갈래로 부채꼴 모양으로 펴지며 자라는 반송.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기념식수목으로 선택됐다. <사진제공=김윤용>



[고양신문] 지난 4월 27일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남북 두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서명했습니다. 선언문을 통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회담을 취재하는 3000여 명 기자단을 위해 우리 도시 킨텍스에 프레스센터를 마련했습니다. 내외신 기자들은 판문점 군사분계선 시멘트 턱을 고무줄 놀이하듯 넘나드는 두 정상을 지켜보았습니다. 프레스센터 대형 모니터를 통해 중계되는 남북 두 정상 만남은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기자들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탄성을 지르며 기립박수를 보내는 기자도 있었습니다. 냉정한 기자 세계에서는 드문 일입니다. 저는 그런 장면을 생중계로 보면서 가슴이 벅차오르고 뭉클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며 고양시민인 게 자랑스러웠습니다. 비록 고양국제꽃박람회가 뉴스 가치에서 밀려 안타까웠지만 ‘평화통일특별시’를 상징으로 내세웠던 고양시는 킨텍스 프레스센터로 인해 돋보이고 빛났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은 기념식수를 했습니다. 언론과 방송 보도에 따르면 소나무를 심는다고 했습니다. 한반도 정전협정 체결 해인 1953년에 태어난 소나무를 심은 곳은 1998년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1001 마리 소떼를 싣고 넘어간 판문점 방북길 옆이라고 합니다. 소나무에는 백두산과 한라산 흙을 덮었습니다. 한강물과 대동강물을 뿌렸습니다. 기념식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이라고 새겼습니다. 평화를 향한 완벽한 퍼포먼스였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소나무. 우리는 소나무를 다양한 이름으로 부릅니다. 육송, 적송, 춘양목, 금강송, 와송, 낙락장송, 문인송, 이엽송…. 모두 소나무를 가리키는 다른 이름입니다. 육지에서 자라는 소나무라고 해서 육송, 나무껍질이 붉어서 적송입니다. 적송은 일본식 용어입니다. 춘양목은 경북 봉화 춘양역에서 금강소나무를 실어 날랐다 해서 이름이 왔습니다. 바로 굵고 곧게 자란 강송, 금강송입니다. 불타버린 남대문을 복원할 때 쓰였던 소나무입니다. 누운 소나무가 와송이고, 옛 선비들이 뒤틀리고 휜 소나무를 즐겨 그렸다 해서 문인송입니다.

호수공원의 소나무. <사진제공=김윤용>


소나무는 바늘잎 나무입니다. 겨울에도 잎을 모두 떨어뜨리지 않는 늘푸른 큰키나무이기도 합니다. 바늘처럼 뾰족한 솔잎은 두 개씩 모여 나서 이엽송(二葉松)입니다. 나무껍질은 붉은 기를 띠며 거북등 모양으로 깊게 갈라집니다. 열매인 솔방울은 공 모양이며 익으면 조각이 벌어지고, 조각 틈에서 날개 달린 씨앗을 날려 보냅니다.

저는 처음에 두 정상이 기념식수한 나무를 35미터까지 자란다는 키 큰 소나무로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내가 생각했던 소나무가 아니었습니다. 키가 2미터 남짓인 소나무과 반송(盤松)이었습니다. 정부 대전청사 정원에서 자라던 나무를 옮겨 심은 것이라고 합니다.

반송은 가지가 나무 밑둥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뻗어 반구형으로 자라는 소나무과 나무입니다. 나무 외형이 멋들어져 정원수나 공원수로 많이 심습니다. 호수공원에도 여러 곳에 반송을 심어 놓았습니다. 이번 정상회담 기념나무처럼 잘 생긴 반송이 호수공원 곳곳에 자라고 있습니다.

저는 기념식수를 싫어했습니다. 이번 남북회담 기념식수 이벤트를 보며 이젠 기념식수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소나무 수꽃. <사진제공=김윤용>

 

소나무 암꽃. <사진제공=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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